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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홍명보호, 윤빛가람 프리킥 골 없었다면?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런던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오만전 2-0 승리는 윤빛가람을 위한 경기였습니다. 한국의 공격이 윤빛가람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윤빛가람이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경기 장소였던 창원 축구센터는 윤빛가람 소속팀 경남FC의 홈 구장 입니다. 이번 경기를 유럽 클럽팀 스카우터들이 봤다면 아마도 윤빛가람을 칭찬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특히 윤빛가람이 전반 23분 오만 진영 왼쪽에서 날렸던 프리킥 골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습니다. 한국이 오만전에서 승리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죠.

그러나 홍명보호의 오만전 승리는 '윤빛가람 프리킥 골이 없었다면?'이라는 전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윤빛가람 발끝에 의해서 경기 흐름을 주도했고, 그의 킥력에 의해서 승리했지만 팀의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특히 전반전에는 점유율 66-34(%)의 우세를 점했으나 슈팅은 단 2개에 불과했습니다. 수비 축구를 했던 오만이 1개에 그친 것은 당연할지 모르나, 공격 위주의 흐름을 잃지 않았던 한국의 슈팅이 2개인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윤빛가람이라는 공격의 구심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은 어딘가 불안했습니다.

특히 공격 옵션들이 부조화에 빠졌습니다. 한국의 포메이션이었던 4-2-3-1에서는 3과 1이 지속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쳐야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톱 배천석, 2선 미드필더로 뛰었던 고무열-백성동-조영철은 서로의 활동 반경이 겹치거나 자신이 커버해야 할 영역이 늘어나는 문제점에 빠졌습니다. 배천석이 왼쪽 측면으로 빠지거나 2선으로 내려가면서 볼을 터치했으나 동료 선수들과 위치가 겹쳤고, 백성동은 전방쪽으로 올라가는 패턴을 취했으나 근처에 있던 배천석과의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죠. 팀 공격의 무게 중심이 왼쪽으로 향하면서 조영철이 짊어질 부담이 많아졌는데 컨디션 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공격 옵션들의 밸런스 약화는 한국의 슈팅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윤빛가람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전방쪽으로 부지런히 볼을 배급했지만 상대 골문 쪽에서 패스워크가 살아나지 못한 것은 공격 옵션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오만은 아시아 약체 입니다. 이제는 한국 대표팀이 홈에서 아시아 약체를 상대로 승리하는 것은 기본이 되었습니다. 오만전 승점 3점에 만족해서는 안 될 이유입니다. 전반 23분 이라는 적절한 시간에 윤빛가람 프리킥 골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그마저 없었다면 한국은 지난 6월 요르단전에 이은 졸전을 펼쳤을지 모릅니다. 강팀과 경기했다면 경기 결과는 두말 할 필요 없을지 모르죠.

또 하나 짚고 싶은 것은, 선수들의 볼 처리가 전체적으로 늦습니다. 원터치 패스에 약한 면모를 드러내면서 빌드업이 빠르게 전개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죠. 윤빛가람 패싱력에 의존하거나 때로는 백천석 쪽으로 향하는 롱볼을 날리며 공격 패턴을 바꿨죠. 3개월 전 요르단전에서 드러난 아쉬움이 여전했습니다. 홍명보호가 명심할 점은, 한국 선수들이 후방에서 볼을 돌릴 때 상대 수비가 전열을 정비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공격 템포가 느리게 전개되면 상대 수비가 압박할 수 있는 타이밍을 벌어주게 되죠. 공격 옵션들은 상대팀 견제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입니다.

윤빛가람도 실수를 했습니다. 전반 14분 지공 상황시 하프라인에서 상대 수비에게 볼을 빼앗겼고 1분 뒤에는 왼쪽 측면에서 백성동에게 내주는 패스가 너무 길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동료 선수와 활발한 패스를 주고 받았지만 종종 끊긴 장면도 있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오만의 공격을 차단하기에는 버거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홍명보호에서 구자철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거나, 선발로 투입된 경기에서 제 구실을 못했던 갈증을 오만전 1골 1도움으로 갚았던 것은 박수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려면 오만전 맹활약에 들뜨지 말아야 합니다.

정작 홍명보호가 직면한 문제는 11월 최종예선 2경기 입니다. 23일 카타르 원정을 치른 뒤, 27일에 한국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맞붙습니다. 하지만 국가 대표팀도 11월에 2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11일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15일 레바논과 맞붙는 중동 원정 2연전 입니다. 두 대표팀에 중복 차출이 가능한 윤빛가람, 김보경, 홍철, 홍정호가 11월에 2개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듭니다. 그때는 K리그-J리그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선수들이 힘들 수 밖에 없죠. 그것도 11월에 두 번이나 중동에 다녀와야 합니다. 4명을 11월에 올림픽 대표팀에서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유럽파들의 차출은 현실 가능성이 의문이죠.

홍명보호에는 6월, 9월에 이어 11월에도 주력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 아시아 최종예선에 임해야 합니다. 6월, 9월에 나타났던 아쉬운 경기 내용을 11월에 만회할지 의문입니다. 그나마 지난 봄부터 대학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며 실전 활용이 가능한 선수층을 넓힌 것이 위안입니다. 올해 여름 콜롬비아 U-20 월드컵 16강 멤버였던 주역들도 올림픽 대표팀에 활용할 수 있죠. 오만전 승점 3점이 없었다면 남은 최종예선 일정이 힘들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윤빛가람 프리킥 골 값어치가 매우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