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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널vs첼시, '결정적 차이' 한 가지

 

4위 경쟁을 펼치는 '런던 라이벌' 아스널과 첼시의 희비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에서 엇갈렸습니다. 아스널은 리버풀 원정에서 로빈 판 페르시가 2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주도했습니다. 반면 첼시는 웨스트 브로미치 원정에서 누구도 골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0-1로 패했습니다. 이로써 아스널은 승점 49점을 기록하면서 5위 첼시(46점)를 제치고 4위를 내달렸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4위권 바깥에 머물렀던 시간이 많았지만 최근 토트넘(5-2) 리버풀(2-1) 같은 강팀들을 제압하면서 승점 관리에 탄력을 얻었습니다.

[사진=로빈 판 페르시-페르난도 토레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아스널과 첼시의 27라운드 공통점은 원정에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는 점입니다. 아스널은 2-1로 이겼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중원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고 수비력 불안까지 겹치면서 상대팀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경우가 빈번했죠. 후반 2분에는 미켈 아르테타가 조던 헨더슨 어깨에 가격 당하면서 턱을 다쳤고 뇌진탕 증세까지 겹치는 불상사가 벌어졌습니다. 판 페르시의 두 골, 골키퍼 보이치에흐 스체스니의 페널티킥 선방이 없었다면 경기에서 패했을지 모릅니다. 힘들게 승점 3점을 따낸 것이 값진 또 다른 이유는 리버풀에게 리그 홈 경기 첫 패를 안겨줬습니다. '한때 빅4였던' 리버풀은 아스널전 패배로 7위에 머물렀습니다.

첼시는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점유율에서 46-54(%)로 앞섰지만 슈팅에서 13-25(유효 슈팅 2-7,개) 열세를 나타내면서 상대팀보다 골 기회가 적었습니다. 웨스트 브로미치의 균형잡힌 수비 라인을 뚫기에는 디디에 드록바를 비롯한 공격 옵션들의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다니엘 스터리지가 골 기회를 놓친 것, 말루다-하미레스 같은 몇몇 선수들의 부진도 아쉽습니다. 문제는 후반 31분 마이클 에시엔을 대신해서 교체 투입한 선수가 페르난도 토레스 입니다.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격수를 늘렸지만 드록바-토레스 조합은 지금까지 실패작 이었습니다. 오히려 에시엔이 빠지면서 중원 응집력이 약해졌고 몇분 뒤에 실점했습니다. 교체 작전에 실패한 벤치도 패배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첼시에 판 페르시 아바타가 있었다면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승점을 따낼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었다고 봅니다. 판 페르시는 최전방에서 직접 골을 해결짓는 능력이 강합니다. 리버풀전에서 전반 31분 바카리 사냐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마무리지었고, 후반 47분에는 송 빌롱이 멀리서 띄운 롱 패스를 골문 가까이에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역전골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두번째 골은 자신만의 클래스를 보여줬던 득점 장면입니다. 아울러,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0번째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그만큼 해결사 기질이 뛰어납니다. 첼시는 판 페르시처럼 확실하게 골을 결정지을 최전방 공격수가 없는 것이 리스크로 작용했죠.

아스널과 첼시의 결정적 차이는 최전방 공격수의 득점 역량입니다. 판 페르시(27경기 25골, 아스널) 드록바(16경기 4골) 토레스(21경기 2골, 이상 첼시)의 골 기록이 대조적입니다. 판 페르시는 아스널에게 '난세의 영웅' 같은 존재였지만 드록바-토레스는 팀 공헌도가 떨어집니다. 첼시의 두 공격수는 불과 1~2시즌 전까지 판 페르시보다 리그에서의 영향력이 강했습니다. 드록바는 지난 몇 시즌 동안 첼시의 영광을 이끌면서 2009/10시즌 리그 득점왕을 달성했습니다. 토레스는 리버풀을 대표하는 골잡이로 이름을 날렸죠. 그때까지는 판 페르시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아스널팬들을 안타깝게했던 시절입니다. 런던 두 팀 공격수들의 우열은 올 시즌에 뒤바뀌고 말았죠.

드록바의 득점력 저하는 어쩔 수 없습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라서 많은 것을 바라기 어렵습니다. 첼시의 토레스 영입이 실패작임을 꼬집는 대목입니다. 당시 토레스는 이전 시즌에 비해 공격력이 다운된 상태에서 2010/11시즌 전반기를 보냈죠. 그럼에도 첼시는 토레스 영입을 위해 5000만 파운드(약 888억원)의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투자합니다. 팀에 새로운 먹튀가 늘어나는 역효과를 맞이했습니다. 득점 감각이 무르익은 선수를 영입했다면 더 좋았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는 공격수를 영입한다는 루머만 무성했을 뿐, 즉시 활용 가능한 공격 옵션을 수혈하지 못했습니다. 드록바-토레스 만으로는 시즌 후반기 최전방을 꾸리기가 역부족이었죠. 시즌 종료 후 방출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반면 판 페르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치켜세우기에 충분합니다. 개인 공격력만을 놓고 보면 메시-호날두 같은 당대 축구 천재들에게 뒤질 것이 없습니다.(메시-호날두에 비해서 팀 클래스가 약한 것이 불운이지만) 리그 27경기에서 25골 넣으면서 경기당 0.925골을 기록했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30골 고지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득점 순위에서는 2위 웨인 루니(17골, 맨유)를 8골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아스널이 시즌 내내 어수선한 경기력을 일관했음에도 4위를 기록했던 것은 판 페르시의 존재감이 컸습니다. 판 페르시가 없는 아스널이었다면 아마도 상위권에 없었을지 모릅니다.

판 페르시의 물 오른 득점 질주는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리버풀전에서는 사타구니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섰지만 풀타임 출전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거듭됐던 과부하가 변수지만 지금까지는 아스널 진출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드록바가 내리막에 접어들면서 토레스마저 장기간 슬럼프에 빠진 첼시와 다른 행보입니다.

다른 시각으로 글을 마무리하면, 첼시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형 공격수를 영입해야 합니다. 몇위로 시즌을 마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4위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할 것입니다. 5위로 밀릴 경우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면서 특출난 득점력을 자랑하는 공격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릅니다. 만약 4위로 시즌을 끝내면 판 페르시 영입을 염두할지 모를 일이죠.(지금까지 구체적 루머는 없었지만) 5위로 끝날 경우 맨시티-레알 마드리드 같은 부자 클럽들이 판 페르시 영입전에서 앞설지 모릅니다. 아스널은 판 페르시 잔류에 많은 신경을 써야겠죠. 지금까지 판 페르시 효과에 힘입어 4위권 안에 포함되었지만, 판 페르시를 향한 부자 클럽들의 영입 구애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