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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6위 추락' 첼시, 앞날이 더 걱정이다

 

첼시의 풀럼전 1-1 무승부는 4위권 진입이 매우 어려워졌음을 의미합니다. 풀럼전에서 승점 3점을 얻지 못했던 사이, 뉴캐슬이 볼턴전 2-0 승리를 비롯 최근 5연승으로 프리미어리그 5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뉴캐슬은 4위 토트넘과 승점 59점 동률을 이루었습니다. 골득실에서 토트넘에게 11골 차이로 밀렸지만, 토트넘의 DTD(Down Team is Down,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가 계속되면서 뉴캐슬에게 빅4 진입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반면 첼시는 승점 57점에 그치면서 6위로 추락했습니다.

[사진=풀럼전 1-1 무승부를 발표한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산술적으로는 첼시가 4위권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4위 토트넘과 승점 2점 차이 입니다. 하지만 현재 흐름으로는 빅4 수성이 어렵습니다. 풀럼전 무승부 원인은 주력 선수들의 체력이 방전되면서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즌 후반기 많은 경기를 치렀던 피로가 몰렸습니다. 승리해야 할 경기에서 웃지 못했죠. 최악의 경우에는 5위권 진입조차 장담 못합니다. 프리미어리그를 6위로 마치면서 FA컵 우승까지 실패하면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 출전이 좌절될지 모릅니다.(정확히는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봐야 결정되지만) 어찌되었든 첼시의 2011/12시즌은 거의 실패 직전입니다.

첼시는 앞날이 더 걱정입니다. 앞으로 만나야 할 4경기 상대팀이 토트넘(15일, FA컵 4강) FC 바르셀로나(18일,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이하 바르사) 아스널(21일,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바르사(24일,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현지시간 기준)입니다. 3일에 한 번 꼴로 강팀과 경기하면서 3개 대회를 치러야 합니다. 선수들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죽음의 일정'을 치르는 꼴이 됐습니다. 토트넘전까지 앞으로 6일 동안 경기가 없다는 것이 위안이지만, 이미 4월초에만 3경기를 소화했습니다. 3월에는 9경기를 치렀죠. 약 40일 동안 12경기를 임했으니 3~4일에 한 번 꼴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몇개월 동안 경기를 뛴 것까지 포함하면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듭니다.

그나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잘했습니다. 나폴리와의 16강 1차전 원정에서 1-3으로 패했으나 2차전 홈 경기에서 4-1로 이기면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고, 벤피카와의 8강 2경기에서는 모두 이겼습니다. 하지만 4강 바르사전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미 선수들이 과도한 경기 일정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 상황에서, 바르사 특유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려면 고도의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바르사전에서 남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토트넘-아스널 같은 런던 라이벌 클럽과 경기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지역 라이벌전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현재로서는 바르사전 전망이 어렵습니다.

또는 바르사전에서 투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지 모릅니다.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바르사전에서 석연치 않게 탈락했던 아쉬움이 있었죠. 일각에서 '첼시도 4강 2차전에서 심판 덕을 봤던 판정이 있지 않았느냐'고 반대할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첼시 입장에서 억울함이 컸던 경기였습니다. 몇시즌째 첼시에서 뛰었던 선수라면 그때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3시즌만에 다가온 바르사전을 놓칠 수 없죠. 그러나 바르사전에 집중할 수록 남은 경기가 힘들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첼시는 이미 체력적인 약점을 노출했으니까요.

다음 프리미어리그 상대는 아스널입니다. 아스널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서 8승1패를 기록했습니다. 9일 새벽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1-0으로 승리했던 기질을 놓고 보면 앞날 전망이 좋습니다. 이미 FA컵-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첼시전까지 12일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는 체력적인 이점이 있죠. 그것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열립니다. 첼시는 4위권 진입을 위해서 아스널전 승점 3점 획득에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토트넘-바르사전을 치렀던 불리함을 안고 원정 경기에서 승리할지 의문입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FA컵을 일찍 포기하는게 더 좋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는 우승 때문에 FA컵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요.

앞으로 남은 프리미어리그 35~38라운드 일정도 부담됩니다. 각각 35라운드, 38라운드에서 맞붙을 퀸즈 파크 레인저스, 블랙번은 강등 위협을 받고 있지만 시즌 막판에 위험한 상대들입니다. 두 팀 모두 챔피언십 강등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인 경기력을 발휘할지 모릅니다. 여전히 힘든 일정을 치르는 첼시에게 부담스런 팀들입니다. 36라운드 상대팀은 뉴캐슬입니다. 4위권 진입을 놓고 치열한 혈투를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37라운드는 리버풀 원정입니다. 아무리 리버풀이 8위로 추락했지만 경기 장소가 안필드입니다. 이제는 쉬운 상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최근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루이스-케이힐, 메이렐레스-마타, 토레스-드록바 출전 시간을 나누면서, 칼루-페레이라-버틀랜드 같은 백업 멤버를 선발로 기용하여 주력 선수의 체력 소모를 줄였습니다. 하지만 로테이션 효과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합니다. 웬만한 선수들이 지쳤으니까요. 주력 선수와 백업 선수의 기량 차이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첼시의 남은 경기 전망이 위태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