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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경제

축구 블로거,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하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FC서울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가 진행됐습니다.  경기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마이크를 잡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관중들이 박수를 보냈죠. 저와 가까이에 있었던 분은 박원순 이름 석자를 외치며 기뻐했습니다. 저는 진보 성향이라 박원순 시장을 좋아해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박원순 시장과 인터뷰 하고 싶다'

잠깐 시사 이야기로 방향을 틀면, 저는 박원순 시장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선거 이전부터 무상급식 실시, 반값 등록금 실현, 청년 창업 적극 지원, 그 외 복지 향상에 의욕적으로 실행할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전면 실시되었고 서울시립대 등록금이 50% 인하되었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나는 꼼수다에서 '선거, 투표는 자기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이죠'라고 말했듯, 선거는 사람의 현재와 미래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저는 박원순 시장에게 유익한 복지 정책 실현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축구팬으로서 박원순 시장에게 바랬던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2의 K리그 서울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에는 FC서울이라는 K리그 구단이 있지만 한 팀으로는 부족합니다. 프로야구는 LG 트윈스-두산 베어스-넥센 히어로즈, 프로농구는 서울 삼성 썬더스-서울 SK 나이츠가 서울을 연고로 합니다. 야구와 농구는 2~3팀씩 서울을 연고지로 활용하지만 축구는 한 팀에 불과합니다. 유럽 축구처럼 도시 라이벌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그로인해 K리그는 스토리가 부족합니다. 이야깃거리가 빈약하면 프로스포츠로서의 흥행이 힘듭니다.

서울을 연고로 두는 프로스포츠 팀들은 기업 구단입니다. 하지만 K리그에서 기업 구단이 마지막으로 창단된 시기는 1995년 12월이며 그 팀은 수원 블루윙즈 입니다. 부산 아이파크의 경우는 2000년 부산 대우를 인수한 형태였죠. 16~17년 동안 시도민구단들의 창단이 진행됐습니다. 패러다임이 바뀌기 전까지는 K리그에서 기업 구단의 창단은 흔치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울에 제2의 K리그 팀이 등장하려면 시민 구단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또는 챌린저스리그(전 K3리그)에 소속된 서울 유나이티드의 숙원인 K리그 진출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두 개의 시나리오는 서울시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는 박원순 시장에게 제2의 K리그 서울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문의할 수 있지만, 다른 민원들에 비하면 금방 해결 될 사안이 아닙니다. 스포츠 이슈가 다른 분야에 가려져 묻힐지 모르니까요. 박원순 시장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평소 좋아하는 분이라 인터뷰 하고 싶었죠. 어느 모 단체 모임을 통해서 안희정 충남 지사(2010년 10월) 송영길 인천 시장(2011년 3월 인터뷰 성사)에게 축구 이슈를 질문했던 것 처럼 말입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시장 블로거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2월 3일은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의미있는 날에 진행되는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한국 최고의 블로그 미디어 네트워크' TNM(티엔엠미디어)이 주관하는 행사라서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14세 블로거' 상우님과 외국인 블로거 3명을 포함한 총 30명의 블로거가 참석했으며 아프리카에서 생중계 됐습니다. 저의 가족은 아프리카를 통해서 박원순 시장의 블로거 간담회를 시청했죠.


블로거 간담회가 시작되기 직전입니다. 행사장 의자 배치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블로거들과 박원순 시장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대화를 나누지 않을까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의자들이 한쪽으로 몰렸습니다.


의자 배치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박원순 시장과 블로거들이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서로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첫번째줄 중앙에 앉았습니다.


행사장 뒷쪽에는 아리수, 과일주스, 과자, 샌드위치가 마련됐습니다. 저는 샌드위치와 아리수로 저녁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서울시청에서 먹는 샌드위치. 정말 맛있습니다.


블로거들의 명찰입니다.


블로거 간담회 사회는 정운현 전 TNM 공동대표(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님께서 맡으셨습니다. 정운현 전 대표님은 간담회 시작전에 저의 인사를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제가 2010년 다음 뷰 블로거 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축하 하셨습니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님이 등장했습니다.


블로거 간담회가 시작했습니다.


박원순 시장 옆에 놓여졌던 모니터 입니다. 블로거 간담회가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생중계 되는지 알 수 있었죠. 제가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하는 모습이 아프리카에 나왔겠죠.


블로거 간담회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많은 블로거분들이 박원순 시장의 말을 듣고, 종이에 받아쓰고,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블로거는 아닌 것 같지만 생중계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행사장 뒷쪽에는 언론사 기자도 있었습니다.


블로거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박원순 시장. 블로거 간담회는 10분이 간담회 이전에 블로거 패널로 선정되어 먼저 질문을 했습니다. 10개의 질문은 중요성이 높은 내용입니다.(저의 질문은 자유질문 시간에 해당됐습니다.)

첫 테이프를 끊으셨던 '14세 블로거' 상우님은 '현재 서울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더불어 시장님께서 만들고 싶은 서울시의 모습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하셨고, mcfuture님이 정책, Bliss님이 대학 등록금, 바람몰이님이 교육, 연제연겸아빠님이 사회복지, 길포토님이 서민경제, 그만님이 창업지원, charlie님이 생활/건강, '외국인 블로거' widhi님이 교통, 미스터브랜드님이 경기도와의 관계에 대해서 질문을 했습니다. 박원순 시장님의 답변은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언론에
 기사로 보도된 내용도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블로거들의 질문을 종이에 적으며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답변하는 모습


[동영상=박원순 시장은 SNS를 통해 올라온 질문을 답변했습니다. (C) 효리사랑 직접 촬영]


저는 자유질문 시간이 다가오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초 축구 관련 질문을 2개 준비했지만 간담회 종료 시간이 얼마 안남았고, 질문을 기다리는 블로거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 1개를 줄였습니다. 저의 질문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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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사랑 : '서울 인구 숫자가 천만명임을 감안하면 서울을 연고로 하는 또 다른 K리그 팀이 필요하다'는 것이 축구팬들의 의견입니다. 제2의 K리그 서울팀이 생기면 FC서울이랑 '서울 라이벌'이 형성되면서 K리그가 흥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축구를 통해서 서울에 애착을 느끼는 분들이 많겠죠.

그것과 관련해서, 앞으로 시민구단 형태로 K리그 축구팀을 창단하실 생각인지, 아니면 이미 시민구단으로 활동중인 서울 유나이티드라는 K3리그(현 챌린저스리그) 축구팀의 K리그 진출을 도와주실 생각인지, 아직 제2의 서울 연고 K리그 팀은 시기상조인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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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은 저에게 "제가 그것(시민구단 창단하면)을 하면 효리사랑님은 원순사랑으로 바꿀 수 있는거죠?"라고 웃으면서 답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웃으셨죠. 박원순 시장님은 "제가 축구는 잘 모릅니다"라고 운을 띄운 뒤 "서울 유나이티드는 아름다운 재단과 같이 했었죠.(서울 유나이티드는 2007년에 아름다운재단과 기부 약정식을 맺었습니다. 경기장 입장 수익의 1%를 기부하는 형태였죠. 당시 박원순 시장은 아름다운재단의 총괄상임이사를 맡으셨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서울 유나이티드가) 어떤 도움이 가능한지 여러가지 검토하고 지켜보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마무리 했습니다.


저의 질문은 박원순 시장이 간담회에서 짧게 답변했던 내용 중 하나였습니다. 축구는 잘 모른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분이라도 길게 답변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사실, 제2의 K리그 서울팀 창단은 축구팬들의 희망사항이지만 서울시에서 직접적으로 나섰던 사안은 아닙니다. 이미 FC서울이라는 K리그 팀이 있으니까요. 어딘가에서 K리그 서울팀을 창단한다는 말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미미했던 것으로 압니다.


저는 박원순 시장의 자세한 답변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질문 목적은 박원순 시장에게 제2의 K리그 서울팀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다른 K리그 시도민구단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서울 시민구단 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인구는 천만명이며, 수많은 기업들이 서울에 위치했고, 구단은 잠재적으로 많은 스폰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K리그에 승강제가 적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국내 축구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이며, 승강제 정착이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지금의 프로야구와 대등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서울 시민구단은 많은 축구팬들이 '진정한 서울팀'이라고 자부심을 느끼겠죠. 시민구단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는 제2의 K리그 서울팀 창단은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사진=서울 유나이티드 서포터들의 서포팅 장면. 서울 유나이티드는 오랫동안 K리그 진출을 갈망했던 서울의 시민구단 입니다.]

박원순 시장 인터뷰 답변에서 반가운 것은, 지금도 서울 유나이티드를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서울 유나이티드는 2007년 챌린저스리그에 참가했지만 서울시와의 연고 협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꾸준히 추진했지만 서울시가 결정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서울 유나이티드팬이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정확한 내용을 알고 계시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챌린저스리그 원년 우승팀이지만 전임 서울시장 시절에는 서울시와의 관계가 약했던 늬앙스 였습니다. 그래서 송파구, 노원구와 연고 협약을 맺고 리그에 참가했었죠.

서울 유나이티드는 2001년부터 서울 시민구단 창단을 목표로 오랫동안 K리그 진출을 준비했습니다. 2003년에는 15만명의 서명을 받았죠.(저도 서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창단 과정에서 갖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하부리그 창단으로 눈을 낮췄고 2007년에 창설된 챌린저스리그에 참가하여 원년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챌린저스리그내에서 부천FC와의 라이벌 관계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챌린저스리그 A조 4위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B조로 참여합니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블로거분들이 박원순 시장의 취임 100일 축하하는 케이크를 전달했습니다.


케이크 커팅을 앞둔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과 블로거들이 함께 손을 모아 케이크를 커팅하기 직전입니다. 외국인 블로거 두 분도 동참했습니다.


케이크 커팅하는 모습


함께 촛불을 껐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블로거들에게 시장실을 공개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장실을 방문하게 됐어요.


박원순 시장이 청년 창업센터에서 제작된 물품을 블로거들에게 알렸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집무실입니다. 책과 파일로 빼곡했습니다.


박원순 시장 집무실 한쪽 벽 전체는 '원순씨에게 바란다'는 주제로 서울 시민들의 희망사항이 메모로 채워졌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메모를 설명하는 모습


서울 시민들 메모 내용 중에 일부 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특별시 자전거 교통지도를 설명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하나의 포스터를 가리켰습니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이 촬영한 인증샷들이 박원순 시장의 모습으로 합체됐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인증샷을 찍었더군요. 저도 그때는 인증샷을 찍었는데, 집에 도착해보니까 눈을 감고 촬영한 바람에 트위터에 올리지 못했던 아쉬움이 듭니다. 곧 다가올 총선에서는 제대로 인증샷을 찍고 싶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책상에 앉은 모습.


2012년 서울시 예산을 공개했습니다.

박원순 시장과 제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박원순 시장 블로거 간담회. 정말 편안한 자리였어요. 박원순 시장에게 권위적인 느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저희들을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왜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는지 개인적으로 나름의 Feel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자리 배치까지 정말 좋았어요. 정말 뜻깊은 간담회였습니다. 그리고 간담회 준비하셨던 TNM 오피스 직원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