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사랑의 전주 여행기(2)

전주 경기전. 사적 제339호로 지정된 문화재로써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영정)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1410년(태종 10년)에 창건했으며 당시 이름은 어용전이었다. 1442년에는 경기전으로 변경. 임진왜란 때 불에 타면서 1614년에 중건했다. 당시 어진은 여러 곳을 경유한 끝에 묘향산에 있는 보현사에 모셔졌으며 1872년에 새로 제작됐다. 일제 시대때 부속 건물이 철거되고 땅의 절반을 잃었지만 점차 복원했다.

경기전은 전주 한옥마을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그렇다고 서울에 있는 고궁처럼 넓은 공간은 아니다. 마을과 함께하는 문화재라는 느낌이 강했다. 전주 한옥마을을 처음 방문하는 입장으로써 경기전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전동성당 맞은편에 고궁과 흡사한 입구가 있었는데, 단번에 경기전임을 알아챘다. 처음 경기전 앞을 지나갈때는 일요일 저녁이라서 방문 시간이 지났다. 다음날 아침 9시에 개장하자마자 경기전을 찾았다. 이날 낮에 전주를 떠나야 하는 일정이라 시간이 조금 촉박했다.


경기전 담장 높이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런데 마을과 조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의 소박한 풍경이 문화재의 높은 담장과 공존하기에는 어색할지 모르니까. 적절한 담장 높이를 보면서 마을과 하나로 뭉친 느낌이 들었다. 담장 안을 둘러싼 공간에는 아직 단풍잎이 남은 나무가 있었다. 서울은 단풍잎과 은행잎이 사실상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전주에는 늦가을 풍경을 아련히 간직했다. 물론 대부분의 나뭇잎은 떨어졌지만. 경기전길 중간에는 최명희길이 옆에 위치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까 한옥 건물이 보였다. 전주 한옥마을에 왔음을 실감하게 됐다.

경기전 입장료는 없었다. 전주시 내에서는 2012년 유료화(성인 1,000원)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내가 방문했을때는 돈을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입장료를 운영하는 문화재들이 있지만, 돈을 받는 문화시설이라면 사람들과 거리감을 좁히는게 중요하다. 경기전은 전주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 있다. 경기전 바로 앞에 있는 파리바게트 건물이 기와로 지어진 것을 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관광객들이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할때 풍남문, 전동성당과 더불어 방문 코스 초반에 속했다. 전주시민이 아니라서 유료화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진=경기전 맞은편에 있는 전동성당]


[사진=경기전 정문을 지나면 태극무늬가 새겨진 문을 볼 수 있다.]


경기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대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곳이 있었다. 2010년 10월 부여 대백제전을 방문할 때 사비궁을 찾은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대나무를 봤다. 문화재와 대나무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나의 추측이지만 조경을 아름답게 가꾸는 목적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나무를 보면서 멋진 풍경을 간직한 곳임을 느꼈다.


바닥으로 살랑살랑 떨어진 단풍잎과 은행잎들이 많았다. 아직 나무에 붙은 잎들도 제법 있었지만 이제 겨울에 접어들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을에는 얼마나 멋진 곳이었을까. 11월 5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전북vs알사드)을 관전했다면, 경기전의 전형적인 가을 풍경을 음미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당시 4만명 넘는 축구팬들이 입장하면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여행하기 딱 좋았던 주말이라 경기전을 비롯한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던 축구팬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개인사정으로 전주를 찾지 못했지만 11월에 갔으면 더 좋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태조 어진이 모셔진 정전이다. '진입하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있어서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지만 어진이 철저하게 보관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2008년 서울 숭례문 화재 사건을 봐도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최근이다.


[사진=경기전 내에 있는 전주사고(全州史庫)의 모습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된 장소라고 한다.]



[사진=조경묘는 1771년에 세워졌다. 전주 이씨의 시조 이한, 그 부인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경기전은 '용의 눈물', '왕과 비', '바람의 화원' 같은 사극이 촬영된 곳으로 알려져있다. 역사적 가치와 멋진 풍경을 간직했던 곳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단순히 문화재만 바라보는 공간은 아니었다. 월요일 아침의 추운 날씨 속에서 방문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조용해서 일상 생활의 잡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 볼 차례다.

By. 효리사랑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