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8년 5월초 경기도 연천에서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 행사 알바를 했습니다. 원시인 복장을 입고, 가발을 쓰고, 파운데이션으로 피부를 까맣게 칠하면서 말입니다. 상의는 완전히 탈의 상태입니다. 구석기 시대에는 신발이 없었죠. 그래서 맨발로 행사장을 다녔습니다. 특히 어린이 입장에서는 저 같은 원시인 알바생이 신기하게 보였겠죠. 행사 기간 중에 어린이날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30대에 접어드는 시점이라 원시인 알바를 못하겠지만 그때는 무슨일이든 덤벼들 패기가 있었습니다.


축제 개막 행사가 열렸을 때였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많은 귀빈들이 참석했습니다. 제가 처음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봤던 장소는 무대 옆쪽입니다. 무대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원시인 알바생들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눈을 마주치면서 자연스럽게 악수를 했습니다. 저도 손을 내밀었습니다. 유명인과 악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까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웃으면서 "어디서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반갑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알바가 끝나는 타이밍에 유명인과 악수했으니 기분이 좋았죠.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유명인과 손을 잡았으니 말입니다. 그때는 순간적인 행복으로 생각했습니다.

불행히도 2008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의 추억은 점점 잊혀졌습니다. 그때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광역단체장으로만 생각했으니까요. 저는 서울시민입니다. 저의 '투표근'으로 경기도지사를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4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고 개인적인 가치관까지 변화하면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웃으면서 악수했던 일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김문수 경기도지사 블로거 간담회가 끝나고 집에서 행사 파일을 정리하면서 옛날의 추억을 느끼게 됐습니다. 저의 기억력이 약해졌다는 뜻이죠.


지난 7일 경기도 수원 '경기 여성비전센터' 1층 대강당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블로거 간담회가 진행됐습니다. '한국 최고의 블로그 미디어 네트워크' TNM(티엔엠미디어)가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블로거가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TNM에서는 <블로거가 간다>라는 콘셉트의 일환으로 다양한 정치인과 블로거가 만나는 시리즈를 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블로거 간담회가 있었고 이번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블로거 간담회가 개최됐습니다.


제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의 4년 전 추억을 잊지 않았다면 블로거 간담회가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사실, 행사장 분위기가 '예상외로' 격렬했거든요. 지난해 연말에 불거졌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전화 통화 논란을 놓고 블로거와의 의견 대립이 있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19 논란에 대해서 "끝장 토론을 하자", "밤을 새도 괜찮다"고 말했을 정도로 충분히 해명하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블로거들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별 탈 없이 행사를 마무리했지만요.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행사장에 전해졌다면 그때보다 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을지 모릅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행사장에 도착해서 블로거들과 악수하는 모습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외국인 블로거와 악수를 나누면서 명함을 전달했습니다.


영어로 소통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저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4년만에 악수를 했네요.


저는 트위터를 통해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블로거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블로거 간담회에 앞서 퓨전 국악팀 축하공연이 진행됐습니다.


블로거 간담회 사회는 정운현 전 TNM 공동대표(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현 진실의 길 편집장)님께서 맡으셨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블로거 간담회 패널 질문에서는 경기도 비전, 정책, 교육, 육아, 복지, 경제, 창업, 교통 및 도민 화합과 관련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자유 질문에서는 경기도의 이미지, 119 전화통화 논란, 관등성명, 택시 운전, 프로야구 제10구단, MBC 파업등과 관련된 Q&A 시간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질문과 답변 내용은 블로거 간담회에 참석했던 블로거분들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블로거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블로거 간담회 첫 질문은 浮雲(부운)님이 시작했습니다. "경기도만 유일한, 가장 자랑하고 싶은 행정내용과 다른 지자체 사업중에서 본받고픈 내용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라는 질문에 대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답변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리타님은 경기도 창업 지원에 대해서 질문을 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답변입니다.


generalist 칸님은 비정규직 관련 질문을 하셨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답변입니다.


그리고 저의 질문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저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청춘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파란만장한 청년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죠. 1970년대 노동 운동을 하다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대학교에서 제적되었고, 서울지역 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 시절이었던 1986년에 구속되고 고문을 받고 2년 6개월간 복역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정치적인 답변을 원했던 것은 아닙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과거를 보면서 '쉽지 않은 청춘을 보낸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만큼, 지금의 청춘들에게 어떤 조언을 내리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효리사랑 : 최근에 유명인사들이 청춘을 위한 강연을 많이 하는데요. 작년에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로 선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춘들이 취업, 비정규직, 알바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입니다. 도지사님이 청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 요즘에 굉장히 기회가 없고, 앞으로는 더 힘드실 겁니다. 왜냐하면 젊은이들 숫자는 줄고 노인들 수명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나이는 들었습니다만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것은, 어려운 과정에서도 여러분들 시집 장가를 가시기 부탁드립니다. 시집 장가를 가는 것은 꼭 돈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장가를 갈때 사실 직장이 제대로 없었어요. 공장에서 해고되고 우리 집 사람이 공장에서 다니면서 해고자들과 모이면서 조그만 장사를 했었죠.

청춘은 만나면 불똥이 팡팡 튀는 것 아닙니까. (지금은) 남녀간에 따지는게 너무 많아요. 아파트가 어디 있느냐, 일자리가 얼마나 좋으냐 너무 따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시집 장가는 청춘남녀의 기본적인 만남입니다. 그 다음에 시집 장가를 가야지 가정이 이루어지고, 집도 생기고, 책임감도 있고, 일자리가 생기고 이렇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보면 아이가 생기고, 이렇게 인생이 흘러가죠.

인류 사회가 다 시집 장가 안가고, 애도 안낳고, 서로 사랑을 안한다면, 수 틀린다고 부부가 헤어지면 인류사회 유지가 안되잖아요. 사회의 가장 기본이 남녀가 결혼하는 것 아닙니까. 남녀가 결혼을 안하면 이 사회가 50년 뒤에 다 타는거죠. 어떤 직장보다, 어떤 아파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집 장가를 가는 겁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집안에서 '인기없으니 그런 소리 하지 마라. 혀 떨어진다'고 합니다. 혀가 떨어져도 저는 할말을 해야겠습니다.
 
청춘남녀가 불꽃 튀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도 낳고, 그러면 다 해결 됩니다. 애를 낳으면 애를 굶겨 죽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한심한 사회는 아닙니다. 시집 장가를 가는 분들에게 아파트가 먼저 생길 것이지, 혼자 사는 사람은 아파트가 먼저 안생깁니다. 일자리를 소개할 때 시집 장가를 가는 가장이나 엄마들에게 일자리를 먼저 드리지, 애도 없고 시집 장가를 안가는 처녀 총각들에게는 일자리를 절대 보내지 않습니다. 그 점에서 정말 기본적이고 서로 사랑하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가정을 이루세요. 한 번 결혼했으면 참고요. 그것을 꼭 말하고 싶어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청춘들에게 결혼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직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돈이 많은 청년이라도 결혼하지 않으면 나중에 외로워지기 쉽죠.(싱글도 자신의 마인드에 따라서 개인차가 있겠지만) 저는 결혼을 안했지만, 저의 주위에 결혼했거나 애를 낳은 친구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정이 꾸려지는 모습을 보게 되죠.

그런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답변은 저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20대를 헛되이 보냈던 것은 아닙니다. 이미 지금의 분야에서 나름의 성과를 냈었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결혼을 안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성교제 경험이 없었죠. 연애하는 노하우도 없습니다. 외로움을 느낄때가 많으면서 말이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저의 새로운 미래를 개인적인 초점에만 매달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설날에 부모님께 세배할때 항상 처음에 "결혼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청춘들에게 결혼을 당부한 것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거 간담회를 통해서 느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소통을 즐기는 분' 이었습니다. 행사는 저녁 9시에 끝날 계획이었으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19 전화 통화 논란과 관련해서 의견을 더 주고 받으려는 마음을 표현해서 9시 30분에 끝났습니다. 119 전화 통화 논란으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지만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 논란 뿐만 아니라 경기도 각종 현안에 대해서 충분한 언급을 했습니다. 평소 소통에 소극적인 유형이었다면 자신에게 골치 아픈 논란을 회피하려는 반응을 내비쳤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제가 김문수 경기도지사 의견에 공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대중들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자신과의 의견 대립을 대화로 풀려는 마음을 보면서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어떤 분인지 자세하게 알게 되었던 블로거 간담회 였습니다. 참으로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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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