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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호날두, 더 이상 바르사에 약하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맞붙었던 엘 클라시코 더비.(두 팀의 이름은 줄임말로 표기) 2011/12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의 명운이 달렸던 라이벌전에서 레알이 웃었습니다. 프리메라리가 34라운드 바르사 원정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7분 사미 케디라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후반 25분 알렉시스 산체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28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레알은 2007년 12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바르사 원정에서 승리했으며, 승점 88점을 기록하며 2위 바르사를 7점 차이로 따돌리고 프리메라리가 우승이 거의 확정됐습니다.

[사진=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이날 경기를 화려하게 빛낸 선수는 호날두 입니다. 바르사 원정에서 레알의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프리메라리가에서만 42골 기록하면서 자신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41골, 바르사)를 제치고 득점 1위로 올라섰습니다. 아직 4경기 남으면서 득점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 골 대결에서 메시를 또 이길 기회를 잡았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008/09시즌부터 지금까지 메시와의 득점 대결에서 밀렸지만 프리메라리가는 달랐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메시를 제치고 득점왕을 달성했으며(호날두 40골, 메시 31골) 올 시즌에도 1위를 확정지으면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득점왕에 오릅니다.

호날두는 바르사전 3경기 연속골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1월 레알과 바르사가 맞붙었던 코파 델 레이 8강 1~2차전에서 골을 터뜨렸으며 이번 경기에서는 라이벌에게 비수를 꽂았습니다. 그동안 호날두하면 바르사전에 약했던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0일 바르사와의 홈 경기에서 레알이 1-3으로 패했을 때 부진하면서 홈팬들의 야유를 받았죠. 2011년 4월 16일 엘 클라시코 더비 페널티킥 골로 바르사전에서 처음으로 골을 기록했으며 그 이전 바르사전 6경기에서 골이 없었습니다. 6경기 중에 3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시절입니다. 지난 시즌 바르사전 5경기에서 2골 넣었지만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에서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더 이상 바르사에 약하지 않습니다. 바르사전 3경기 연속골을 봐도 말입니다. 바르사 홈 구장 캄프 누에서 득점을 올린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코파 델 레이까지 포함하면 캄프 누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습니다. 그 이전에는 바르사 원정에서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친정팀 맨유 시절이었던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전환했음에도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죠. 이제는 엘 클라시코 더비의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흔히 호날두하면 큰 경기에 약하다고 합니다. 지난 주중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바이에른 뮌헨 원정에서 필립 람에게 봉쇄 당하면서 레알의 1-2 패배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죠. 메시도 4강 1차전 첼시 원정에서 평소 답지 못한 공격력을 보였듯,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모든 경기에서 잘할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유독 빅 매치에서 이름값을 해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맨유 시절부터 누적된 현상입니다. 특히 첼시전에서는 애슐리 콜에게 약하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호날두가 빅 매치에서 골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뛰어난 득점 본능에 비해서 강팀과 싸울때는 경기력이 좋지 않을때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것이 누적되면서 '큰 경기에 약하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습니다. 역설적으로는 호날두의 개인 공격력이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죠. 2008년에는 발롱도르,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 석권하며(당시 두 시상식은 분리 운영) 세계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습니다. 그랬던 선수가 큰 경기에 약한 모습들을 여럿 노출하면서 부정적인 편견을 받게 됐습니다.

호날두는 이번 바르사 원정을 계기로 강팀에 약하다는 껍질을 깨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실력이 진화한 셈입니다. 이제는 큰 경기의 해결사로 떠오를 기질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뮌헨전 골 여부는 모르겠지만 과거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물론 뮌헨과의 2차전에서는 레알 결승 진출을 위해서 골이 필요합니다. 팀에게 다득점이 절실한 경기죠. 필립 람과의 대결이 부담스럽지만 바르사전 결승골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오른쪽 윙어로 돌아올 수 있으나 어쨌든 골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의 기세라면 뮌헨전 전망이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어쩌면 호날두는 올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지위를 다시 되찾을지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프리메라리가 활약에서는 메시를 앞섰습니다. 메시와의 득점 대결에서 1골 앞섰지만 이번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레알의 우승을 사실상 확정짓는 결승골을 작렬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득점 대결에서는 메시에게 밀렸지만(메시 14골, 호날두 8골) 레알의 우승을 이끌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올해 6월에는 유로 2012가 있죠.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2012년에는 브라질 월드컵 남미 예선에 전념하는 상황입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메시의 독주를 과연 호날두가 엎을지 앞날 활약이 흥미로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