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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AC밀란-바르사, 화력 고갈에 시달렸다

 

'이탈리아 챔피언' AC밀란, '스페인 챔피언'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29일 산 시로에서 맞붙은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8강 최고의 빅 매치였지만 서로 공격력 불안을 노출하며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평소 바르사의 막강한 공격력을 감안하면 AC밀란의 무실점이 의미있는 성과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홈에서 바르사를 이기지 못한 것이 그들에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두 팀의 8강 2차전은 4월 4일 오전 3시 45분 캄프 누에서 열립니다.

[사진=AC밀란vsFC 바르셀로나 경기 모습 (C) FC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fcbarcelona.com)]

전형적인 창과 방패의 대결, 전반전은 득점 없이 무승부

경기는 예상대로 바르사의 점유율 우세가 돋보였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짧은 패스를 활빌히 주고 받으면서 공격을 풀어갔습니다. 횡패스를 연결할때는 서로 간격을 좁히면서 볼이 연결되는 지점을 확보했습니다. 가볍게 횡패스를 띄우면서 좌우 공간을 넓게 벌리며 AC밀란의 압박을 분산 시켰습니다. 상대팀이 허리쪽에서 강하게 압박할 것임을 알고 있었는지 패스를 받고 연결하는 선수와의 간격이 짧았습니다. 패스 축구를 펼치는 다른 팀들과 달리 10m 이내의 패스들이 많았죠. 측면에서 공간이 열릴때는 재빨리 침투 패스를 띄우며 반격을 노렸습니다. 그 효과가 AC밀란 박스 안쪽에서 몇 차례 골 기회를 노리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르사는 메시의 포지션이 변칙적입니다. 중앙 공격수로 나섰지만 자주 2선으로 내려가면서 동료 선수들의 연계 플레이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때로는 미드필더 한 가운데에서 볼을 배급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담당했죠. 최전방에서 자리를 비울때는 사비-이니에스타가 앞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왼쪽 측면에서는 케이타가 이니에스타보다 앞쪽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장면이 있었고 오른쪽 측면에서는 알베스의 오버래핑이 활발했습니다. 정해진 포메이션에 의해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경기 상황에 따라 변칙적으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끊임없이 패스를 주고 받았습니다. 전반 26분까지 이동거리에서 27.75-26.38(Km)로 앞섰던 이유입니다.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컸죠.

AC밀란은 전반 19분 즐라탄이 선제골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습니다. 즐라탄은 팀의 역습때 바르사 문전쪽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시도르프의 종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정확도와 세기가 약했습니다. 왼발이 볼에 잘 닿지 못하면서 슈팅의 마무리가 떨어졌습니다. 바르사에 비해서 AC밀란에게 많은 공격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즐라탄 슈팅은 골이 되었어야 합니다. 그런 즐라탄은 전반 45분 동안 메시에 비해서 볼 터치가 부족했습니다. 팀이 철저한 수비 축구를 하면서 공격 기회를 얻기 힘들었습니다. 전 소속팀 바르사에 복수하기에는 AC밀란의 역습이 뜸했습니다. 시도르프 종패스 말고는 이렇다할 역습이 없었죠. 팀이 윙어를 두지 않는데다 안토니니-보네라 같은 풀백들이 수비에 치중했습니다.

그리고 AC밀란은 전반전에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바르사에게 박스 안에서 슈팅 기회를 내주는 위태로운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즐라탄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했음에도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끈끈하지 못했죠. 협력 수비에 참여하는 인원은 많았지만 허리에서 커팅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야 합니다. 실제로 그랬다면 더 많은 역습 기회를 얻었을 것입니다. 그나마 네스타가 바르사 중앙 공격을 여러차례 저지했고 안토니니가 산체스를 봉쇄하면서 AC밀란에게 극심한 수비 불안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골키퍼 아비아티의 높은 집중력과 안정된 선방도 돋보였습니다. 이렇게 두 팀의 전반전은 0:0으로 끝났습니다.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후반전, 0-0 무승부

AC밀란은 후반 6분 호비뉴를 빼고 엘 샤라위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후반전에 골을 넣겠다는 뜻입니다. 51분 동안 패스 정확도 45%에 그쳤던 호비뉴를 계속 믿기에는 쉐도우로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엘 샤라위는 후반 10분 역습 상황에서 동료 선수와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 문전으로 침투에 이은 슈팅을 날렸습니다. 볼이 상대 수비를 맞으면서 골이 무산되었지만 직접 공격 기회를 연출하는 장면이 호비뉴에게 많이 나왔어야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엘 샤라위가 교체 투입하면서 AC밀란이 지공 위주의 전술로 바꿨습니다. 바르사 공격이 소강 상태에 빠진 틈을 노렸죠.

바르사는 후반 16분까지 점유율 63-37(%), 이동거리 65.16-62.44(Km)로 앞섰습니다. 홈팀 AC밀란보다 공격적이면서 더 많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초반과 중반에 공격 완성도가 떨어졌습니다. 원정에서 경기 초반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느라 오버페이스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AC밀란의 박스 안쪽을 겨냥한 공격이 풀리지 못했죠. 특히 메시의 볼 터치가 떨어졌습니다. 상대팀이 수비쪽에 많은 인원을 배치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능숙한 수비 솜씨를 뽐내면서 바르사 공격 옵션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후반 19분에는 21세 유망주 텔로가 이니에스타를 대신해서 교체로 출전했습니다. 2분 뒤에는 AC밀란이 보아텡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엠마누엘손을 조커로 활용했죠.

AC밀란의 문제점은 즐라탄에게 공격이 집중됩니다. 바르사 진영으로 향하는 볼 줄기가 즐라탄쪽으로 쏠리는 경향입니다. 즐라탄이 바르사 집중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었죠. 그 흐름을 만회하고자 엘 샤라위-엠마누엘손을 교체 투입하면서 지공으로 전환했지만 바르사 박스 안쪽을 겨냥하는 공격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상대팀의 수비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마땅히 골 기회를 노리기 어려웠습니다.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수비가 강해졌음에도 골이 없는 것은 이기는 기질이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즐라탄처럼 공격쪽에서 무게감을 더해줄 또 다른 선수가 있었거나 공격 전술의 완성도를 높였다면 더 좋았을 경기였습니다.

후반 30분 이후에는 AC밀란이 경기를 주도했습니다. 오히려 바르사가 수비쪽에서 바쁜 입장이었죠. 후반 중반까지 공격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나타나면서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메시까지 고립 당했죠. 적절한 시기에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오점입니다. 후반 30분 페드로 교체 투입 효과도 미미했습니다. AC밀란 공격도 다를 바 없었지만요. 서로 화력 고갈에 시달렸던 두 팀의 경기는 0-0 무승부로 막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