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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알사드, 2010년 성남과 비교되는 패배

 

저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알사드(카타르)가 부정한 방법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면서 클럽 월드컵에 대하여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지난 11일 알사드의 8강 에스페란스(튀니지)전 2-1 승리 경기를 안봤습니다. 굳이 준결승 진출 과정을 살펴볼 필요 없습니다. 4강도 보지 않으려 했지만 뜻하지 않게 여유 시간이 있어서 TV 리모콘을 켰습니다. 이 글에서 알사드를 부정적인 늬앙스로 접근하는 이유는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사진=알사드 선수들 (C) 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 사진(fifa.com)]

알사드의 4강 FC 바르셀로나(스페인)전 0-4 패배는 예상된 결과 였습니다.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팀들의 저항을 실력으로 뿌리쳤던 현존하는 유럽 최고의 클럽입니다. 반면 알사드의 축구 실력은 아시아 최강이라고 극찬하기에는 논란의 연속 이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세파한(이란)전 몰수승-4강 수원전 비매너 골&관중 폭행&침대 축구-결승 전북전 침대 축구, 그리고 AFC의 징계 꼼수까지 더해지면서 아시아 챔피언에 오르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아시아 축구 역사상 이렇게 운이 좋은 클럽은 지금까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클럽 월드컵 바르셀로나전에서는 진짜 실력이 드러날 수 밖에 없었죠.

카탈루냐 군단과 맞대결을 펼친 알사드는 90분 동안 잠그기를 펼쳤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수원-전북전에서도 밀집 수비를 펼쳤지만 바르셀로나전에서는 미드필더까지 수비 지역으로 내리는 존 디펜스를 형성했습니다. '바르셀로나 에이스' 리오넬 메시를 집중 견제한 것 까지는 성공했습니다. 메시는 볼을 잡을때마다 2~3명의 알사드 선수와 상대하면서 좋은 공간에서 골 기회를 포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몇 차례 부정확한 패스를 연발했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일본 원정에 임했던 컨디션 저하까지 겹쳤죠. 알사드의 메시 봉쇄 작전까지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알사드의 수비 축구는 실패작 입니다. 슈팅 2-19(유효 슈팅 0-8, 개) 점유율 28-72(%)의 열세는 어쩔 수 없었지만 슈팅 2개가 모두 전반전 이었습니다. 수비 축구가 성공하려면 효과적인 역습이 줄기차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알사드는 마마두 니앙, 압둘 카데르 케이타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에 치중하면서 공격 전환시 후방에서 전방으로 연결되는 종패스가 부정확 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돌파까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니앙-케이타가 볼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전반 중반에는 5-4-1로 전환하면서 열심히 공격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사드의 무기력한 공격력은 2010년 클럽 월드컵 4강에서 인터 밀란(이탈리아)에게 0-3으로 패했던 성남과 비교됩니다. 효리사랑 블로그에서는 당시 성남의 패배에 대해서 '한국 축구 문제점과 일치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상대팀보다 더 열심히 뛰었지만 비효율적인 공격 작업을 거듭하면서 인터 밀란 수비진을 뚫지 못했습니다. 한국 축구의 장점으로 손꼽히는 기동력으로는 유럽 최고의 팀을 제압하기가 역부족입니다. 그래도 성남은 열심히 뛰었습니다. 슈팅 16-7(유효 슈팅 3-6, 개)의 우세를 점했고 점유율에서는 47-53(%)로 밀렸지만 거의 대등한 수치였습니다. 인터 밀란이 바르셀로나와 다른 팀 컬러임을 감안해도, 당시 경기를 보면 성남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알사드는 2010년 성남과 달리 아시아 챔피언 답지 못했습니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우승팀이라면 그에 걸맞는 기백이 넘쳐흘러야 합니다. 2010년 성남은 유럽 챔피언에게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면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알사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뚜렷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경기 내내 수비 축구를 했지만 끝내 4실점을 허용했고 역습까지 잘 안풀렸죠. 수비 축구도 이기는 전략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알사드는 그 핵심이 없었습니다.

실점 장면까지 불안했습니다. 전반 25분 아드리아누에게 선제골을 내줬을때 수비수 벨하지가 페드로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오른발로 걷어내면서 근처에 있던 골키퍼에게 가볍게 패스했지만, 골키퍼가 제대로 볼을 잡지 못하면서 아드리아누에게 골을 허용했습니다. 두 선수가 아드리아누 움직임을 살펴봤다면 실점을 면했을지 모릅니다. 전반 43분에는 박스 안에 있던 알사드 선수들이 문전 쇄도에 이은 슈팅을 노렸던 아드리아누 움직임을 놓쳤죠. 후반 18분 세이두 케이타에게 실점할 때도 수비수들의 마크가 늦었고, 후반 36분 막스웰에게 네번째 골을 허용할 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수비 참여 인원이 많았을 뿐 수비 뒷 공간 커버 플레이가 부실했죠.

문득 2012년 AFC 챔피언스리그가 걱정되는 이유는 K리그 클럽의 우승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알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과정을 봐도 중동 클럽이 부정한 방법을 노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또한 AFC의 K리그 클럽 견제가 벌어질지 모릅니다. K리그의 중동 클럽 경기에서 중동 심판을 배정받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 되었죠. '부자 클럽' 광저우 헝다 같은 중국 클럽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내부적으로는 K리그 44경기 편성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에게 체력적으로 불리합니다. 2012년 클럽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최고의 경기력을 자랑하는 팀이 출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