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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실리 축구, 벤피카 원정에서 웃었다

 

첼시가 유럽 대항전 8강 첫 번째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챙겼습니다. 2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에스타디오 다 루즈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벤피카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30분 살로몬 칼루가 페르난도 토레스 도움에 힘입어 결승골을 텨뜨리며 팀을 활짝 웃게했습니다. 4월 5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리는 2차전이 여유롭게 됐습니다.

 

[사진=벤피카 원정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살로몬 칼루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벤피카vs첼시, 공격에서 성과 없었던 전반전

두 팀의 선발 라인업은 이렇습니다.


벤피카(4-3-3) : 알툴/에메르손-자르델-루이장-막시 페레이라(M.페레이라)/세자르-가르시아-비첼/아이마르-카르도소-가이탄
첼시(4-2-3-1) : 체흐/애슐리 콜-테리-루이스-파울로 페레이라(P.페레이라)/메이렐레스-미켈/칼루-마타-하미레스/토레스

원정팀 첼시는 경기 초반 수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메이렐레스-미켈이 포백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벤피카가 중앙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빈 공간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칼루-마타-하미레스 같은 2선 미드필더들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후방 선수들을 도와줬죠. 벤피카가 빌드업을 시도할때는 첼시 선수들이 포어체킹으로 대응했습니다. 상대팀 공격을 끊는 즉시 역습을 노리겠다는 심산입니다. 전반 14분에는 마타 종패스-하미레스 돌파-토레스 슈팅으로 이어진 역습을 연출했습니다. 코너킥에 그쳤지만 추가로 골 기회를 얻었죠.

첼시는 전반 15분을 넘기면서 한동안 지공으로 전환했습니다. 벤피카의 공수 전환이 빨라지면서 당초의 작전을 변경했습니다. 선수들의 몸놀림이 둔해지면서 경기 템포가 느려졌습니다. 그 대신 수비 인원을 늘리면서 벤피카 공격을 협력 수비로 막아냈죠. 전반 초반과 중반보다는 30분 무렵 이후부터,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공격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벤피카는 첼시 진영에서 침투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아이마르-카르도소-가이탄으로 짜인 스리톱의 연계 플레이가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29분에는 모처럼 역습 기회가 찾아왔지만 가이탄 패스미스로 첼시에게 공격권을 내줬습니다. 카르도소는 첼시 수비에 철저히 봉쇄됐습니다.

벤피카와 첼시는 전반 34분까지 패스 정확도 69-66(%), 패스 연결 142-120(개)를 기록했습니다. 두 팀 모두 공격 전개가 좋지 못했습니다. 벤피카는 첼시 미드필더들의 두꺼운 압박을 뚫지 못하면서 스리톱과 부조화가 나타났습니다. 첼시는 수비 위주 전술에 성공했지만 공격시 패스를 연결할 지점을 다양하게 확보하지 못하면서 공격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토레스 볼 터치가 적었던 이유죠. 38분에는 박스 오른쪽에서 모처럼 볼을 잡으면서 상대 수비를 제끼고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볼이 윗쪽으로 뜨고 말았습니다. 1분 뒤에는 메이렐레스 중거리 슈팅으로 이어졌죠. 둘 중에 하나가 골로 이어졌다면 첼시가 전반전에 소기의 성과를 냈을 겁니다.

첼시는 전반 42분 점유율에서 53-47(%)로 앞섰습니다. 10분전까지 벤피카에게 조금 밀렸지만 점차 선수들의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여러차례 공격 기회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시작후 한동안 공격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수비에 집중한 것이 통했습니다. 하지만 국면 전환후 골이 없었던 것이 아쉬움에 남습니다. 홈팀 벤피카는 전반 내내 맥빠진 공격을 거듭했습니다. 최근 첼시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가이탄이 딱히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고 카르도소-아이마르도 부진했습니다. 미드필더들이 첼시 중원의 허를 찌르는 패스까지 드물었죠. 두 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전반전을 보냈습니다.

칼루 결승골, 첼시 1-0 승리

벤피카는 후반전이 되자 오른쪽 측면을 중심으로 첼시 진영을 몰아붙이는 공격을 펼쳤습니다. 후반 5분까지 슈팅 3개(유효 슈팅 2개)를 날렸고, 5분과 9분에는 M.페레이라가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를 날렸고, 주로 왼쪽에서 뛰었던 아이마르가 오른쪽 측면에서 연계 플레이에 관여했습니다. 10분에는 카르도소가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죠. 전반 내내 중앙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서 측면에 눈을 돌렸습니다. 왼쪽 측면 공격을 믿기에는 전반전처럼 하미레스에게 뚫릴 수 있어서 오른쪽 공격에 승부수를 띄웠죠. M.페레이라의 공격 관여가 늘어나면서 첼시 왼쪽 풀백 애슐리 콜이 전진할 틈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는 첼시의 공격력 저하로 이어졌죠.

첼시는 후반 초반 오른쪽 측면에서 두 차례 역습 기회가 찾아왔지만 패스미스로 무산됐죠. 왼쪽 공격이 힘들어질 때 오른쪽에서 빠르고 세밀한 종패스가 필요했지만 실제로는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후반 14분에는 체흐의 골킥이 마타의 문전 쇄도-골키퍼와의 1대1 경합-왼발 슈팅으로 이어졌지만 볼이 크로스바를 맞췄습니다. 골운이 따르지 못하면서 남은 시간 공격 부담이 커졌습니다. 마타는 경기 내용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비해 소극적인 공격 관여를 일관했죠. 19분에는 토레스에게 부정확한 패스를 띄웠습니다. 여전히 과부하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두 팀은 후반 중반에 선수를 바꿨습니다. 22분 램퍼드(out 메이렐레스) 23분 마티치-호드리고(out 아이마르-세자르)를 조커로 내세웠습니다. 전술 변화로 골을 넣겠다는 심산이죠. 특히 첼시의 램퍼드 투입은 토레스-마타 부진을 해소하겠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토레스보다 득점력이 더 좋으면서 마타 못지않은 공격 조율을 자랑하니까요.

결국 첼시는 후반 30분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토레스가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중앙쪽으로 볼을 밀어준 것이 칼루의 골로 이어졌습니다. 그 이전에는 토레스가 하미레스의 패스를 받은 뒤 에메르손과의 몸싸움에서 이겨내면서 빈 공간을 질주한 것이 결정적인 골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동료 선수의 골을 만드는 순간적인 집중력이 좋았습니다.

첼시는 후반 막판 벤피카 공격을 막아낸 끝에 1-0으로 승리했습니다. 평소에 비해 공격이 많지 않았지만 원정에서 지지않으려는 실리 축구가 통했습니다. 수비 위주의 경기 자세로 벤피카 예봉을 꺾었고 골키퍼 체흐가 슈퍼 세이브 6개를 기록한 것이 승리의 토대가 됐습니다. 오른쪽 풀백으로 깜짝 선발 출전했던 P.페레이라의 분전, 친정팀 벤피카와 상대했던 루이스-하미레스 맹활약이 더해지면서 수비 안정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22일 맨체스터 시티전 1-2 패배, 24일 토트넘전 0-0 무승부로 다운된 분위기까지 회복하면서 빡빡한 경기 일정을 견뎌낼 기운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