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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축구 대표팀, 외국인 감독 필요없는 이유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일 레바논전에서 6-0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0위 아시아 약체와의 경기였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했고 지난달 10일 일본전 0-3 참패 분위기를 해소했습니다. 만약 레바논전 승리가 없었거나 경기 내용이 안좋았다면 조광래 감독을 향한 여론의 불신이 매우 높았을 것입니다. 일본전 패배 이후 조광래 감독 경질, 외국인 감독 영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빗발쳤습니다.

특정 경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축구팬들은 조광래 감독 경질을 '오버'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일본전 패배 이전까지 승승장구했던 지도자가 라이벌전 0-3 패배 하나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믿기 힘든 시나리오 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아스널, 리버풀, 리즈 유나이티드 같은 라이벌에게 여러차례 패했던 경험이 있지만 25년 동안 장기 집권 했습니다. 조세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에게 2번 패했고 그 중에 하나는 캄프 누 0-5 대패 였습니다. 경질설만 있었을 뿐 지금도 지휘봉을 잡고 있습니다. 오히려 클럽 매니져까지 겸임하며 소속팀에서의 영향력이 강화되었죠.

[사진=조광래 감독 (C)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the-afc.com)]

그러나 축구 민심은 다릅니다. 대표팀 경기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합니다. 매 경기 매 순간에 따라 사람들이 반응합니다. 일본전 패배의 경우에는 한국이 무기력한 경기 내용을 거듭했고,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철천지 원수이며, 일본은 외국인 감독(알베르토 자케로니)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조광래 감독 경질', '외국인 감독 영입' 주장이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견도 한때 였습니다. 순간적으로 반응이 거셌을 뿐 조광래호가 레바논전 대승을 거두면서 끝내 무의미한 목소리가 됐습니다. 충격패를 당하면 감독 경질을 떠올리기 쉬운게 사람 마음일지 모르지만 건설적인 주장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대한축구협회(KFA)가 외국인 감독 영입할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종료 후에 선임했어야 합니다. 그때는 허정무 감독 계약이 만료된 시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광래호가 출범한지 1년 넘었고, '한국 축구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지도자의 소신이 뚜렷하며, 일본전 패배 속에서도 대표팀의 패스 축구 정착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레바논전을 시작으로 브라질 월드컵 본선 출전을 위한 첫 여정에 돌입했죠. 조광래호에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브라질 월드컵 이전까지 감독 교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조광래 감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조광래호라는 배를 타고 있습니다.

일부 누리꾼의 조광래 감독 경질 의견은 국내 감독 불신의 또 다른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불거졌던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자는 주장도 역설적으로는 국내 감독의 역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그렇다고 이 글에서 국내 감독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서 외국인 감독을 향한 일종의 '환상'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면 무조건 성적이 좋아지겠지?'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쿠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 체제로 이어졌던 시기는 한국 대표팀의 암흑기 였습니다. 베어벡 감독도 자질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던 포백 정착에 성공했습니다.

외국인 지도자 모두가 히딩크 감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쿠엘류 전 감독은 통솔력, 본프레레 전 감독은 전술, 아드보카트 전 감독은 팀을 완성시킬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반면 히딩크 체제에서는 여러 가지 성공 요인이 있었지만, 대표팀 선수들의 장기 합숙훈련이 계속되면서 K리그 팀들의 희생이 불가피 했습니다. 지금도 'K리그보다 대표팀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선수들 연봉은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이 지불합니다. 이제는 대표팀 장기 합숙훈련의 중요성이 감소되었죠. 대표팀은 FIFA의 A매치 소집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굳이 대표팀 장기 합숙훈련을 언급한 것은, 앞으로 히딩크 감독과 똑같이 최상의 환경에서 팀을 완성시킬 지도자가 등장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히딩크 성공 요인에서 짚어 볼 것은, 히딩크 감독도 지금의 조광래호처럼 시행착오를 겪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체코에게 0:5로 패하면서 '오대영'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었고 2002년 초 골드컵에서는 저조한 경기력을 일관했습니다. 그때도 '히딩크 감독 경질' 여론이 만만찮았고 일부 국내 축구 전문가까지 히딩크 감독을 곱지 않게 바라봤죠. 그럼에도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습니다. 강팀 및 비 아시아권 팀들과 꾸준히 싸우면서 때로는 수모를 당했지만 결국에는 월드컵 선전을 위한 자신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본의 자케로니 감독 영입이 성공작으로 평가됩니다. 남아공 월드컵 시절의 오카다 체제보다 더 강해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 대표팀 경기력이 2014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일본이 2014년에 걱정해야 할 대표적 문제는 '팀의 구심점' 엔도 야스히토가 앞으로 3년 지나면 34세 입니다. 만약 엔도가 흔들리고 자케로니 감독이 고비를 못넘기면 일본 대표팀 경기력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지 모릅니다. 자케로니 감독은 지금까지 일본 대표팀을 완성시켰던 '과정'은 좋았지만 '앞날의 결과'는 더 지켜볼 일입니다.

한국 대표팀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외국인 감독이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조광래 감독이 일본에게 참패를 당했지만 여전히 지휘봉을 잡고 있습니다. 얼마전 레바논전에서는 6-0 대승을 거두면서 자신을 향한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켰죠. 어떤 감독이든 고비는 늘 찾아오지만, 조광래 감독은 일본전 패배의 후유증을 이겨내기 시작했습니다. 조광래호 향후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지만, 무의미한 감독 흔들기는 한국 축구 발전에 이롭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