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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0-0 무승부, 공격력 저하 아쉬웠다

 

첼시가 노리치 원정에서 0-0으로 비기면서 최근 프리미어리그 7경기 7골에 그쳤습니다. 올 시즌 2골에 그친 페르난도 토레스의 지독한 골 부진을 꼬집기에는 첼시의 공격 전체가 안좋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토레스는 최상의 경기 감각을 되찾았지만 팀이 도와주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물론 토레스도 공격수의 본분인 '골'이 부족하지만요. 노리치전은 첼시 공격력이 저하되었음을 대표하는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노리치는 첼시전 무승부로 올 시즌 첫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사진=노리치전 0-0 무승부를 발표한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그런 첼시의 공격적인 문제점은 전반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짜임새 넘치는 수비 조직을 형성했던 노리치를 상대했지만 공격 속도가 딱히 빠르지 않았습니다. 때때로 2:1 패스와 1:1 돌파를 시도하며 상대 수비 조직을 무너뜨리는 시도를 했지만 박스 안에서 마무리가 부족했습니다. 좌우로 넓게 벌리는 패스를 활발히 연결했지만 측면 옵션들의 크로스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공격이 끊기는 경우가 부지기수 였습니다. 그 중에 전반 24분에는 마타가 왼쪽 측면에서 애슐리 콜과 2:1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박스쪽으로 크로스를 올린 것이 부정확 했습니다. 박스 중앙에서 스터리지가 헤딩 슈팅을 시도했지만 볼이 너무 윗쪽으로 떴습니다.

첼시 공격은 주로 왼쪽에 많이 치우쳤습니다. 마타(패스 79개)가 토레스(26개) 스터리지(36개)보다 더 많은 패스를 시도했습니다. 전반 36분 램퍼드 부상을 대신해서 왼쪽 인사이드 미드필더로 교체 투입된 말루다도 57개의 패스를 기록했는데, 메이렐레스(64개) 하미레스(57개)와 똑같거나 비슷한 수치입니다. 공격력이 단조로웠다는 뜻이죠. 마타-말루다도 폼이 좋지 않았습니다. 마타는 잦은 패스 미스를 일관하며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던 과부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말루다는 패스 시도가 많았을 뿐 상대 수비진을 가르는 킬러 패스가 드물었습니다. 박스쪽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전체적으로 부정확했고 경기 종료 직전 슈팅까지 불운했죠.

그렇다고 미드필더 라인을 윗쪽으로 올리기에는 위험했습니다. 노리치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던 존슨-폭스의 볼 터치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첼시 선수들이 지나치게 앞쪽으로 쏠리면 자칫 상대팀에게 역습을 허용할지 모릅니다. 센터백 루이스가 평소 라인 컨트롤에 문제점을 나타내면서(노리치전에서는 그 약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첼시 미드필더들이 수비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럴때는 공격수들이 박스 안을 활용한 연계 플레이가 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왼쪽 측면에서 시도가 많았을 뿐이죠. 토레스는 상대팀의 집중 수비를 당했고 스터리지는 마타에 비해 이타적인 기질이 부족했습니다.

첼시와 상대했던 노리치는 후반전에 공격 옵션의 무게 중심이 윗쪽으로 올라오면서 포어체킹을 시도했습니다. 존슨-폭스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포백을 가까이에서 보호하면서 말루다-메이렐레스-하미레스 같은 첼시 미드필더들의 박스 안쪽 돌파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첼시의 공격 패턴이 측면쪽으로 쏠렸습니다. 하지만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공급되는 패스의 질이 떨어졌습니다. 전반전에 비하면 상대 수비를 벗겨내려는 연계 플레이가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후반 중반부터는 집중력과 움직임이 떨어지면서 노리치 수비 조직력을 이겨낼 힘이 부족했죠.

토레스의 후반 14분 슈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골문 가까이에서 하미레스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오른발 토킥으로 밀어넣는 슈팅을 날렸지만 볼이 골대 바깥쪽으로 뜨고 말았습니다. 토킥이 아닌 발 안쪾으로 찼으면 골이 되었을 슈팅입니다. 아무리 몸 상태가 좋아졌지만 지난 1년 동안 극심한 골 부진을 겪으면서 피니시 감각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토레스를 보조할 선수의 존재감도 마땅치 못했죠. 전반 15분을 되돌아보면, 토레스가 박스 중앙에서 마타의 패스를 받을 때 노리치 선수 4~5명 견제를 받았습니다. 근처에서 접근하는 동료 선수가 없다보니 패스할 지점을 찾지 못하면서 끝내 볼을 빼앗겼죠. 토레스와 중앙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점은 노리치전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과연 토레스가 첼시식 4-3-3에 적합한 최전방 공격수인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공간 침투를 즐기는 토레스 성향을 놓고 보면 리버풀 베니테즈 체제의 4-2-3-1, 스페인 유로 2008 우승 시절의 4-4-1-1이 어울렸을지 모릅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안일한 교체 작전도 한 몫을 했습니다. 전반 36분에 말루다를 교체 투입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첼시 공격력의 가속이 감소되었던 후반 중반에 조커 1~2명을 띄우는 것이 옳았습니다. 그러나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후반 31분 루카쿠(out 토레스) 33분 에시엔(out 메이렐레스)를 조커로 활용하면서 교체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루카쿠-에시엔은 더 일찍 투입되었어야 할 선수들입니다. 또한 토레스 교체도 옳지 못했습니다. 토레스는 번번이 슈팅을 놓쳤지만 마타-스터리지보다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스터리지를 빼고 루카쿠를 투입해서 마타(또는 말루다)-하미레스를 좌우 날개로 활용하는 4-4-2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첼시는 최근 리그 7경기에서 7골에 그쳤습니다. 토레스의 극심한 골 부진, 시즌 전반기에 잠깐동안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드록바가 3골에 그칠 정도로 최전방 공격수들이 믿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특정 포지션의 단점을 거론하기에는 팀 전술이 토레스를 활용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열흘 남은 1월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공격 옵션을 보강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샤흐타르(우크라이나)의 8강 돌풍 주역이었던 윌리안 영입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계약이 성사될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지금의 공격력으로는 시즌 후반기 전망이 암울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