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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동원 임대,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였다

 

마틴 오닐 선덜랜드 감독은 22일 선덜랜드 지역지 <선덜랜드 에코>를 통해 지동원 임대를 원하는 팀들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어느 팀이 임대를 요구했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관심을 나타낸 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오닐 감독이 직접 언급한 것은 지동원을 활용할 의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기억속에서는 지동원의 지난 1일 프리미어리그 선두 맨체스터 시티전 종료 직전 결승골의 강렬한 임펙트가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사진=지동원 (C)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safc.com)]

하지만 지동원은 지난 15일 첼시전, 22일 스완지전에서 결장했습니다. 첼시는 자신의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 상대였고, 스완지전은 국내 방송사 중계진이 현지 생중계를 했던 경기라서 출전 불발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스완지전은 지동원보다는 위컴, 위컴보다는 벤트너-세세뇽 콤비가 오닐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음을 알았던 경기였습니다. 벤트너가 경기 초반 안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위컴이 공백을 대신했죠. 지동원은 오닐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벤트너-세세뇽은 오닐 감독이 선호하는 빅&스몰에 어울리지만, 위컴이 지동원보다 잘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오닐 감독은 위컴을 사실상 No.3 공격수로 낙점했습니다.

굳이 한계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지동원은 오닐 감독의 빅&스몰에 1순위로 어울리는 카드는 아닌 것 같습니다. 187cm 장신 공격수지만 벤트너(195cm) 위컴(191cm)보다 신장이 조금 작습니다. 타겟맨으로 뛰기에는 박스 안에서 몸싸움과 제공권 다툼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죠. 더욱이 위컴은 잉글랜드 국적입니다. 오닐 감독은 애스턴 빌라 사령탑 시절 잉글랜드 출신 선수를 선호한 지도자로 유명하죠. 지동원과 위컴의 차이는 오닐 감독의 성향 이었습니다.

지동원이 쉐도우로 전환하기에는 오닐 감독 앞에서 연계 플레이가 검증되지 못했습니다. 브루스 전 감독이 경질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그 자리에서 세세뇽이 너무 잘하고 있습니다. 전임 감독 시절에는 왼쪽 윙어로서 도움을 기록했던 경험이 있습니다.(2011년 9월 26일 노리치전) 하지만 오닐 감독 부임 이후 맥클린이 팀의 새로운 왼쪽 윙어로 떠올랐습니다. 맥클린은 세세뇽과 더불어 상대 진영에서 저돌적인 돌파력과 감각적인 기교를 앞세워 선덜랜드 공격의 활력소로 떠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닐 감독과 똑같은 북아일랜드 출신입니다.

선덜랜드는 오닐 감독 부임 이후 리그에서만 5승1무2패를 기록했습니다. 브루스 감독 경질 당시에는 17위에 그쳤지만 지금은 10위에 올랐습니다. 오닐 감독이 이전에 몸담았던 애스턴 빌라(11위)보다 한 계단 높은 순위 입니다. 그리고 오닐 감독이 애스턴 빌라를 리그 중상위권 팀이자 2008/09시즌 중반에 3위로 이끌었던 지도력을 놓고 보면 선덜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지동원을 얼마만큼 활용할지 의문입니다. 지동원 임대를 원하는 팀들의 제안을 거절할 정도로 자신의 계획에 포함된 선수임을 입증했지만, 향후 조커로 활용하겠다면 지동원에게 반갑지 않습니다. 지동원에게 필요한 것은 넉넉한 출전 시간 입니다. 아직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 아쉬움을 풍부한 실전 경험으로 해결하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벤치에 계속 머물면 실전 감각 저하로 어려움에 빠집니다. 오닐 감독은 지동원보다는 위컴을 원하는 추세 입니다. 만약 벤트너-세세뇽 투톱이 분전하고 위컴이 오닐 감독 기대에 부응하면 지동원이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힘듭니다.

지동원 임대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 였습니다. 우선, 좋은 시나리오라고 표현하기는 어색합니다. 잉글랜드가 아닌 다른 리그의 클럽으로 임대되면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 스타일과 다르기 때문이죠.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지 1년이 되지 않은데다 적은 출전 시간 속에서 2골을 넣으면서 굳이 임대를 떠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동원은 경기를 많이 뛰어야 합니다. 올해 여름 런던 올림픽에서 박주영(와일드카드 유력)-손흥민-김현성-김동섭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소속팀에서 발달된 경기 감각이 필요합니다. 홍명보호는 공격 옵션들이 풍부합니다. 아무리 유럽파라도 주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의 소속팀 활약을 중시하는 지도자입니다. 지동원이 두 대표팀에서 경쟁력을 기르려면 소속팀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앞으로 오닐 감독에 의해 조커로 활용되거나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반복되는 추세라면 같은 리그의 팀으로 임대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릅니다. 오닐 감독 특유의 성향이 지동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