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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포항, 실속 없었던 분요드코르전 패배

 

포항 스틸러스가 홈에서 안타까운 패배를 당했습니다. 20일 저녁 7시 30분 스틸야드에서 진행된 2012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E조 2차전에서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에게 0-2로 졌습니다. 전반 28분 투라예프에게 결승골을 내줬고 후반 32분에는 무르조예프에게 추가골을 허용했습니다. 분요드코르와 더불어 E조 1승1패를 기록했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조 3위로 밀렸습니다. 경기 내내 많은 공격을 시도했으나 끝내 득점에 실패했고 수비 불안까지 겹치면서 원정팀에게 승점 3점 획득을 허용했습니다.

[사진=포항의 분요드코르전 0-2 패배를 발표한 AFC 공식 홈페이지 (C) the-afc.com]

'선제골 노렸던' 포항, 오히려 먼저 실점 허용

포항의 분요드코르전 선발 라인업은 이렇습니다.

(4-3-3) 신화용/정홍연-김광석-김원일-신광훈/황진성-신형민-김태수/고무열-지쿠-조찬호

홈팀 포항은 경기 초반부터 맹공을 펼쳤습니다. 볼을 돌리는 플레이보다는 빠른 타이밍의 볼 배급을 펼치면서 중장거리 패스까지 시도했습니다. 고무열-황진성-김태수-조찬호 같은 공격 옵션들이 분요드코르 진영에서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특히 고무열-조찬호 같은 윙 포워드는 인사이드 커터를 취했죠. 전반 5분에는 고무열이 박스 안쪽으로 침투해서 자신을 마크했던 분요드코르 선수에게 페널티킥을 얻어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8분에는 조찬호 중거리 슈팅, 12분에는 정홍연이 상대 문전 부근까지 오버래핑을 펼쳤습니다. 초반에는 분요드코르 역습이 만만치 않자 10분이 경과하면서 포어체킹을 시도했습니다.

포항의 작전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겠다는 뜻입니다. 분요드코르가 우즈베키스탄-태국-한국으로 이어지는 원정길에 오르면서 선수들의 컨디션 부담이 따릅니다. 이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방법은 적절한 시간에 득점을 올리는 것이죠. 1-0으로 앞서면 상대팀이 공격에 조급함을 느낄 것이고 포항은 그 틈을 노리며 추가골을 넣을 수 있었죠. 하지만 포항은 전반 19분 박스쪽에서 지쿠-황진성-정홍연 패스에 이은 조찬호의 왼발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습니다. 슈팅 정확도가 약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골을 터뜨렸다면 포항이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죠.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전반 28분에는 투라예프에게 실점했습니다. 김광석이 박스 바깥 중앙에서 볼을 받았던 투라예프를 놓치면서 중거리 슈팅을 허용했죠. 경기 내용에서는 포항이 앞서면서 오히려 상대팀에게 먼저 골을 내줬습니다. 분요드코르가 몇차례 빠른 역습과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음을 감안하면 포항의 수비 라인이 흔들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또 다른 아쉬움은 공격 옵션들의 포어체킹이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전반전에 많은 체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상대팀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지 말았어야 합니다. 34분에는 김원일의 슈팅이 상대팀 크로스바를 강타하면서 동점골 기회가 무산됐습니다.

포항은 전반전을 0-1로 마쳤습니다. 선수들이 패스를 통해서 공격을 만들어가는 작전까지는 좋았지만 많은 공격 시도에 비해서 과감함이 떨어졌습니다. 경기 흐름만을 놓고 보면 분요드코르에 비해서 슈팅을 아꼈습니다. 고무열은 박스 안쪽에서 볼 터치가 길어지면서 슈팅 타이밍을 찾지 못했죠. 중앙 공격수를 맡았던 지쿠는 상대 센터백들에게 막히면서 임펙트 넘치는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영입된 지쿠의 최전방 배치가 옳았던 작전인지 의문입니다. 그나마 조찬호의 돌파력과 개인기가 통했기에 분요드코르 수비진을 공략했습니다. 포항을 떠난 모따, 부상으로 빠진 아사모아 공백이 보였던 전반전입니다.

지쿠 부진-공격력 난조, 끝내 0-2 패배

포항의 후반 초반은 불안정 했습니다. 정홍연이 두 번의 패스미스를 범했고, 지쿠와 다른 동료 선수들의 손발이 안맞습니다. 지쿠에게 볼을 주지 않았던 포항 선수도 있었습니다. 후반 6분에는 지쿠가 빠지면서 노병준이 교체 투입됐습니다. 지금까지의 공격 작전이 실패였다는 뜻이죠. 9분에는 노병준이 박스 왼쪽 수비 뒷 공간에서 슈터링을 날렸고 12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날렸습니다. 지쿠에게 노병준 같은 적극적인 활약이 필요했습니다. 수비에서는 10분 이전까지 공격 옵션들의 포어체킹과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느슨해지면서 분요드코르에게 역습을 내줬습니다. 10분 이후부터는 상대팀 공격 옵션들의 몸놀림이 둔해지면서 포항이 전진 수비를 취하게 됐죠.

하지만 포항의 동점골 작업은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분요드코르가 후반 10분 이후 잠그기에 돌입하면서 포항 선수들이 박스 안쪽에서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전 시간들에 비해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분요드코르의 수비 시간을 벌어줬습니다.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간 고무열이 잘 보이지 않았죠. 23분 황진성이 후방에서 시도했던 롱볼은 상대 골키퍼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 다음 공격 장면에서는 신광훈이 동료 선수와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돌파를 시도했지만 상대팀 선수에게 커팅당했죠. 26분에는 조찬호와 황진성의 원투패스가 실패했고, 26분 정홍연-28분 황진성 종패스가 부정확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팀이 전체적으로 공격 작업의 짜임새가 떨어집니다.

후반 29분에는 박성호가 조찬호를 대신해서 두번째 조커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박성호는 20분에 출전했어야 하는 선수입니다. 분요드코르가 후반 10분이 되면서 잠그기를 시도했거든요. 그럴때 포항은 공격수 1명을 늘렸어야 합니다. 벤치의 교체 타이밍이 느렸습니다. 후반 32분에는 무르조예프에게 실점을 내주면서 0-2가 됐습니다. 분요드코르 역습 상황에서 김원일이 무르조예프 마크를 놓친 것이 실점의 빌미로 이어졌습니다. 팀이 공격을 반복할 때 수비가 상대팀 기습을 대비해서 높은 집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죠.

포항의 0-2 패배는 한마디로 실속이 없었습니다. 분요드코르보다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지만 오히려 상대팀의 기습적인 두 방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포항은 공격 점유율이 많았을 뿐 공격의 짜임새는 분요드코르가 더 좋았습니다. 특히 지쿠의 부진이 뼈아픕니다. 지난해까지 K리그에서 맹활약 펼쳤던 모따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했습니다. 지쿠가 빠지면서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던 고무열-박성호도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모따 공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향후 전망이 염려됩니다.

수비에서는 김형일 상무 입대 공백이 나타났습니다. 포항의 2실점은 김광석-김원일 센터백 조합의 실수에서 비롯됐습니다. 수비수 집중력이 부족했죠. 김형일이 포항 유니폼을 입고 뛰었더라도 무실점 경기를 펼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짜임새 넘치는 수비 라인을 구축했을지 모릅니다. 앞으로 포항과 상대하는 팀들이 분요드코르전을 봤다면 김광석-김원일쪽을 파고드는 빠른 타이밍의 패스 연결을 시도할지 모릅니다. 포항이 중앙 수비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