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역시 바르사는 강했고 레알 집념 대단했다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를 제치고 코파 델 레이 4강에 진출했습니다. 26일 오전 6시(이하 한국시간) 캄프 누에서 진행된 코파 델 레이 8강 2차전에서 2:2로 비겼습니다. 전반 43분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전반 47분에는 다니엘 알베스가 두번째 골을 작렬했습니다. 후반 23분과 26분에는 호날두-벤제마에게 골을 내줬지만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1~2차전 통합 스코어 4:3 우세로 4강에 올랐습니다. 올 시즌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3승2무를 기록하며 레알에 강한 면모를 지켰습니다.

[사진=코파 델 레이 4강 진출을 발표한 FC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C) fcbarcelona.com]

페드로-알베스 골, 전반 막판에 웃었던 바르사

레알은 경기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습니다. 최소 2-0으로 승리해야 원정 다득점에서 앞섭니다. 이과인이 전반 10초, 2분 만에 슈팅을 날렸고 호날두가 전반 6분에 슈팅을 시도하면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노렸습니다. 4-3-3에서 4-2-3-1로 전환하면서 호날두-카카-외질을 2선 미드필더로 활용했습니다. 세 명의 선수는 바르사 진영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렸습니다. 전반 10분에는 카카가 박스 바깥 중앙에서 밀어준 대각선 패스를 호날두가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볼은 피케의 몸을 맞고 코너킥이 됐습니다. 현지 방송사 라인업에는 카카가 오른쪽 윙어, 외질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표기되었지만 실제로는 카카가 계속 중앙에 머물렀습니다.

바르사는 전반 20분까지는 점유율보다는 기습을 노리는 의지가 역력했습니다. 볼을 이리저리 돌리는 평소의 공격 패턴이 아닌, 후방에서 공격이 시작되면 종패스로 볼을 찔러주면서 침투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레알이 초반에 골을 노릴 것임을 바르사가 간파했죠. 지난 두 번의 레알전에서도 일찍 선제골을 내줬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레알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이용하여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 타이밍을 유도했습니다. 메시-산체스가 레알 수비수들의 거친 몸싸움에 고전했지만 언제든지 골을 터뜨릴 아우라가 있었습니다.

전반 26분에는 바르사에게 위기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골키퍼 핀투가 가볍게 왼쪽으로 패스한 볼이 이과인에게 향하면서 슈팅을 허용했습니다. 이과인 슈팅을 막아내면서 실점을 모면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골을 내줬을지 모릅니다. 3분 뒤에는 이니에스타가 부상으로 교체되고 페드로가 투입하면서 파브레가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니에스타가 빠지면서 레알 미드필더 뒷 공간을 겨냥한 패스가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레알 선수들의 압박에 막히면서 전방쪽으로 볼을 내줄 공간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전반 33분에는 호날두가 레알 박스쪽에서 메시가 소유한 볼을 직접 차단했죠.

레알의 전반전만을 놓고 보면 1차전보다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의 응집력이 좋아졌습니다. 바르사 선수가 볼을 잡으면 재빨리 몸싸움을 펼치거나 근처 공간에서 압박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미드필더 공간에서는 바르사 선수가 볼을 잡을때 2명 이상이 협력 수비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죠. 1차전 전반전에는 1-0으로 앞섰음에도 오른쪽 수비 공간이 몇 차례 뚫렸지만 2차전 전반전에는 수비쪽에서 라모스-라스가 경고 받은 것을 제외하면 딱히 약점이 없었습니다. 전반 43분까지는 그랬습니다.

바르사는 전반 43분 페드로가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메시가 오른쪽 공간에서 레알 선수 3명의 마크를 뚫고 반대쪽으로 패스를 밀어준 것이 페드로 오른발 슈팅에 이은 골로 이어졌습니다. 페드로가 슈팅을 날렸을때 레알 선수 누구도 마크하지 않았죠. 전반 47분에는 알베스가 추가골을 터뜨렸습니다. 바르사의 왼쪽 프리킥 상황에서 라스 머리를 맞고 굴절된 볼을 알베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대포알 슈팅으로 레알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바르사는 전반 막판에 2골을 터뜨리면서 4강 진출이 유력해졌고, 레알은 전반 내내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지만 막판 뒷심에서 무너졌습니다.

레알, 4강 진출 실패했지만 2골 집념 대단했다

바르사는 여유로운 후반 초반을 보냈습니다. 가볍게 볼을 돌리면서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전반전을 2-0으로 앞서면서 후반 초반에 무리하게 공격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에 레알은 후반 6분 라스를 빼고 그라네로를 조커로 활용했습니다. 라스가 경미한 부상을 안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전반 막판 바르사 선수를 무리하게 막으면서 경고 누적에 이은 퇴장을 당할뻔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옐로우 트러블에 걸리면서 교체가 필요했습니다. 후반 8분에는 라모스의 골이 취소됐습니다. 라모스가 왼쪽 프리킥이 올라올때 골문 근처에서 알베스 오른팔을 잡아 당기고 헤딩 슈팅을 날렸죠. 파울이 맞습니다.

레알은 후반 14분 이과인-카카를 빼고 벤제마-카예혼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2차전 히든카드였던 외질-카카 공존을 포기했다는 뜻이죠. 그럼에도 카카의 경기력은 좋았습니다. 양질의 패스를 연결하면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레알의 카카 효과가 빛 바랬던 이유는 골 결정력이 부족했습니다. 전반전 슈팅 숫자에서 8-6개로 앞섰지만 피니시가 떨어졌습니다. 전반 43분 페드로에게 선제 실점을 내줬던 과정도 아쉬웠죠. 카카의 교체는 무리뉴 감독의 분위기 전환이라고 봅니다.

후반 23분에는 호날두가 만회골을 터뜨렸습니다. 아크 오른쪽에서 외질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를 제치고 가볍게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바르사전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면서 엘 클라시코 더비에 약한 징크스를 이겨냈습니다. 후반 26분에는 벤제마가 동점골을 작렬했습니다. 카예혼이 왼쪽 측면에서 헤딩으로 밀어준 패스를 벤제마가 앞쪽에서 터치하면서 푸욜을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레알은 바르사가 후반전에 방심한 틈을 노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집념이 후반 중반에만 2골을 넣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카카가 교체되면서 외질이 중앙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는 장면이 부쩍 늘었습니다.

바르사는 후반 24분 티아구(out 파브레가스) 후반 33분 마스체라노(out 산체스)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전반 막판에 비하면 화력이 무뎌졌지만 메시가 중앙에서 드리블 돌파로 슈팅을 날리거나 동료 선수에게 침투 패스를 찔러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후반 40분이 지난 뒤에는 미드필더들이 수비 진영으로 내려오면서 포백을 보호했습니다. 지금의 스코어를 지키겠다는 뜻이죠. 후반 43분에는 레알의 라모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습니다. 부스케츠와의 헤딩 경합 도중에 팔꿈치를 가격했습니다. 레알은 수적 열세에 몰리면서 역전골을 넣기가 쉽지 않았고 그라네로-페페가 경고를 받으면서 공격 의지를 잃었습니다. 2차전은 2-2로 종료되었고 바르사가 통합 스코어 4-3 승리로 4강에 진출했습니다.

레알은 코파 델 레이 8강 1~2차전 바르사전에서 1무1패를 기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바르사 벽을 넘지 못했지만 2차전 원정에서 0:2를 2:2로 되갚으면서 강팀의 자존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후반 14분 이과인-카카를 빼고 벤제마-카예혼을 교체 투입한 선택이 적중했습니다. 전반전에 골을 넣었거나 페드로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바르사를 이겼을지 모릅니다. 앞으로 바르사와 상대할때는 매 순간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코파 델 레이에서는 바르사가 웃었지만, 4월 23일 캄프 누에서 열리는 엘 클라시코 더비(프리메라리가)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