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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널 15위 추락, 이제는 놀랍지 않다

 

아스널은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전에서 1-2로 패했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승1무4패(승점 7)를 기록하며 13위에서 15위로 추락했고, 4위 뉴캐슬(4승3무, 승점 15)과의 승점 차이가 8점입니다. 빅4 잔류를 위해 최소 3경기 뒤집어야 하는데 현실은 10위권 안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시즌 초반 부진으로 판단하기에는, 리버풀-맨체스터 유나이티드-토트넘 같은 빅6 팀들에게 패했습니다. 사실상 빅6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지난달 17일에는 블랙번 원정에서 3-4 역전패를 당하면서 강팀의 체면을 구겼죠. 블랙번은 리그 19위 팀입니다.

과거의 아스널은 1999년 11월부터 1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토트넘에게 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4번의 토트넘전에서 1무3패를 당했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순위에서는 '6위' 토트넘에게 추월 당했죠. 또한 토트넘은 한 경기를 덜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두 팀 모두 경기력 난조에 빠졌지만, 토트넘은 '아스널전 포함' 4연승으로 이겨냈고 아스널은 좌초 상태 입니다. 지금까지 아스널이 토트넘보다 더 강했던 틀이 최근에 무너졌습니다.

[사진=토트넘전 1-2 패배를 발표한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특히 토트넘전은 '15위 추락이 놀랍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아스널에게 없고 토트넘에게 있는 3가지가 두 라이벌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습니다. 첫째는 아스널은 파브레가스-나스리 같은 에이스급 미드필더들이 팀을 떠났습니다. 유망주 발굴, 이적생&임대생 영입으로 두 스타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복안이었으나 아직까지 성과가 신통치 않습니다. 경기를 띄엄띄엄 출전했던 토마스 로시츠키 맹활약이 반가웠을 뿐이죠. 반면 토트넘은 베일-모드리치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모드리치가 팀 전력에 돌아왔던 지난달부터 4연승을 거듭하며 아스널처럼 전력 이탈을 걱정하지 않게 됐습니다.

둘째는 스콧 파커 였습니다. 파커는 지난 시즌 웨스트햄에서 살림꾼 노릇을 톡톡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이 강등 됐습니다. 지난 여름 아스널-토트넘 이적설로 주목을 받았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이 자신의 영입을 원치 않자 결국 토트넘으로 떠났습니다. 토트넘은 팀의 약점이었던 모드리치 파트너 불안을 해결하는데 성공했고, 그런 파커는 이번 아스널전에서 아르테타 봉쇄에 성공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어쩌면 토트넘의 파커 효과는 빅4 재진입을 노리는 원동력,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더 강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에 아스널은 이적시장 막판에 영입했던 아르테타 효과가 미미합니다.

셋째는 부상 선수의 복귀와 속출 입니다. 토트넘의 아스널전 승리 원인은 수비진에 레들리 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레들리 킹은 잦은 부상이 문제지만 경기에 출전하면 빼어난 수비력을 과시했습니다. 올 시즌 출전했던 4경기에서 토트넘이 모두 승리했습니다. 토트넘과 대조적으로 아스널은 부상 선수가 끊임없이 속출했습니다. 사냐가 토트넘전에서 종아리뼈가 골절되면서 3개월 결장이 예고 됐습니다. 19세 유망주 젠킨슨이 사냐 공백을 메울지 의문입니다. 또한 지난 시즌 센터백을 맡았던 4명(베르마엘렌, 주루, 코시엘니, 스킬라치)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고 디아비-윌셔까지 다쳤습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은 아스널 전력을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아스널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2선 미드필더들의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저조합니다. 토트넘전에서는 램지-제르비뉴-월컷-아르테타의 폼이 안좋았습니다. 그나마 코클링이 모드리치를 착실히 견제했지만, 아스널 공격이 토트넘처럼 짜임새있게 전개되었다면 이날 경기는 어떻게 끝났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2선 미드필더끼리의 호흡이 여전히 맞지 않다는 뜻이죠. 아무리 램지가 후반 6분에 동점골을 넣었지만 미드필더로서 경기 내용이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아스널 특유의 색깔이 올 시즌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또한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 최다 실점 3위(7경기 16실점) 입니다. 토트넘전에서도 수비 불안이 패배로 직결됐죠. 전반 40분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에게 선제골을 실점한 상황에서는, 미드필더들이 저메인 디포에게 공급된 토트넘의 종패스를 차단하지 못한것이 빌미가 됐습니다. 디포에게 패스가 왔을때 미드필더 뒷 공간이 완전히 뚫렸죠. 근처에 있던 송 빌롱이 우물쭈물하면서 엠마뉘엘 아데바요르에게 크로스를 내줬고, 이것이 판 데르 파르트의 골로 연결됐습니다. 후반 28분 카일 워커의 중거리 슈팅을 내줄때는 미드필더진에서 1차 저지가 안됐죠. 실점 장면은 아니었지만, 메르데자커-송 빌롱의 수비 실수도 이날 경기에서 있었습니다.

강팀의 기본은 수비 입니다. 아스널 침체가 계속되는 이유는 수비부터 안됩니다. 센터백 4명 부상을 탓하기에는 팀 전체의 수비가 잘 안됩니다. 미드필더들이 협력 수비로 상대 공격을 끊거나, 공격 옵션들이 포어 체킹을 하면서 활발히 움직이는 면모가 돋보이지 못합니다. 과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우승을 다툴때는 파트리스 비에라의 투쟁적인 활약이 아스널 패스 축구에 큰 힘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에라 같은 영향력을 지닌 선수가 없습니다. 송 빌롱은 센터백으로 전환했고 윌셔는 부상으로 빠졌습니다. 미드필더가 공격도 안되고, 수비도 안되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습니다. 반면 코클링은 경험 부족을 감안하면 그나마 선전했습니다.

토트넘전을 중심으로 아스널 문제점을 짚어보면, 벵거 감독이 파커를 영입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오히려 토트넘이 그를 데려가면서 전력 보강에 성공했죠. 아스널에게는 파커 같은 선수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아스널의 제르비뉴-아르테타-베나윤 영입 효과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베나윤의 경우 칼링컵 32강 슈루즈버리 타운전에서 잘싸웠을 뿐입니다. 첼시에서 장기 부상을 당했던 타격이 큽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을 보였던 아스널 축구는 수비가 불안하고, 미드필더들이 제 구실을 못하면서, 판 페르시가 최전방에서 외롭게 싸우는 힘겨운 행보를 거듭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