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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아깝게 승리를 놓친 모스크바 원정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모스크바 원정에서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승리를 놓쳤습니다. 22일 오전 2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CSKA 모스크바전에서 1-1로 비겼습니다. 전반 28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후반 48분 폰투스 베른블룸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16강 2차전에서 이기거나 0-0 무승부를 기록해야 8강 진출이 가능합니다. 최근 모스크바 입단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인성은 결장했습니다.

[사진=CSKA 모스크바 원정 1-1 무승부를 발표한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realmadrid.com)]

레알, 경기 막판 실점으로 승리 놓쳤다

경기 초반에는 홈팀 모스크바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선 수비-후 역습을 기본 골격으로 유지하면서 레알과의 기동력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레알이 빌드업을 시도할 때는 공격 옵션들이 포어체킹을 시도했고, 상대팀이 박스 바깥에서 공격을 풀어갈때는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의 간격을 좁히면서 존 디펜스를 유지했습니다. 점유율에서는 4:6으로 레알에게 밀렸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대등한 관계였습니다. 토시치-무사 같은 좌우 윙어까지 포함해서 발 빠른 공격 옵션들이 두루 포진했고,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이 넓은 것이 강점입니다.

레알은 전반 15분 벤제마가 오른쪽 다리 부상으로 교체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이과인을 첫번째 조커로 내세웠지만 이른 시간에 주력 선수를 잃었기 때문인지 공격의 무게감이 부족했습니다. 20분 이후에는 모스크바 포어체킹에 고전하면서 공격 전개 속도가 늦었습니다. 점유율이 많았을 뿐 패스 지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앞쪽으로 볼을 찔러주기가 쉽지 않았죠. 22분에는 수비진에서 롱볼이 나왔지만 모스크바 선수들에게 차단 당했습니다. 26분에는 호날두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지만 상대 선수 두 명의 압박을 받았기 때문인지 볼이 부정확하게 향했습니다. 모스크바가 예상 외로 경기 초반에 선전했습니다.

적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레알은 전반 28분 호날두 선제골로 힘을 얻었습니다. 코엔트랑이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우자 박스 쪽에서 토시치의 클리어링 실수가 있었습니다. 박스 오른쪽에서 대기했던 호날두가 왼발로 밀어넣으면서 레알이 1-0으로 앞섰습니다.(공교롭게도 토시치, 호날두는 2009년 상반기 맨유에서 함께 뛰었습니다.) 모스크바의 수비 실수를 이용한 골 장면 이었습니다. 원정팀 입장에서 값진 골을 넣었죠. 1-0 이후 한동안 공격이 소강 상태에 빠졌지만 1골 앞섰기 때문인지 경기를 조급하게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모스크바에게 몇차례 역습을 받았으나 포백 라인 컨트롤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실점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모스크바 입장에서는 전반전 실점이 아쉬웠습니다. 16강 2차전이 원정이라서 1차전 홈 경기를 이겨야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한 번의 수비 실수로 호날두에게 실점을 내줬습니다. 1차전 승리를 위해서 두 골을 넣어야 합니다. 실점하지 않았다면 후반전 공격 부담이 덜했겠죠. 문제는 전반전 공격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공격 옵션들의 포어체킹이 많았을 뿐 팀의 공격 전개때는 레알 선수를 제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수비하느라 기력이 빠졌죠. 특히 무사는 코엔트랑에게 봉쇄 당하면서 토시치쪽으로 공격이 쏠렸습니다. 토시치는 레알의 협력 수비를 받으면서 돌파가 쉽지 않았죠. 자고예프-둠비아 투톱은 레알 수비 앞에서 존재감이 약했습니다. 또한 팀 공격이 전체적으로 패스 미스가 잦았습니다.

레알은 후반 초반 모스크바의 거센 압박을 받았습니다.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모스크바 선수들의 협력 수비와 대치했습니다. 이과인이 볼을 터치하기가 쉽지 않았죠. 다행히 상대팀이 공격 과정에서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하면서 어렵지 않게 경기를 풀었습니다. 수비쪽에서는 코엔트랑이 무사의 발을 꽁꽁 묶었고, 알론소-케디라 중원 조합이 포백을 튼튼하게 보호하면서 페페-라모스의 수비 부담이 덜했습니다. 원정에서 안정적인 수비 형태를 유지하면서 모스크바의 기를 눌렀습니다.

모스크바는 후반 19분 무사를 빼고 올리세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교체 타이밍이 빨랐으면 더 좋았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무사를 후반전에도 믿고 가기에는 전반전 경기력이 안좋았고 팀 공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선수를 바꿨다면 반전을 노릴 시간이 많았을 겁니다. 22분에는 혼다가 알도닌을 대신해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됐습니다. 2분 뒤 먼 거리에서 왼발 프리킥을 날렸지만 볼의 세기가 약해지면서 골키퍼 카시야스 선방에 막혔습니다. 그 이후에는 중원 밑으로 처지면서 수비에 가담하거나 1차패스에 관여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일본 대표팀에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때로는 원톱으로 전환하면서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과 상반된 플레이입니다.

레알이 추가골을 넣기에는 이과인 부진이 아쉬움에 남았습니다. 호날두-외질-카예혼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모스크바 선수들의 끈질긴 견제를 받으면서 이과인이 공격에 관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과인 개인 경기력보다는 팀의 공격 상황이 여의치 않았죠. 하지만 상대 중앙 수비를 분산시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시도했다면 동료 선수들의 중앙 접근이 원활했을 것입니다. 때때로 최전방을 비우고 왼쪽 미드필더로 이동하면서 연계 플레이에 관여했지만 중앙에서 대신 공격을 맡을 선수의 존재감이 약했습니다. 벤제마 부상이 없었다면 경기 흐름이 달라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공격력 저하에 빠진 레알은 경기 종료 직전 모스크바에게 뜻하지 않은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후반 48분 베른블룸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1-1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모스크바는 행운의 동점골로 패배를 모면했습니다. 자고예프의 오른쪽 측면 프리킥이 바실리 베레주츠키-알렉세이 베레주츠키 헤딩 패스에 이어 베른블룸이 골문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습니다. 레알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통한의 실점을 허용했죠. 1-0 이후 추가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16강 1차전 모스크바 원정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