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맨유, EPL 7경기 연속 1골의 답답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애스턴 빌라 원정 1-0 승리는 '꾸역꾸역'이라는 단어가 어울렸습니다. 전반 19분 필 존스가 박스 중앙에서 나니가 좌측 공간에서 띄워준 왼발 크로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으면서 결승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맨유는 유리한 경기 흐름속에서도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슈팅 14-8(유효 슈팅 4-2, 개) 점유율 56-44(%) 패스 시도 538-413(패스 성공 413/274, 개)의 압도적인 공격력을 선보였지만 1골에 그친 것이 찜찜합니다.

맨유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7경기 연속 1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0월 15일 리버풀전부터 애스턴 빌라전까지 지루한 1골 행진을 펼쳤습니다. 이전 7경기에서 24골을 넣는 괴력의 득점력을 과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화력이 떨어졌습니다. 최근 7경기에서는 1골씩 추가하면서 4승2무1패를 기록했지만, 리그 선두 맨체스터 시티는 같은 기간에 7경기 25골, 6승1무를 올렸습니다. 지역 라이벌을 추격하는 맨유로서는 잇따른 골 부진이 승점 관리의 어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진=애스턴 빌라전 1-0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 이번에도 답답했던 공격력

애스턴 빌라전에서 나타난 맨유의 문제점은 박스 쪽에서 세밀한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루니는 박스 안쪽으로 찔러주는 패스 중에서 5개가 부정확했고, 발렌시아는 박스 안쪽과 근처 공간에서 패스 8개를 시도했는데 그 중에 6개가 정확하지 않았죠. 중원에서는 존스의 부정확한 긴패스가 속출했습니다. 후반전에는 발렌시아가 볼을 받을때의 위치선정이 동료 선수들보다 처지는 느낌이 역력했죠. 패스 과정에 의해서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전반전에는 잘싸웠지만 후반들어 페이스가 떨어졌죠. 맨유 공격진이 전체적으로 나사가 풀린 듯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맨유의 불운은 전반 7분에 나타났습니다. 에르난데스가 갑작스럽게 왼쪽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골을 터뜨려줄 공격수를 잃었습니다. 루니가 최근 프리미어리그 8경기 무득점에 시달렸던 통계를 놓고 보면 에르난데스의 득점력이 중요했지만 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부상으로 신음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발렌시아를 교체 투입하면서 루니-나니 투톱 체제를 형성했습니다. 두 공격수가 위치를 서로 바꾸면서 경기를 펼쳤지만 루니가 2선으로 내려가 패스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루니는 2개의 슈팅이 유효 슈팅이 되지 못했고, 나니는 슈팅 5개(유효 슈팅 2개)를 날렸음에도 골을 가르지 못했죠.

다른 화제로 전환하면, 에르난데스가 없는 맨유의 문제점은 오는 8일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6차전 FC 바젤(스위스) 원정에서 되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오언이 부상당했고, 웰백이 부상에서 회복했으나 아직 정상적인 폼이 아니며, 마케다-디우프는 철저한 잉여 자원이며, 루니의 골 감각이 안좋습니다. 바젤 원정에서는 루니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지만 에르난데스 부상이 맨유의 득점력 약화를 부추긴 것은 분명합니다. 박스 안에서 꾸준히 골을 터뜨려줄 선수의 존재감이 필요하지만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꾸역꾸역 1골에 그치는 분위기 였습니다.

루니의 골 부진은 심각합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8경기 연속 무득점을 봐도 '골을 넣어야 하는' 공격수 본분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간혹 중앙 미드필더로 뛸때가 있었지만 최근에 다시 공격수로 올라오면서 상대 골망을 가르지 못했죠. 맨유의 중원 퀄리티가 취약해지면서 루니가 공격을 조율하는 움직임이 많아졌지만, 오히려 루니의 골 감각이 살아나지 못하는 역효과를 가져왔습니다. 2007/08, 2008/09시즌에는 호날두-테베스 득점력을 보조하는데 치중하면서 골 생산에 기복이 따르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2009/10시즌에는 타겟맨으로 올라오면서 리그 26골 기록했고, 2010/11시즌에는 11골 11도움의 만능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올 시즌에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득점력이 무뎌졌습니다.

그런데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평소보다 준수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존스-캐릭 조합이 짧은 패스를 잘게 썰어주는 경기를 펼치면서 빌드업이 빨라진 끝에 중원을 장악했습니다. 때때로 존스의 부정확한 긴 패스가 아쉬웠지만 캐릭의 분발로 약점이 커버되는 느낌이 역력했죠. 후반 중반에는 긱스가 교체 투입하면서 앞쪽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원활하게 연결됐습니다. 그러나 추가골이 없었습니다. 특히 루니는 후반 42분 박스 안쪽에서 캐릭과 2: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슈팅을 날렸던 볼이 너무 윗쪽으로 떴습니다. 이제는 중앙 미드필더 활약과 관계없이 골 감각이 불안합니다.

최근에는 윙어들의 폼이 좋지 않습니다. 나니는 지난 9월 24일 스토크 시티전 이후 12경기 연속 무득점(각종 대회 포함)에 빠졌습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과부하가 득점력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발렌시아는 두 번의 큰 부상을 당하면서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일관했습니다.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전반전에 무난했지만 후반들어 페이스가 처졌습니다. 주중 칼링컵 8강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 출전했던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폼이라면 바젤 원정 선발 제외가 유력합니다. 애슐리 영은 친정팀 애스턴 빌라전에서 몇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지만 시즌 초반 '크레이지 모드'에 비하면 꾸준함이 부족합니다.

반면 박지성은 애스턴 빌라전 결장이 긍정적 이었습니다. 주중 칼링컵에서 120분 출전했고 8일 바젤 원정을 앞둔 상황으로서 체력 안배가 필요합니다. 바젤전에서 어느 포지션으로 뛸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8월말 아스널전 이후 백일 동안 골이 없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시간이 늘어나면서 박스 안으로 침투하여 골을 노릴 기회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맨유는 골이 필요합니다. 기존 공격 옵션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지성의 미들라이커 기질을 기대할 때가 됐죠. 바젤 원정에서는 윙어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맨유의 득점력 저하 속에서 지난 시즌 8골을 터뜨렸던 박지성의 킬러 본능이 재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