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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인천 축구의 새로운 시대, “우리 인천 홈구장이 달라졌어요!”

 

"올해 말에는 우리가 숭의 아레나 파크로 갑니다. 2만 명 규모로 만들어 집니다. 아레나 원형 경기장인데 아마도 전국에서 제일 좋을 거예요. 잔디가 개량되려면 시간이 걸려서 제대로 축구가 되려면 내년 초가 될 것 같아요. 저희가 남북 관계가 풀리면 그곳에서 인평축구를 부활시켜서 인천과 평양과의 교환 경기를 하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3월 어느 모 블로거 모임을 통해서 송영길 인천시장을 인터뷰 했습니다. 송영길 시장은 K리그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주입니다. 당시에는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가칭 '숭의 아레나 파크') 공사가 한창 진행된 시점이었죠. 인천을 비롯한 K리그 축구팬들이 새로운 홈구장에 대해서 많은 기대감을 가졌죠. 송영길 시장도 축구팬들과 같은 마음 이었습니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 개장으로 인천 축구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이 3월 11일 개장했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2012시즌 K리그 2라운드 상대로 수원 블루윙즈와 맞대결 펼치면서 역사적인 개장을 했습니다. 2008년 5월 착공 이후 3년 10개월 동안 약 1,10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되었으며 2만 300여석의 관중석이 조성됐습니다. 지하철 1호선 도원 역 바로 앞에 있는 만큼, 앞으로 많은 축구팬들이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천이 수도권이자 인구 280만 명 대도시라는 점, '세계 최고의 공항' 인천 국제공항이 속한 교통적인 장점,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임을 상기하면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을 기반으로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 월드컵 경기장보다 좋은 이유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은 K리그 10번째 전용 구장입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축구팬들은 선수들이 뛰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현장의 생생함을 접하게 됩니다. 되도록이면 가까운 거리에서 축구 경기를 봐야 경기를 쉽게 몰입할 수 있죠. 경기를 뛰는 선수의 세밀한 동작을 관찰하기 쉬우니까요. 지난해까지 홈구장으로 활용했던 인천 월드컵 경기장(문학)은 육상트랙이 설치된 경기장입니다. 관중들이 축구를 재미있게 즐기기에는 그라운드와의 거리가 멀었습니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은 그런 불편함이 해소됩니다.

사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은 이전 홈구장에 비해서 관중석 규모가 작습니다. 인천 월드컵 경기장이 5만석 규모라면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은 2만석 규모입니다. 하지만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의 관중석은 평균 관중 1만 1천명을 기록하는 K리그 현실에 알맞습니다. 지난 수원전에서는 1만 7,662명이 입장했습니다.(경기 당일 집계 기준)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 관중석 대부분을 메웠습니다. 경기를 보러온 사람들은 "관중들이 많이 왔네."라고 감탄하겠죠. 만약 인천 월드컵 경기장이었다면 관중석이 비어있는 곳이 많았겠죠. 관중석 점유율 40%도 안 되는 규모입니다. 'K리그=텅 빈 관중'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쉽습니다. 경기장 관중석 크기는 자국리그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월드컵 경기장은 K리그 인기에 비해서 지나치게 관중석이 많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흥행을 위해서 수만 명이 운집하는 관중석을 마련했지만 K리그가 감당하기에는 자리 없는 의자가 너무 많습니다. 지난해 10월 3일 수원과 서울의 라이벌전이 열린 빅버드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최초로 만석을 달성했습니다.(일부에서는 대전이 2003년 6월18일 울산전에서 만석을 채웠다고 주장하지만) K리그에서 월드컵 경기장 전 좌석을 채우기까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9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빅버드 만석은 의미 있는 성과지만 역의 관점에서는 월드컵 경기장이 K리그 현실을 감당하기에는 관중석 수용인원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의 관중석 2만석은 기존 월드컵 경기장의 아쉬움과 차원이 다릅니다. 관중 1만 명이 운집해도 관중석 절반을 메우니까요. 인천과 수도권 인구가 많은데다 교통이 편리한 특수성을 놓고 보면 높은 관중석 점유율이 예상됩니다. 매진이 빈번할지 모를 일이죠. 인천 유나이티드의 성적이 좋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경기장에 관중들이 가득 차면 'K리그는 관중이 없다'는 외부의 부정적인 인식을 떨치기에 충분합니다. 흥행적인 측면에서 스탠드에 빈자리가 적을수록 인기 스포츠 이미지를 키울 수 있으니까요.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은 인천 월드컵 경기장보다 관중 규모가 작지만 오히려 흥행의 기반이 더 좋다고 봐야 합니다.

인천 서포터들이 응원하는 S석은 일반석과 높이가 같지만 1~2층이 아닌 단층입니다. 대부분의 월드컵 경기장 골대 뒤쪽 관중석은 2층 구조입니다. N석 2층과 S석 2층이 비어있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서포터들의 응원이 1층에 제한되는 약점이 있죠. 2층과의 호흡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 S석은 단층이 되면서 인천 서포터들의 응원 결집이 쉬운 이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장에 입장하는 인천 서포터들의 규모가 커지면 엄청난 응원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만의 또 다른 강점을 꼽으라면 주요 관광지와 가깝습니다. 도원역에서 1~2 정거장 더 이동하면 동인천역과 인천역이 있습니다. 두 역을 통해서 차이나타운, 월미도, 자유공원 같은 인천을 대표하는 명소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동인천역 근처에는 화평동 냉면거리, 동인천 삼치거리가 조성됐죠. 차이나타운과 월미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공간이며 자유공원은 해마다 봄이 되면 아름다운 벚꽃 풍경을 연출합니다. 바다 경치까지 볼 수 있죠.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에서 K리그의 생생한 열기를 느끼면서, 때로는 인천의 특색을 즐기면서, 인천이 자랑하는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을 보내는데 충분합니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 개장 경기 열기 속으로

킥 오프 직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의 역사적인 개장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원정팀 수원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경기가 시작하자 수원 서포터 쪽에서 수많은 휴지폭탄이 등장했습니다. 원정팀답지 않게 멋진 응원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K리그의 대표적인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수원이라서 가능한 장면 같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휴지폭탄이 날아들면서 경기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스태프들이 그라운드 안으로 날아든 휴지폭탄을 정리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이 그라운드와 관중석 거리가 가깝다 보니 휴지폭탄 응원의 단점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하프타임에는 걸 그룹 에이핑크 공연이 있었습니다. 에이핑크는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 개장에 저희 에이핑크를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접 와서 보니까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경기장을 홈으로 쓰게 된 인천 유나이티드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저희 에이핑크가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으며 '몰라요' '마이마이(MY MY)' 같은 히트곡을 선보였습니다.

인천 서포터들은 후반전이 시작되자 대형 통천을 펼친 것과 동시에 홍염을 피웠습니다. 하지만 장내 아나운서가 제지하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더 이상 홍염 응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K리그에서 홍염은 금지입니다.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죠. 예를 들면 홍염을 그라운드 쪽으로 던지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수원-가시마 경기가 진행된 빅버드에서는 가시마 서포터즈가 홍염 응원을 했습니다. 그러자 AFC가 가시마에게 벌금 5000달러(약 560만원)를 부과했습니다.


인천과 수원의 경기 장면. 두 팀의 맞대결은 수원의 2:0 승리로 끝났습니다. 한때 인천의 스타플레이어로 주목 받았던 수원 공격수 라돈치치가 전반 29분 오범석이 오른쪽 측면에서 찔러준 패스를 골문 중앙에서 밀어 넣으면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34분에는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터뜨렸습니다. 친정팀 인천을 상대로 2골을 기록했습니다.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 개장 경기로써 '인천의 축제'로 주목을 끌었지만, 오히려 라돈치치가 2골을 넣으면서 이날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수원 선수들과 서포터들은 경기 종료 후 만세삼창을 외치며 승리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지난 4일 부산전 1-0 승리에 이어 시즌 2연승을 기록하면서 K리그 우승의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라돈치치를 비롯해서 에벨톤, 조동건, 서정진 같은 수준급 공격 옵션들을 영입하면서 화력을 보강했고 염기훈(경찰청 입대) 공백까지 해결했습니다. 또한 2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펼치면서 수비가 안정됐습니다. 보스나-곽광선 센터백 조합이 새롭게 구축되면서 기존 수비수들의 순발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메웠습니다. 수원의 안정된 경기력은 공격 옵션들의 적극적인 포어체킹, 이용래-박현범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착실한 움직임도 한 몫을 했습니다.

반면 인천은 수원을 넘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0-2로 졌지만 경기 흐름에서는 수비 쪽에서 열심히 했던 흔적이 보였습니다. 골키퍼 유현의 선방도 있었죠. 하지만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던 설기현에 의존하는 공격 패턴이 보스나를 비롯한 수원 수비수들에게 읽힌 것이 결정적 패인입니다. 인천 팬들의 무한 사랑을 받으려면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 개장 경기에서 이길 필요가 있었지만 끝내 수원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관중을 맞이하려면 경기력 향상이 필요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본 포스트는 스포츠토토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