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3연속 선발' 구자철,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는 구자철(22, 볼프스부르크)의 독일 분데스리가 적응이 탄력 받는 것 같습니다.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면서 예전에 비해 경기 출전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동안 구자철하면 볼프스부르크의 벤치 멤버 이미지가 뚜렷했지만 11월 A매치 기간이 끝난 이후 3경기 연속 선발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올 시즌 유럽파들의 활약상이 전체적으로 주춤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자철은 3일 저녁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5라운드 마인츠전에서 52분 출전했습니다. 오른쪽 윙어로서 몇차례 과감한 공격 장면을 연출하며 팀 전력에 활기를 더했습니다. 구자철 활약에 힘을 얻은 볼프스부르크는 전반 9분 마리오 만쥬키치가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41분 얀 키르초프의 자책골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7분 구자철을 교체한 뒤 24분 안드레아스 이바슈츠에게 페널티킥 만회골, 35분 막심 추포-모팅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2:2로 비겼습니다. 볼프스부르크는 11위를 기록했습니다.

'오른쪽 윙어' 구자철, 이전보다 과감해진 공격력

구자철은 최근 볼프스부르크에서 윙어로 전환하는 모양새 입니다. 지난달 19일 하노버전에서 오른쪽 윙어,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왼쪽 윙어로 뛰었다면, 마인츠전에서는 4-1-4-1의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습니다.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였으나 브라질 출신 홀딩맨 조수에 입지가 확고하며,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잡기에는 살리하미지치-하세베와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측면에 가용될 인원이 마땅치 않으면서 자신에게 낯선 자리에서 활약중입니다. 조광래호에서는 2월 터키전, 8월 일본전에서 윙어로 뛰었으나 이렇다할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죠.

그런데 구자철의 포지션 전환은 의외로 긍정적인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전 8경기까지 슈팅 1개에 그쳤지만 마인츠전에서는 슈팅 2개를 날렸으며 모두 유효 슈팅 이었습니다. 전반 22분 동료 선수의 왼쪽 크로스를 문전에서 헤딩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전반 34분에는 박스 바깥에서 오른발로 강한 슈팅을 날리며 골에 의욕적 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전반 28분에는 살리하미지치가 왼쪽 크로스를 시도할 때 문전에서 헤딩골을 시도하는 동작을 취했습니다. 오른쪽 윙어로서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슈팅을 시도하거나 동료 선수 패스에 관여했죠.

지금까지의 구자철은 중앙에서 볼 배급과 압박에 초점을 두는 성향 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인츠전에서는 달랐습니다. 팀에서 꾸준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려는 마음 때문인지 자신만의 콘셉트를 깨고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의욕적입니다. 드리블 돌파 또는 크로스를 주무기로 활용하는 전형적인 윙어의 자취와는 거리감이 있었지만 활동 폭을 넓히면서 볼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면서 공격력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에 의하면, 구자철은 마인츠전 패스 정확도 84.62%(11/13개) 기록했으며, 태클 12개를 시도한(6개 성공) 것으로 소개 됐습니다. 수비에서도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죠.

[사진=구자철 마인츠전 활약상을 언급한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 (C) bundesliga.de]

특히 전반 24분에는 박스 오른쪽 좁은 공간에서 키르초프를 따돌리고 패스를 띄우는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상대 수비의 직접적인 마크를 받았을 때 자신의 볼을 받아줄 주변 동료 선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볼을 소유한 상황에서 왼쪽 돌파를 시도하는척 상대를 속인 뒤 몸을 재빨리 오른쪽으로 틀으며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실전 감각이 부족한 선수였다면 상대 수비를 제치는 타이밍이 늦었거나 무작정 볼을 띄웠을지 모릅니다. 최근 출전 시간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의가 마인츠전 경기력에서 묻어나면서 멋진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그 이전 역습 상황에서는 왼쪽 측면 전방에 있던 살리하미지치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전반 32분 마인츠 우측 공간에서 오른쪽 풀백 트레슈가 근처에서 밀어준 볼을 잡지 못하면서 상대팀에게 공격권을 허용했습니다. 오른쪽 윙어로 활약한 경험이 적다보니 아직까지는 트레슈와의 호흡이 잘 안맞습니다. 왼쪽 측면을 책임졌던 데아가-샤퍼는 무난한 호흡을 맞추면서 볼프스부르크 공격을 주도했지만 오른쪽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구자철은 경기 전체적 관점에서 자신감 넘치는 활약을 펼치며 친정팀 제주 시절의 감각을 되찾고 있습니다.

문제는 구자철이 후반 7분 교체되면서 볼프스부르크의 경기 내용이 나빠졌습니다. 구자철 대신에 교체 투입했던 옥스가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팀 공격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면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반전 슈팅 5-3(유효 슈팅 4-0, 개)으로 앞섰으나 후반전에는 1-9(유효 슈팅 0-2, 개)로 역전 당했습니다. 수비 마저도 불안했습니다. 후반 24분 이바슈츠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면서 위험한 공간에서 파울 관리를 못했고, 후반 35분 추포-모팅에게 동점골을 내줄때는 수비수들의 오프사이드 트랙이 불안했습니다. 하세베는 후반전에 거친 파울을 남발한 끝에 후반 39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죠. 2:0으로 이길 수 있었지만 마가트 감독이 구자철을 교체한 것이 끝내 악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볼프스부르크는 지난 경기였던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도 구자철 교체 아웃 이후에 2골을 허용했습니다. 당시 구자철은 후반 17분까지 만족스런 경기를 펼치지 못하면서 교체 됐지만 팀은 후반 20분, 45분에 실점을 허용하며 0:2로 패했습니다. 마인츠전에서는 구자철이 잘했지만 마가트 감독에 의해 이른 시간에 교체 되면서 팀이 2골을 내줬죠. 이번 경기 만큼은 구자철을 왜 교체했는지 납득이 안갑니다. 마가트 감독 나름의 전술적 선택이었지만 구자철 폼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후반 7분에 교체한 것은 '실패한 작전' 입니다.

그럼에도 구자철이 마인츠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친 것은 볼프스부르크 입장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오는 10일 베르더 브레멘 원정에서는 하세베 결장에 의해 중앙으로 복귀할 여지가 주어졌습니다. 최근 경기력이 좋아진 만큼, 베르더 브레멘전에서 강한 임펙트를 과시하면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