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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과연 맨유는 FA컵 리버풀전 올인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FA컵 4라운드(32강) 상대는 라이벌 리버풀 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28일 저녁 9시 45분 안필드에서 리버풀 원정을 치릅니다. 지난 3라운드(64강)에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3-2로 물리쳤지만 4라운드에서 부담스런 팀을 만나게 됐습니다. 컵대회 토너먼트에서 라이벌 강팀들과 2번 연속 겨루는 것은 흔치 않습니다. 그것도 64강과 32강에서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FA컵 3라운드 상대팀은 리버풀 이었습니다.

[사진=지난해 10월 15일 안필드 원정에서 1-1로 비겼던 맨유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맨유는 최근 리버풀 원정에 약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008/09, 2009/10, 2010/11시즌 리버풀 원정에서 모두 패했고 지난해 10월 15일에는 1-1로 비겼습니다. 3개월 전에는 경기 내용에서 리버풀에게 밀렸지만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후반 35분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승점 1점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웨인 루니가 고질적으로 안필드에 약했습니다. 리버풀이 고향이자, 리버풀의 지역 라이벌 에버턴 선수로 활약했던터라 현지 리버풀 팬들의 야유가 심합니다. 지금까지의 리버풀전 동향을 비춰볼때, 맨유는 FA컵 리버풀 원정에서 힘겨운 일전을 치를 것이며 루니가 평소 기량을 발휘할지 확신 못합니다.

하지만 맨유는 리버풀전에서 패하여도 잃을 것 없습니다. FA컵에서 승리할수록 시즌 후반기 체력 저하 가능성이 커집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선두 맨시티를 따라잡기 위해 매 경기 승점 3점을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며, 유로파리그는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 토너먼트 일정이 빡셉니다. 맨유가 유로파리그에 전념할지는 의문이지만 32강 아약스전 탈락은 강팀으로서 구색이 맞지 못한 시나리오 입니다. 2진급에 가까운 스쿼드를 구성하면 유로파리그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외부의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면 일정선에서 포기하는 것이 정답이죠. 일단 아약스전 1~2차전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만약 리버풀을 이기면 2월 18~20일 사이에 FA컵 5라운드(16강)를 치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경기를 전후로 17일(원정) 24일(홈)에 아약스와 격돌합니다. 주축 선수들의 많은 체력 소모가 예상됩니다. 시즌 전반기처럼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 팀의 핵심 멤버들이 힘들 수 밖에 없죠. FA컵 5라운드와 아약스전 2경기를 모두 이겨도 향후 일정이 어렵습니다. 두 대회 보다는 프리미어리그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맨시티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맨유에게 악몽같은 시나리오 입니다. 앞날의 일정이 부담스럽다면 FA컵 5라운드를 치르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리버풀전을 포기하는 것이죠.

맨유가 리버풀에게 패하면 2월 일정이 여유롭습니다. 아약스전에서 주축 선수를 적당하게 기용할 여유가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일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맨유는 2월 1일 스토크 시티(홈) 6일 첼시(원정) 11일 리버풀(홈) 26일 노리치(원정)와 상대합니다. 모두 까다로운 팀들입니다. 스토크 시티는 체격과 파워에서 부담이 있고, 첼시-리버풀은 라이벌이며, 노리치는 원정 경기 상대입니다. FA컵 5라운드 진출에 실패할지라도 2월 11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복수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맨유가 리버풀전을 올인할지 모릅니다. 지난 맨시티와의 3라운드가 그랬습니다. 가용할 수 있는 최정예 멤버를 활용했습니다. 경기 시작 1~2시간 전에는 폴 스콜스 복귀가 발표된 것과 동시에 후반 중반에 조커로 투입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올드 트래포드에서 1:6으로 대패했던 아픔을 복수하기 위해 FA컵 맨시티전을 포기 안했을지 모릅니다. 맨시티는 라이벌이기 때문이죠. 리버풀도 마찬가지 입니다. 앞날 일정의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라이벌에게 지고 싶지 않을 겁니다.

이번 리버풀 원정은 새로운 대립 관계가 등장했습니다. 파트리스 에브라는 지난해 10월 안필드에서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습니다. 수아레스는 잉글랜드 축구협회(FA)로 부터 8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게 됐습니다. 풀럼전 손가락 욕까지 포함하면 출전 정지가 1경기 더 늘어났죠. FA컵 맨유전에 결장하겠지만, 에브라는 리버풀 원정 출전이 가능합니다. 현지 리버풀 팬들은 안좋은 마음을 품을지 모릅니다. 에브라와 수아레스의 대립을 놓고 보면 맨유 선수들이 라이벌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비장할 것입니다.

리버풀 원정에서는 박지성의 선발 출전이 예상됩니다. 지난 23일 아스널전에서는 루이스 나니와의 선발 경쟁에서 밀리면서 조커로 뛰었지만, 리버풀 원정은 나니에게 악몽같은 존재입니다. 지난 시즌 안필드에서 제이미 캐러거의 거친 태클에 쓰러져 엄청난 아픔을 호소했죠. 3개월전 리버풀 원정에서는 박지성이 선전했습니다. 맨유의 경기력 저하 속에서도 부지런한 움직임과 빼어난 수비력으로 스티븐 제라드, 호세 엔리케 같은 리버풀 선수들을 힘들게 했죠. 최근 출전 시간이 적었다는 점에서 리버풀 원정에 선발로 뛸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잉글랜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안필드에서 골을 터뜨릴지, 시즌 3호골을 넣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