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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홍명보호, 승점 3점 획득에 만족했던 경기

 

몇몇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쓰러지거나 자세를 숙이며 지치고 힘든 기색을 보였습니다. 주중 카타르 원정을 소화하느라 시차 적응이 힘든 것 같습니다. 후반전에는 상대팀이 몰아 붙이는 경기를 펼치면서 우리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지만 승점 3점 획득에 만족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27일 오후 2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전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31분 정우영의 프리킥 과정에서 조영철이 상대 수비수 반칙에 의해 페널티킥을 얻었고, 33분 조영철이 오른발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한국은 A조 2승1무를 기록하며 조 선두를 지켰습니다.

한국은 사우디전에서 측면 중심의 공격을 펼쳤습니다. 전반 37분 왼쪽-중앙-오른쪽 공격 방향 비율이 56-13-31(%)로 나타났습니다. 사우디가 29-39-3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공격은 조영철-김태환 측면 듀오에게 집중됐습니다. 조영철은 대표팀에서 왼쪽 윙어가 낯설었지만 활동 폭을 넓게 잡으면서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오른쪽에서는 김태환이 양질의 크로스를 올리면서 깔끔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공략했습니다. 두 선수가 공격의 활기를 더하면서 한국이 전반전 경기력을 압도했습니다.

역설적으로는 한국의 공격이 단조로웠습니다. 중앙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서 측면에 집중되는 불균형을 가져왔죠. 팀이 측면 공격에 승부수를 띄웠을지 몰라도 중앙에서 패스가 맥을 못춘것은 아쉬움에 남았습니다. 사우디가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하면서 한국이 중앙 공간을 비집는데 어려웠던 특성을 감안해도,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볼 점유를 늘리면서 상대 수비진을 한꺼풀씩 벗기는 공격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정우영이 몇차례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되었고, 백성동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사우디전에서는 백성동 역할이 애매했습니다. 홍명보호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활발하게 볼을 배급하고, 원톱 김현성에게 골 기회를 밀어주는 플레이메이커 기질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라인을 윗쪽으로 잡으면서 볼 터치가 적었습니다. 김현성이 많은 공격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던 흐름으로 이어졌죠. 백성동과 김현성이 주중 카타르 원정에서 맹활약 펼쳤음을 상기하면 사우디전 부진은 컨디션 저하가 컸습니다. 특히 사우디는 전반전에 수비 위주 경기를 펼치면서 두 선수가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에는 무거운 몸 놀림이 눈에 띨 수 밖에 없었죠.

후반전에는 윤빛가람까지 부진했습니다. 정우영을 대신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교체 투입했지만 공격에서 아무린 실마리를 풀어주지 못했죠. 경남-조광래호-홍명보호 일정을 병행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불거졌던 트레이드 논란까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그래서 한국은 후반전에 공격이 끊기는 현상이 거듭되면서 사우디에게 추격 의지를 허용했습니다. 사우디 선수들이 후반들어 패배를 모면하기 위해 움직임을 늘리면서 한국 선수들이 분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차 적응이 덜 된 선수들이 힘들 수 밖에 없었죠.

전반전에는 수비수 2명의 백패스가 실점 위기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홍정호는 전반 2분, 오재석은 전반 22분에 골키퍼 이범영쪽으로 백패스를 약하게 연결하면서 사우디 선수에게 골을 내줄 뻔한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특히 홍정호는 위험한 패스미스가 잦은 아쉬움이 여전합니다. 사우디전에서는 동료 선수에게 백패스를 받았을때 발의 스텝이 엉켰습니다. 이범영에게 오른발 패스를 내준 것이 밋밋하게 흐르면서 힘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센터백은 공격의 시작점으로서 동료 선수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야 합니다. 홍정호의 단점이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비수 중에서는 김영권 경기력이 좋았습니다. 빈틈없는 커버 플레이를 펼치면서 사우디 공격 옵션들에게 침투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데 주력했죠. 김영권이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면서 홍명보호가 사우디전에서 승점 3점을 챙기는 숨은 원동력이 됐습니다. 공격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음에도 무실점이 보장되면서 한국이 승리했죠.

홍명보호는 내년 2월 중동 원정 2연전(사우디, 오만)을 치릅니다. 사우디전 승리의 의미가 남다릅니다. 하지만 올림픽 본선 진출을 보장받으려면, 올림픽 3위 이내 입상에 성공하려면 약점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국가 대표팀과 비교하면 선수 차출이 쉽지 않았던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1년 일정이 끝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하지 않은 것이 다행입니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2012년 화려한 비상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