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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자철 함부르크 이적 불발, 아쉬움이 크다

 

구자철(22, 볼프스부르크)은 여름 이적시장 마감 직전에 함부르크 이적이 성사 될 뻔했습니다. 펠릭스 마가트 감독의 반대에 의해 팀에 잔류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마가트 감독이 구자철을 활용할 의지가 없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팀 전력에 필요없는 선수는 이적 수순이 옳았기 때문이죠. 아무리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의 벤치를 지키고 있어도 언젠가는 주전으로 도약할 저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구자철은 1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샬케04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교체 출전 했습니다. 볼프스부르크가 2-1로 앞서면서 마가트 감독의 '시간끌기' 작전 대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구자철은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할 예정 이었으나 경기 직전에 후보로 밀렸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가트 감독의 생각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구자철의 함부르크 이적을 막은 것까지 석연치 않습니다. 한국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실력 부족이 아닌 불운한 요인 때문에 팀 내 입지가 약해졌습니다. 정확히는 '감독 운'이 없습니다.

구자철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월말 볼프스부르크에 의해 이적료 200만 달러(약 21억 5700만원)를 기록하며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습니다. 아시안컵 득점왕에 등극했던 활약상이 볼프스부르크의 인정을 받았죠. 이때까지는 볼프스부르크의 즉시 전력감 이었습니다. 하지만 볼프스부르크가 성적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 3월 마가트 감독을 영입 했습니다. 물론 구자철은 마가트 감독에 의해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감독 교체 이전에 붙박이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는 아니었고, 아직 유럽 경험이 더 필요한 22세 영건 입니다. 그런데 샬케전에서 갑작스럽게 선발 제외된 것은 마가트 감독의 판단과 연관이 깊습니다.

마가트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기로 유명한 지도자 입니다. 특히 체력이 강한 선수를 선호합니다. 지난 5월 구자철의 올림픽 대표팀 차출을 반대한 것은 체력 낭비를 막겠다는 의도였죠. 그런데 볼프스부르크가 올림픽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면서 구자철은 조광래호에 합류했죠. 그 이전에도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는 빠듯한 일정에 시달렸고, 아시안컵 당시에는 득점왕 수상 속에서도 체력이 약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마가트 감독에게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1차적으로 체력 문제 였습니다. 그런데 함부르크 이적이 성사되지 못했고, 선발이 예고된 샬케전을 앞두고 갑자기 후보로 내려간 것은 체력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습니다.

구자철의 폼은 제주의 2위 돌풍을 이끌었던 지난해보다 떨어졌습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경기 감각이 무뎌졌습니다. 지난 9월 A매치 2경기에서는 깔끔한 퍼스트 터치와 정교한 패싱력, 경기 완급 조절, 순간 침투에 의한 득점루트 창출 같은 자신만의 장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레바논과의 후반전에서 분전했지만 다음 경기였던 쿠웨이트 원정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볼프스부르크의 벤치 멤버로 밀렸던 여파가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구자철의 대표팀 부진은 무리한 감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17일 팀 훈련 도중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면서 6주 정도 결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쾌유하면서 보름만에 한국-쿠웨이트를 오가는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동안 각급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체력적으로 힘겨워했던 아쉬움을 미루어보면 9월초 A매치 데이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좋았을지 모릅니다. 구자철은 홍명보호의 주장이며, 조광래호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지역예선보다는 홍명보호의 2012 런던 올림픽이 더 중요한 선수 입니다. 조광래호 입지는 런던 올림픽 이후에 회복할 기회가 있습니다.

그런데 구자철의 앞날 행보가 걱정됩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얼마만큼 실전에 투입될지 의문입니다. 만약 마가트 감독이 구자철을 팀의 주축 선수로 키우고 싶다면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해야 합니다. 잦은 교체 출전도 생각할 수 있지만, 축구 선수는 기본적으로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역량과 감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마가트 감독은 샬케전을 앞두고 구자철을 경기 종료 직전에 시간 끌기를 위해서 교체 투입을 했습니다. 단순한 체력 문제 같지 않아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구자철의 함부르크 이적이 성사되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구자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전 감각 회복 입니다. 내년 여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메달 입성을 이끌려면 소속팀 활약이 중요합니다. 2011/12시즌에 소속팀에서 다져진 경기력이 런던 올림픽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죠. 함부르크의 분데스리가 꼴찌 추락 원인 중에 하나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공격 역량이 떨어집니다. 중앙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관리하면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죠. 그래서 프랑크 아르네센 단장이 구자철 영입을 원했던 겁니다. 구자철 역량이라면 함부르크 주전이 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만약 구자철이 함부르크로 떠났다면 볼프스부르크 커리어에 성공이라는 마침표를 찍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축구 선수는 경기에 뛰는 것 부터 중요합니다. 본래의 실력이 살아나지 못하는 현실이죠. 함부르크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볼프스부르크에서 보냈던 시절의 아쉬움을 만회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함부르크 이적 제안은 지난날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을 뿐입니다. 마가트 감독이 기존의 생각을 바꾸면서 구자철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면 팀 내 입지가 새로운 국면으로 빠지겠지만 현실 가능성은 의문입니다. 구자철의 최근 행보가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