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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맨시티전 역전승 의미있는 이유

 

불과 하루전까지는 첼시 위기론이 대두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 5위로 추락하면서 빅4 잔류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고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 경질설까지 불거졌습니다. 리빌딩을 진행하면서 적잖은 잡음까지 있었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전망이 어려워지면서 현실적 목표는 빅4 수성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랬던 첼시가 13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 2:1로 역전승 했습니다. 전반 2분 마리오 발로텔리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34분 하울 메이렐레스가 동점골, 후반 37분 프랭크 램퍼드가 페널티킥 역전골을 터뜨리며 첼시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리그 선두 맨시티에게 첫 패를 안겨주면서 강팀의 저력을 되찾았습니다. 이로써 첼시는 5위에서 3위(10승1무4패, 승점 31)로 뛰어 오르며 1위 맨시티(12승2무1패, 승점 38)를 승점 7점 차이로 좁혔습니다.

[사진=맨시티전 2:1 승리를 발표한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맨시티 실수에서 비롯됐습니다. 후반 12분 클리시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맨시티가 수적 열세를 나타냈습니다. 만치니 감독은 후반 19분 아궤로를 빼고 콜로 투레(K. 투레)를 교체 투입하면서 수비진을 보강했습니다. 후반 30분에는 실바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데 용을 두번째 조커로 내세웠죠. 공격 옵션을 줄이고 수비 성향의 선수들을 활용하면서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약해졌습니다. 클리시 퇴장으로 K. 투레를 투입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추가골을 염두한 또 다른 작전이 필요했습니다. 역습에 강한 선수(나스리, 존슨)를 비슷한 시기에 교체 투입하는 것이 옳았습니다. 클리시 퇴장이 맨시티에게 찬물을 끼얹었고, 만치니 감독의 잘못된 교체 작전이 팀 공격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죠.

첼시는 맨시티 약점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전반전 슈팅 숫자에서 6-6(개)로 팽팽히 맞섰으나 후반전에는 16-7(개)로 벌어졌습니다. 후반전에 유효 슈팅이 드물었지만 골을 넣을 기회가 많이 찾아왔습니다. 특히 후반 28분 램퍼드 교체 투입(교체 아웃 : 메이렐레스)은 첼시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램퍼드는 17분 동안 패스 13개 중에 11개를 정확하게 연결했습니다. 미드필더 공간에서 양질의 패스를 연결하면서 첼시 중원이 배리-야야 투레(Y. 투레)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맨시티가 클리시 퇴장 이전까지 경기를 주도했던 것은 배리-Y. 투레가 중원에서 쉴새없이 볼을 공급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첼시의 램퍼드 투입은 '1명이 부족했던' 맨시티를 더욱 어렵게 했죠.

램퍼드는 후반 37분 페널티킥 역전골을 터뜨렸습니다. 역시 램퍼드의 킥력은 믿음직 했습니다. 자신이 교체 투입되기 전에는 드록바의 프리킥 정확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페널티킥임을 감안해도 램퍼드는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최근에는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늘었지만 33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체력적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맨시티전에서는 슈퍼 조커로서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알렸죠. 드록바도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경기 내내 맨시티 수비수들을 흔들어주면서 후방 옵션들의 문전 침투가 용이했습니다. 그 흐름이 클리시-콤파니가 위험한 파울을 반복하는 '간접적' 상황으로 이어졌죠. 중요한 경기에서는 토레스보다는 드록바가 우세하며, 토레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결단이 옳았습니다.

첼시의 맨시티전 승리의 쐐기를 박은 인물은 스터리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반 34분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안쪽으로 침투하면서 클리시를 제치고 크로스를 띄운 것이 메이렐레스 오른발 동점골로 이어졌습니다. 후반 36분에는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을 날릴때 볼이 레스콧 오른팔을 맞으면서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1분 뒤 램퍼드가 페널티킥 역전골을 넣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도움이 단 2개에 불과할 정도로 이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로 알려졌지만, 맨시티전에서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프리미어리그에서는 페널티킥 유도하면 도움으로 기록됨) 특히 전반 34분 크로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골을 엮은 장면이라 눈길을 끕니다.

경기 내용에서는, 스터리지가 첼시 선수들 중에서 가장 잘했던 선수라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임펙트는 강했지만) 88분 동안 23개의 패스를 연결했지만(17개 성공), 왼쪽 윙 포워드로 뛰었던 마타(84분 출전, 40/53개)에 비하면 패스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부족합니다. 아직까지 이타적인 기질에서는 적극적이지 못합니다. 골 기회를 포착하려는 마음이 너무 강하죠. 그럼에도 시즌 초반에 비하면 성장한 것이 틀림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 수비를 제칠 수 있는 역량이 발달되었고 맨시티전을 계기로 경기 상황에 따라 볼을 찔러주는 시야가 좋아졌습니다.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면서 자신감이 붙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로메우 등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포함해서 가장 많은 패스(60/69개)를 기록했습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까지 이루어지면서 포백 보호에 충실했죠. 미켈과의 주전 경쟁에서 이길 수 밖에 없었죠. 최근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던 기세를 놓고 보면, 첼시 미드필더진이 앞으로 메이렐레스-로메우-하미레스 체제를 유지하면서 램퍼드를 중요한 승부처에 투입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모드리치 영입 관심을 유보한 것도 로메우 중용과 연관 깊습니다. 1월 이적시장에서 램퍼드 대체자를 수혈할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첼시가 맨시티전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했다면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꿈이 매우 어려워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맨시티전 승리를 계기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성취했죠. 아직 몇몇 불안 요소가 남아있지만 맨시티전을 통해 최소 빅4 잔류가 가능함을 알렸습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자신의 경질론을 무마시킬 명분을 마련했죠. 마타-스터리지-로메우-메이렐레스-하미레스를 통한 체질 개선이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맨시티전 역전승 의미가 남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