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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유로파리그 32강 앞둔 맨유의 고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유로파리그 32강에서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와 격돌합니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포르투, 스토크 시티-발렌시아와 더불어 32강 빅 매치가 형성 됐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지난 5시즌 동안 4번의 4강 진출을 이루었던 맨유의 우세지만 아약스도 만만치 않은 강호입니다. 최대의 변수는 과연 맨유가 유로파리그에서 얼마만큼 열의를 다하느냐 입니다.

[사진=유로파리그 32강 상대가 아약스임을 밝히는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내년 2월 17일 새벽(이하 현지시간)에 열리는 아약스 원정 1차전에서는 맨유가 최정예 멤버를 활용할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2월 6일 첼시 원정, 11일 리버풀과 홈 경기를 치르는 라이벌전이 연속으로 끼어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을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2연전 입니다. 지역 라이벌 맨시티에게 챔피언을 내주지 않으려면 프리미어리그에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네덜란드 원정임을 감안하면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던 주력 선수의 무리한 이동이 자칫 컨디션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없지 않습니다.

2월 18~20일 무렵에 열릴 FA컵 4라운드(32강)에서 상대팀이 강한 전력이라면 맨유에게 부담입니다. 최소한 일부 주력 선수를 기용할 수 밖에 없죠. 1월초에 진행되는 FA컵 3라운드(64강) 맨시티전이 분수령입니다. 패하면 4라운드를 치르지 않고 아약스와 1차전을 치르고 일주일 뒤에 2차전(24일 새벽)을 준비합니다. 다만 맨유는 맨시티전 패배를 원치 않겠죠. 두달 전 올드 트래포드에서 1-6으로 참패를 당했던 악몽을 되갚기 위해 3라운드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지 모릅니다. 패하면 다음에 복수할 수 있지만 승리하면 4라운드에 진출하면서 아약스전에 대한 체력 부담이 가중됩니다.

유로파리그 토너먼트는 최대 9경기 진행됩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최대 7경기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죠. 특히 3월초~4월초에는 16강 1~2차전, 8강 1~2차전이 몰려 있습니다. 만약 맨유가 유로파리그를 비롯해서 프리미어리그-FA컵에 모두 올인하는 상황이라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를 병행했던 시절보다 체력적으로 어렵습니다. 내년 초 A매치를 치르는 주력 선수의 몸은 더 힘들겠죠. 그렇다고 FA컵 3라운드 맨시티전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금의 맨유는 부상 선수가 많습니다. 주장 비디치를 비롯해서 에르난데스, 안데르손, 클레버리, 다 실바 형제 같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얼마전 부상에서 회복했고 웰백도 부상 복귀 이후 실전 감각을 되찾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플래처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일찌감치 올 시즌을 접었습니다. 시즌 전반기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상황이라면 후반기 유로파리그 일정을 이겨낼지 의문입니다. 타이트한 일정을 치를수록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에게 주어진 환경을 놓고 보면 유로파리그 집중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유로파리그는 챔피언스리그에 비하면 재정적 측면에서 많은 수익을 바랄 수 없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위를 기록중인 상황에서 유로파리그에 최정예 멤버를 활용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유로파리그에서 영건 투입 빈도를 늘리며 칼링컵과 비슷한 스쿼드를 운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유로파리그는 엄연히 유럽 대항전 입니다. 칼링컵은 자국리그의 컵대회지만 유로파리그는 유럽 클럽들이 우승을 다투는 대회로서 최근들어 대회 권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UEFA컵에서 유로파리그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몇년 전에 비하면 유럽 강팀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대표적 예 입니다. 맨유가 유로파리그를 소홀하게 다루면 대회 가치를 깎아내린다는 외부의 비판을 받을지 모릅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일부 주축 선수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처럼 부상 선수가 즐비하면 기존 선수들이 육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일지 모릅니다.

앞으로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1월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에 따른 재정적인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빅 네임을 데려오는 것은 힘듭니다. 퍼거슨 감독도 얼마전 1월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죠. 허나 플래처가 불의의 시련을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팀을 떠났고, 부상 선수들이 많으면서, 고질적으로 중앙 미드필더가 취약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많은 이적료를 들이지 않아도 앞날을 위해서 선수 보충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유로파리그 32강을 앞둔 맨유의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