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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시티 숨은 에이스는 야야 투레였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 스포르팅 리스본 원정에서 0-1로 패했습니다. 2차전에서 최소 2-0으로 이겨야 8강 진출에 성공하지만 1차전에서의 답답한 경기력이 또 연출되면 탈락할지 모릅니다. 1차전에서는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몸 놀림이 둔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코-아궤로 투톱이 부진했고 다비드 실바가 평소와 달리 공격의 맥을 풀지 못하면서 팀의 무득점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야야 투레의 경고 누적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했습니다.

[사진=야야 투레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cfc.co.uk)]

맨시티는 배리-데 용을 중앙 미드필더에 배치했습니다. 팀이 평소처럼 활발한 공격을 펼치기에는 두 미드필더가 넓은 활동 폭을 기반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성향이 아닙니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배리-데 용이 4-2-3-1의 더블 볼란치를 맡으면서 팀의 허리를 지탱했습니다. 투레가 공격형 미드필더였기 때문에 두 선수의 공존이 가능했습니다. 올 시즌에는 맨시티가 4-4-2로 전환했습니다. 투레가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가면서 데 용의 출전 비중이 줄었습니다. 데 용은 수비력에 비해서 공격력이 취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투레는 박스 투 박스로서 다양한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합니다.

평소 투레가 중원을 책임질때는 실바-아궤로를 주축으로 나스리-발로텔리까지 가세하는 창의적인 공격전개가 가능합니다. 투레가 가운데 공간을 부지런히 누비면서 때로는 측면까지 움직이고 쉴새없이 패스를 연결하면서 테크니션들의 공격 전개가 편해집니다. 더욱이 투레는 빼어난 피지컬과 수비력을 겸비했습니다. 항상 한결같은 경기력을 발휘하며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감독 입장에서 믿고 맡길 수 밖에 없죠. 때로는 투레의 혹사가 염려되지만 그만큼 맨시티 전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레가 빠지면 맨시티 공격의 세기가 약해집니다. 스포르팅 리스본 원정 패배를 봐도 공격 옵션들의 맥빠진 연계 플레이가 거듭됩니다. 후반 26분에 조커로 투입했던 발로텔리가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개인기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분발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전인 후반 14분에는 배리를 빼고 나스리가 중원을 책임졌지만 팀의 점유율이 늘어났을 뿐 실속 넘치는 공격 전개가 되풀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공격 패턴이 상대 수비에게 읽혔습니다.

맨시티는 투레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되었을 때 경기력이 다운된 경험이 있습니다. 투레가 없었던 1월 8일 맨유전(FA컵)부터 2월 12일 애스턴 빌라전까지 8경기에서 4승1무3패를 기록했습니다. 그 중에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는 4승1패로 선전했지만 칼링컵 4강 1~2차전 리버풀전, FA컵 3라운드 맨유전에서는 승리가 없었습니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투레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는 뜻이죠. 이번 스포르팅 리스본전에서도 그랬습니다.

맨시티의 투레 공백이 커다란 이유는 '투레를 대체할 적임자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프리미어리그라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필요한 리그에서 만능적인 역할을 소화하면서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중앙 미드필더는 흔치 않습니다. 흔히 투레의 단점으로 지나친 공격 본능이 지적됩니다. FC 바르셀로나 시절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종종 뒷 공간을 내줬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맨시티에서는 저절로 해결됐습니다. 배리가 투레에 비해서 수비적인 비중이 많았으니까요. 그런 투레는 배리의 커버 플레이에 힘을 받으며 전방 공격이 자유로워졌고 실바-아궤로 화력까지 힘을 얻게 됐습니다.
 
투레의 공격 본능은 맨시티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즌 48경기에서 13골 넣었고 올 시즌 32경기에서는 6골 기록했습니다.(각종 경기 포함) 골이 드물었던 바르셀로나 시절에 비해서 득점력이 좋아졌습니다. 맨시티가 투레의 공격 역량을 팀 전술에 충분히 반영했다는 뜻이죠. 그래서 투레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투레 출전 유무에 따라 팀 경기력이 그때마다 달라지는 단점은 맨시티의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투레의 활약상은 2000년대 첼시의 황금기를 주도했던 마이클 에시엔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리뉴 체제에서는 에시엔이 중원에서 구김살없이 버텨주면서 팀이 여러차례 우승했습니다. 반면 스콜라리 체제에서는 에시엔이 장기간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팀의 중원 위력이 약해졌고 감독 경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첼시가 히딩크 체제에서 기력을 회복한 것은 에시엔이 성공적으로 복귀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중앙 미드필더의 존재감이 팀 경기력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던 대표적 사례입니다. 맨유는 중앙 공격의 저조함을 만회하고자 폴 스콜스를 복귀시켰죠. 맨시티는 2000년대 에시엔에 결코 밀리지 않는 투레가 버티고 있습니다.

오는 16일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서는 투레의 출전이 가능합니다. 맨시티가 최소 2-0으로 이길지 의문이지만 1차전에 비해서 공격력이 탄력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던 과부하가 염려되지만 투레 입장에서는 1차전 결장이 간만에 휴식을 취했던 계기가 됐습니다. 맨시티 우승을 위해 앞으로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하는 만큼 숨 고르기가 필요했습니다. 여론에서는 맨시티 에이스를 실바 또는 아궤로라고 주목하는 듯한 눈치지만, 맨시티의 숨은 에이스는 투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