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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유로 2012 죽음의 조, 골잡이 3인방 격돌

 

유로 2012 조추첨의 최대 관심 거리는 '죽음의 조' 였습니다. B조에 편성된 네덜란드-덴마크-독일-포르투갈이 죽음의 조에 포함 됐습니다. 네덜란드-독일-포르투갈은 대회 우승 전력으로 손꼽히며 '북유럽 강자' 덴마크도 무시 못할 전력입니다. 어느 국가가 8강에 진출할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아무리 유럽에서 잘나가는 축구 스타라고 할지라도 팀의 저조한 성적에 의해 일찍 짐을 싸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풍경이 연출될지 모릅니다.

B조의 또 다른 관심 거리는 올 시즌 유럽 4대리그 득점 1위(12월 3일 기준)에 포함된 선수가 3명이나 포함 됐습니다. 네덜란드의 로빈 판 페르시(13경기 13골, 아스널) 독일의 마리오 고메즈(13경기 13골, 바이에른 뮌헨, 이하 뮌헨)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3경기 16골,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가 조국의 8강 진출을 위한 맞대결을 펼칩니다. 유로 2012 득점왕을 달성하고 싶다면 팀의 승리를 위해 언제든지 골을 터뜨려야 하는 운명을 안게 됐습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 1위 헤르만 데니스(아탈란타)의 국적이 아르헨티나임을 상기하면, 유럽 출신 최정상급 골잡이로 평가받는 3명이 유로 2012에서 같은 조에 포함 됐습니다.

[사진=호날두vs판 페르시vs고메즈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공교롭게도 판 페르시-고메즈-호날두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이 아쉬웠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판 페르시는 7경기 1골, 고메즈는 4경기 0골, 호날두는 4경기 1골에 그쳤습니다. 판 페르시-호날두는 경기 내용에서는 흡족한 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주전 공격수로서 득점력이 부족한 인상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고메즈는 4경기 모두 교체 출전에 그쳤죠. 세 명이 속한 팀들은 토너먼트에서 스페인에게 패했던 이력까지 있습니다. 스페인의 짜임새 넘치는 실리 축구는 토너먼트 4경기 무실점 위력을 과시했고, 판 페르시-고메즈-호날두 같은 킬러들이 골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판 페르시-고메즈-호날두는 메이져 대회 우승이 필요한 선수들입니다. 다비드 비야, 페르난도 토레스가 스페인의 유로 2008 우승을 계기로 유럽 최고의 공격듀오로 떠올랐듯, 자신의 골 생산에 힘입어 조국의 우승을 이끄는 활약상은 유럽 축구의 한 획을 긋는 멋진 업적을 이루게 됩니다. 판 페르시-고메즈-호날두는 유로대회와 월드컵 우승 경력이 없는 선수들로서 유로 2012를 향한 동기 부여가 남다릅니다. 그런데 3명 중에 한 명은 8강 탈락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죽음의 조가 이래서 재미있습니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골 냄새를 잘 맡았습니다. 판 페르시는 5경기 3골을 넣으며 아스널의 조기 16강 진출을 확정짓게 했습니다. 아스널을 제외한 나머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점에서, 판 페르시의 득점력 값어치가 큽니다. 고메즈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5경기 6골)를 기록중입니다. 불과 두 시즌 전에는 12경기 1골에 그쳤지만 이제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수한 마무리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호날두는 4경기 3골을 넣으며 여전히 유럽 대항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세 명의 공격수는 남아공 월드컵 시절보다 기량이 일취월장 발전했습니다. 판 페르시는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 세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7-10-9골 넣었습니다. 2010/11시즌에는 25경기 18골, 올 시즌 13경기 13골을 기록했으며 앞으로 부상이 없으면 더 많은 골을 꽂아낼 수 있습니다. 고메즈는 2009/10시즌 분데스리가 29경기에서 10골, 챔피언스리그 12경기 1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32경기 28골, 챔피언스리그 8경기 8골을 터뜨리며 뮌헨의 에이스로 발돋움 했습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는 13경기 13골, 챔피언스리그 5경기 6골 올리며 뮌헨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거듭났습니다.

호날두는 남아공 월드컵을 전후로 변함없는 득점력을 뽐냈습니다. 월드컵 이후에 달라진 것은 도움이 늘었습니다. 2010/11시즌 프리메라리가 10도움을 기록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이었던 2006/07시즌 14도움 이후 4시즌 만에 두자릿수 도움을 올렸습니다. 올 시즌에는 6도움을 뽑으며 동료 선수들 골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습니다. 정확히는 조세 무리뉴 감독을 만나면서 도움이 늘어났지만,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공격수로 손꼽히게 됐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후반기에는 이기적인 플레이에 치중하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레알에서는 항상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동료 선수를 도와주는 유럽 국적 공격수중에서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레벨에 올라섰습니다.

세 명의 유로 2012 운명을 가를 변수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부상 입니다. 호날두는 유로 2008 직전에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했습니다. 경기 출전을 강행하면서 포르투갈의 8강 진출을 기여했지만 8강 독일전 부진이 팀 패배의 원인이 됐습니다. 판 페르시는 잦은 부상 이력으로 유명한 선수죠. 또한 유로 대회가 열리는 6월은 유럽 축구 시즌이 끝나는 시점입니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병행하며 많은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의 피로가 쌓이면서 부상의 위험성이 큽니다. 판 페르시-고메즈-호날두가 조국의 우승을 이끌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며 부상을 감수해야 합니다.

둘째는 팀 전력 입니다. 호날두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기대 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근본적 원인은 포르투갈 공격 자체가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메이져 대회에서는 어느 순간에 승리욕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00년대 이후 항상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았지만 실제로는 유로 2004 준우승이 최고의 성적 이었습니다. 그런 포르투갈은 유로 2012에서 플레이오프 승자 자격으로 조별 본선에 진출했죠. 네덜란드-독일은 예선 1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 없이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 호날두는 판 페르시-고메즈보다 네임벨류에서 앞서지만 유로 2012라는 테두리에서는 판 페르시-고메즈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조국의 유로 2012 우승을 이끌 세 명의 각축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