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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역시 루니는 맨유에서 대체 불가능하다

 

웨인 루니(26)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입니다. 올드 트래포드로 둥지를 틀었던 2004/05시즌부터 팀의 주력 공격수로 활약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던 2009/10시즌 이후에는 지금의 에이스 영역으로 올라섰습니다. 두 번의 월드컵에서 대회 직전에 부상을 당했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였던 아쉬움이 있지만, 맨유에서의 경기력을 놓고 보면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 중에 한 명으로 꼽을만 합니다. 우승 경력까지 포함하면, 루니가 현존하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일지 모릅니다.

[사진=웨인 루니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하지만 루니가 없는 맨유라면 전력 약화가 뚜렷합니다. 25일 스토크 시티전 1-1 무승부가 대표적인 사례 입니다. 루니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맨유의 리그 5연승 행진이 끝났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동률(17점)을 이루었으나 골득실에서 3골 앞서면서 간신히 1위를 지켰지만, 루니가 또 다시 부상으로 신음하면 맨유의 리그 2연패 도전에 악재로 작용할지 모릅니다. 루니는 주중 FC 바젤전 복귀가 예상 될 정도로 햄스트링 부상이 가벼운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동안 경기에 많이 뛰었던 과부하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루니는 맨유에서 대체 불가능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맨유에는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인재들이 많습니다. 이 선수들이 팀 워크로 하나되기 까지는 루니가 팔방미인처럼 뛰면서 다양한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라도 공격의 구심점은 늘 존재합니다. 맨유에서는 루니가 중심을 담당했습니다. 지난 여름까지 일부 여론에서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맨유 전력에 꾸준히 힘을 실어줄 플레이메이커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맨유 경기를 보면 사실상 루니가 플레이메이커 같았습니다. 골 생산까지 책임지면서 때로는 수비 가담에 열성적입니다. 루니의 열정적인 경기 자세가 맨유 전력을 움직였던 것이죠.

특히 스토크 시티전은 루니 공백이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루니가 빠지면서 공격의 무게감이 줄었습니다. 점유율을 포기하고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기로 유명한, 파워 넘치는 선수들이 즐비한 스토크 시티 선수들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No.1 옵션은 루니 입니다. 루니가 상대 수비를 흔들어야 다른 선수들이 공격 전개에 힘을 얻는데 '루니가 없는' 실제 경기에서는 그 효과가 뚜렷하지 못했습니다. 루니 대신에 선발 출전했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이전부터 상대의 강력한 수비를 극복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전반 초반에 부상 당하고 교체됐죠. 그 결과, 오언-베르바토프 투톱은 스토크 시티의 수비벽을 허물지 못했습니다.

루니 결장은 톰 클래버리 부상에 따른 중원 공격 난조로 이어졌습니다. 점유율에서 스토크 시티를 앞섰지만(55-45%) 실질적으로 중원 싸움에서 앞서지 못했죠. 스토크 시티 선수들이 맨유 진영으로 계속 넘어오면서 호시탐탐 슈팅 기회를 노렸습니다. 안데르손-플래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압박이 부족했다는 반증입니다. 올 시즌들어 모든 경기력이 의기양양해진 스토크 시티와 싸웠던 어려움을 감안해도 짜임새 넘치는 중앙 공격이 전개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리그 5경기와 비교하면 공격 속도가 밋밋하게 전개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맨유의 스토크 시티전 미드필더 선발 멤버는 지난 첼시전과 동일 했습니다. 경기력이 확연히 달랐던 원인은 루니와 공존하느냐, 아니냐의 차이 였습니다. 첼시전에서는 루니가 2선으로 자주 내려가면서 동료 선수와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거나 패스 길목을 확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패스의 정확도를 높히면서 맨유의 빠르고 세밀한 공격 전개가 가능했습니다. 공격의 템포를 높이려면 팀의 전체적인 볼 배급이 빨라야죠. 루니가 4-4-2 쉐도우로서 맨유의 패스를 내주고 받아내는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당시 에르난데스 부진을 이겨낼 정도로 공격의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스토크 시티전은 루니가 빠지면서 중앙 공격의 불안함이 노출됐죠.

예전과 비교하면 맨유의 '루니 의존증'은 줄었습니다. 2009/10시즌에는 루니의 골 역량에 의지하는 모양새였죠. 루니처럼 박스 안에서 지속적으로 골을 넣어줄 선수가 당시에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베르바토프의 득점력이 준수했지만, 시즌 막판 루니가 부상으로 결장했던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이것이 맨유가 첼시에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허용했던 결정타가 됐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베르바토프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되었고 에르난데스라는 신예가 무섭게 성장하면서 루니가 골 부담을 줄이고 팀 플레이에 전념하게 됐습니다. 팀이 조직적으로 단합되면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을 되찾는 시나리오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루니가 없을때의 맨유는 공격의 짜임새와 파괴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존 선수들 중에서 그 문제를 풀어줄 적임자는 없습니다. 루니는 맨유에서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얼마전 칼링컵 32강 리즈 유나이티드(2부리그)전에서는 루니 없이도 3-0으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기는 루니가 굳이 뛸 필요 없었습니다. 그나마 루니 부상이 심각하지 않은 것이 맨유에게 다행이지만, 스토크 시티전은 '루니가 없으면 맨유가 힘들다'는 의미를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