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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2경기 4골, 아스널에 미칠 영향은?

 

한국 대표팀의 9월 A매치 2경기 최대의 소득은 주장 박주영의 '아스널 효과' 입니다. 지난 8월 30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영입 발표와 동시에 거너스의 일원이 되면서 지긋지긋했던 소속팀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지난달 10일 일본전에서는 실전 감각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끝에 팀이 0-3으로 패하면서 여론의 혹독한 질타를 받았지만, 아스널 입단 이후에 치렀던 A매치 2경기에서 4골을 퍼부으며 본래의 감각을 회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박주영은 레바논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쿠웨이트전 1골은 진정한 중동 킬러(A매치 21골 중에 9골 상대가 중동팀 경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4골의 공통점은 박스 안쪽에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4-2-3-1의 왼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측면 공간에 머물렀던 기존과 달리, 왼쪽에서 중앙쪽으로 이동한 뒤 동료 선수가 후방에서 찔러준 볼을 받아 골을 연출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4골 중에는 기성용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시킨 세트 피스 상황이 있었죠. 또한 두 경기에서는 전반 10분 이전에 선제골을 넣으며 한국이 상대 밀집 수비를 극복하는데 보탬이 됐습니다.

[사진=박주영의 레바논전 해트트릭 소식을 전했던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어쩌면 박주영은 동기부여에 민감한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2005년 청소년-국가 대표팀 맹활약 및 K리그 18골로 신인왕에 오르며 자신의 신드롬을 일으켰고, AS모나코에 진출했던 2008/09시즌에는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으며 국내 축구팬들에게 '박 선생', '박 코치'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한때 대표팀에서 무득점으로 부진했던 시절이 있었으나 올해 2월 대표팀 주장을 맡은 이후 A매치 7경기 6골을 기록하며 한국 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골잡이로 거듭났습니다. 아스널 이적 확정 이후에는 레바논-쿠웨이트전에서 4골을 작렬했습니다. 무언가 목표를 이루거나 자신의 위상이 높아지면 경기력이 탄력 받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박주영 A매치 2경기 4골 활약은 아스널에게 호재입니다. 프리미어리그 17위(1무2패)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며 박주영 같은 이적생들의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스널 입장에서는 박주영을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죠. 만약 아스널이 4-4-2로 전환할 경우 박주영-판 페르시 투톱이 유력합니다. 특히 박주영이 레바논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을때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메인에는 'Internationals : Park hits Korea hat-trick'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했습니다. 박주영이 A매치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만큼 박주영을 향한 기대가 무르익었습니다.

박주영의 A매치 골 세례는 '아스널에서 최상의 득점 감각을 과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 획득의 계기가 됐습니다. 아스널 입장에서는 판 페르시 이외에 상대 박스에서 꾸준히 골을 터뜨릴 공격 옵션이 없는 단점을 해결할지 모를 기대를 품게 됩니다. '판 페르시 백업' 샤막은 지난 시즌 각종 대회에서 12골 넣었지만, 2011년에는 단 1골에 그치는 득점력 저하에 발목 잡혔습니다. 아르샤빈-월컷은 득점력이 있음에도 90분을 뛸 수 있는 내구력이 부족하며, 제르비뉴는 뉴캐슬과의 개막전에서 피니시 타이밍이 느린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램지는 기량이 덜 여물었고, 아르테타-베나윤 같은 이적생과 임대생이 아스널 전력에 빠르게 녹아들지 관건입니다.

결국, 박주영의 공격진 가세는 아스널 득점력을 끌어올리면서 판 페르시의 고립을 해결하는 이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판 페르시와 더불어 박스쪽에서 골 기회를 노리는 또 한 명의 공격 옵션을 확보하게 됐죠. 박주영이 어느 포지션에서 활약할지, 어떤 역할을 맡아 동료 선수들과 공존할지는 알 수 없지만 골 기회가 주어질 것은 분명합니다. 아스널은 9월 프리미어리그에서 스완지 시티-선덜랜드-볼턴 같은 약팀과 격돌하면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공격 옵션들이 골 생산에 탄력을 받게 되며 박주영도 그 중에 한 명이 될지 모릅니다.

만약 박주영이 아스널에 합류한 시즌 초반부터 득점력에서 인상을 심어주면 팀 내 입지가 올라가게 됩니다. 아스널의 주전으로 도약하는 명분이 주어지죠. 아스널은 판 페르시의 잦은 부상, 제르비뉴-샤막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 공백을 대비할 공격수가 필요합니다. 니클라스 벤트너가 선덜랜드로 임대되면서 박주영이 팀 전력에 자리잡기를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샤막은 2011년이 되면서 폼이 갑작스럽게 떨어졌고 제르비뉴는 아스널의 왼쪽 윙어를 맡고 있습니다. 2시즌 전에는 아르샤빈의 중앙 공격수 전환 효과가 미미했죠. 현실적으로 판 페르시와 경쟁하면서 그의 부상 공백을 대체할 선수는 박주영 뿐입니다. 만약 박주영이 맹활약 펼치면 아스널이 성적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박주영에게는 '컨디션'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한국에 귀국했던 8월 29일부터 아스널이 블랙번 원정을 치르는 9월 17일까지 3주 동안 5번이나 비행기 이동을 합니다. 그 중에 2번이 완료됐죠. 잉글랜드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쿠웨이트로 말입니다. 이제는 아스널에 복귀하면서 팀 훈련 합류와 동시에 10일 스완지 시티전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쿠웨이트에서 잉글랜드로 이동합니다. 다음주 평일에는 잉글랜드에서 독일로 건너가 도르트문트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을 치릅니다. 그 이후에 다시 잉글랜드로 이동하여 주말 블랙번 원정에 참여하는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합니다.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얼마나 뛸지는 모르겠지만, 벵거 감독에 의해 무리하게 기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아스널에서 훈련을 치르지 않았으며, A매치 데이 기간에는 한국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쿠웨이트 원정까지 참여했습니다. 10일 스완지 시티전 선발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아스널은 갈길이 급합니다. 프리미어리그 17위 추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2:8 대패 분위기를 이겨내야 합니다. 최정예 멤버 활용이 불가피한 실정이죠. 그럼에도 박주영이 A매치 2경기 4골을 터뜨린 것 자체가 긍정적입니다. 아스널에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