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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위기론,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박지성 위기론은 매년마다 꾸준했고, 이청용 위기론은 지난 시즌 아시안컵 이후에 잠시 있었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10개 넘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현지에서 한국 선수들의 가치를 향상 시켰지만, 국내의 일부 여론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되면 어김없이 부정적인 말이 쏟아집니다. 박지성이 소속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는 것은 많은 축구팬들이 잘 알고 있고, 당시 이청용의 체력적인 과부하는 우려된 일이었죠. 축구 선수는 경기에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선수 보호'가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박주영 위기론 입니다. 박주영은 아스널 벤치 멤버 입니다. 2경기 연속 결장했죠. 지난 22일 칼링컵 슈루즈버리 타운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중반에 교체 됐습니다. 그 이전이었던 17일 블랙번전에서는 18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죠. 아스널 이적 당시에 국민적인 기대를 받았지만 지금까지 1경기 뛰었을 뿐입니다. 당시 슈루즈버리 타운전 경기를 봤던 분들이라면 박주영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에는 '부진했다'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았죠. 지난번에 관련 칼럼을 작성했지만, 골 없으면 부진일까요? 그 이후에도 박주영과 관련된 부정적인 제목의 기사들은 계속 올라왔습니다.

[사진=박주영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arsenal.com)]

그런데 박주영 위기론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과연 박주영이 팀 내에서 심각할 정도로 위기냐는 것입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시절 초반에 경기력 난조에 빠지면서 현지 축구팬들의 야유를 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당시에는 붙박이 주전이 아니었죠. 맨유 시절 초반에도 강팀 또는 비중있는 경기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지금은 강팀 킬러로 유명하지만 그때는 아니었습니다. 기성용은 셀틱의 페널티킥을 담당할 정도로 주전이 고정되었지만, 셀틱에 입단했던 몇개월 동안 벤치를 지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청용은 2009년 9월 26일 버밍엄 시티전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터뜨렸습니다. 당시에는 볼턴의 교체 멤버였죠. 프리미어리그 시즌 초반부터 볼턴의 일정에 참여하며 첫 시즌부터 팀의 에이스로 떠올랐지만, 시즌 초반에는 선발 출전 기회가 자주 주어졌던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박주영이 9월초 A매치 데이 종료 후 아스널에 본격적으로 합류했음을 감안할 때, 아직 1경기만 출전했음을 고려하면 이청용보다 더 기다려야 할 선수입니다. 엄연히 아스널의 벤치 멤버지만 정확히는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것 뿐입니다.

이 과정에서 '벵거 감독은 박주영에게 왜 기회를 주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벵거 감독은 이적 시장이 끝난 뒤에도 4-2-3-1 포메이션을 그대로 밀고 갔습니다. 그래서 로빈 판 페르시 원톱 체제가 계속 되었죠. 원톱 No.2 마루앙 샤막이 박주영과의 출전 시간 및 횟수 경쟁에서 앞서고 있지만 전체적인 폼이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특히 29일 올림피아코스전에서 팀이 2-1로 앞섰던 후반 25분에 판 페르시와 교체된 것은 '아스널 벤치가 샤막을 못믿고 있다'는 의도가 짙었습니다. 샤막이 2011년이 되자 공격력이 저조해진 것은, 판 페르시 부상 복귀에 따른 실전 감각 저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스널이 지금까지 샤막에게 배려를 했습니다. 결국 박주영의 출전 시간이 줄었죠.

일각에서는 박주영이 18세 유망주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직접적 경쟁자가 아닙니다.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은 시오 월컷의 부상 공백을 메웠던 오른쪽 윙어 입니다. 박주영은 한국 대표팀, FC서울, AS모나코에서 측면 미드필더 내지는 윙 포워드로 뛰었던 경험이 있지만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서 활약했습니다. 중앙에 있을때에 비해 공격력의 반감되는 문제점이 있었죠. 아스널의 4-2-3-1에서 2선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공중볼과 포스트 플레이가 강점이었던 자신의 콘셉트와 불일치 합니다. 박주영의 경쟁자는 판 페르시와 샤막입니다.

만약 박주영 실전 감각이 떨어지면 대표팀 공격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조광래 감독이 박주영의 아스널 적응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10월 초 A매치 차출이 확정되면서 박주영은 한국에 오겠지만 대표팀 주장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죠. 동일한 범주에서 보면, 조광래 감독은 8월 일본 원정을 앞두고 지동원을 차출하려고 했으나 결국에는 그의 선덜랜드 적응을 위해서 일본에 불러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이 10월 A매치 2경기에서 본래의 기량을 회복하며 아스널에 복귀하고, 벵거 감독 선택에 의해 출전 기회를 잡으면 실전 감각 부족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벵거 감독이 박주영을 영입한 이유는 샤막-제르비뉴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 공백을 메우겠다는 복안입니다. '유리몸' 판 페르시의 부상 결장 공백 가능성과 함께 말입니다. 한국 여론에서는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빠르게 적응하며 팀의 새로운 킬러로 떠오르는 시나리오를 기대했고 저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박주영이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 펼친다면 기분이 매우 좋죠.

하지만 벵거 감독은 박주영을 붙박이 주전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으로 영입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샤막-제르비뉴의 네이션스컵 차출 공백을 해결하겠다는 언급이 결정적 단서였죠. 4-2-3-1을 그대로 활용하는 현 상황에서는 판 페르시가 주전으로 뛸 수 밖에 없습니다. 샤막은 실전 감각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샤막의 공격력이 여전히 안좋습니다. 지금은 박주영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경기에 못뛰었다고 실망하기에는, 박주영은 아스널 입단이 확정된지 이제 1개월 되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