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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해트트릭, 6-0 승리의 주역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으로 향하는 '첫 걸음'을 가볍게 했습니다. 캡틴 박주영이 해트트릭을 달성하고 지동원-김정우까지 골을 보태는 대량 득점 승리를 했습니다. 전반 이른 시간부터 선제골을 뽑았던 상대 밀집 수비 극복 전략이 성공했습니다.

한국은 2일 저녁 8시 고양 종합 운동장에서 진행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1차전 레바논전에서 6-0으로 승리했습니다. 박주영이 전반 8분, 전반 46분, 후반 22분에 골을 넣으며 대량 득점 승리의 큰 공헌을 했습니다. 지동원은 후반 21분, 후반 40분에 골을 기록했고 후반 중반에 교체 투입된 김정우는 후반 34분에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조광래호는 오는 7일 2시(이하 한국시간) 쿠웨이트와 원정 2차전을 치릅니다.

한국, 경기 초반부터 공세 펼쳤다

한국은 레바논전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홍철-이정수-홍정호-차두리가 포백, 이용래-기성용이 더블 볼란치, 박주영-구자철-남태희가 2선 미드필더, 지동원이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홈팀 한국은 레바논 선수들이 경기 초반부터 밀집 수비를 형성하자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포백이 하프라인 밑쪽까지 올라와서 지공을 펼쳤는데 스리터치 보다는 원터치 내지 투터치 패스를 시도하며 빌드업 속도를 높였습니다. 전반 2분과 3분에는 이정수-박주영이 상대 골문 정면에서 헤딩 슈팅을 시도하며 경기 초반부터 골을 넣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특히 남태희-차두리 같은 오른쪽 측면 옵션들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상대 진영을 과감히 두드렸고, 전반 5분에는 박주영-지동원-남태희가 포어체킹을 하면서 경기 초반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박주영 2골, 일본전 부진 만회했다

한국은 전반 8분 박주영이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골문 중앙에서 두 명의 상대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때 홍철의 왼쪽 측면 얼리 크로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으면서 조광래호가 일찌감치 1:0으로 앞섰습니다. 이른 시간안에 골을 넣겠다는 한국의 전략이 성공했습니다. 특히 홍철의 크로스가 절묘했습니다. 레바논 선수들이 자기 진영을 지키는 경기를 하면서 전반 5분 이전에는 차두리, 이후에는 홍철이 공격에 가담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상대 진영에 올라왔을 때 박주영이 골문쪽으로 쇄도하려는 움직임을 보며 왼발로 얼리 크로스를 밀어줬습니다. 전반 12분에는 박스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으며 한국의 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왼쪽 윙어로 출전했던 박주영의 동선은 의외였습니다. 지금까지 아드보카트호-FC서울-AS모나코에서 왼쪽 윙어로 뛸때는 중앙보다는 왼쪽 측면에서의 움직임이 더 많았습니다. 전형적인 윙어 역할을 했지만 자신의 주무기였던 득점력이 감소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레바논전에서는 왼쪽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가며 지동원과 스위칭을 했습니다. 지동원이 2선 혹은 바깥쪽으로 빠지면 직접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침투를 시도하거나 골을 노렸습니다. 전반 7분 선제골 장면이 이 같은 상황에서 연출됐죠. 윙어에게 측면 플레이를 강조했던 지금까지의 조광래호 전술과 달랐습니다. 원톱이 상대 밀집 수비에 고립될지 모를 불안 요소를 극복하겠다는 의도죠.

조광래호 공격은 1-0 이후에 소강상태 였지만 레바논 밀집 수비를 깨기 위해 전술을 바꾼것이 좋았습니다. 기성용은 전반 중반 2번의 롱패스를 시도하며 박주영-구자철이 최전방에서 볼을 떨구도록 유도했습니다. 박주영에게 밀어줬던 패스는 다소 길었지만 구자철에게는 정확하게 향했습니다. 낮은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치다가 후방에서 기성용 발에 의한 롱패스를 시도한 것은 레바논 수비에게 공격 전술이 읽히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롱볼 축구를 떠올릴 수 있지만, 상대 압박을 무너뜨릴려면 일관된 공격 전개보다는 후방에서 다양한 형태의 패스가 공급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성용이 맨유 레전드 폴 스콜스와 유사한 역할을 했죠.

하지만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전반 40분까지 슈팅 5개에 그치면서 추가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격 옵션들이 스위칭을 하거나, 기성용이 미드필더 앞쪽으로 올라와서 패스에 관여하거나, 풀백이 상대 진영으로 올라오는 움직임까지는 좋았지만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공급되는 연계 플레이의 정확성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구자철이 볼에 관여하는 움직임에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경기 감각이 저하되었고 그 여파가 대표팀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상대 진영에서 공격 템포가 한 박자 느려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남태희가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았다면 지동원은 고립되었을지 모릅니다.

전반 46분에는 박주영이 두번째 골을 터뜨렸습니다. 기성용의 왼쪽 코너킥을 골문 중앙에서 헤딩골로 밀어 넣었죠. 전반전에만 2골을 넣으면서 일본전 부진을 만회했습니다. 아스널에 입단했던 자신감 때문인지 상대 골문에서 의욕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동안의 A매치와 비교하면 골문에서 골을 노릴때의 위치선정이 좋아졌습니다. 동료 선수가 크로스 또는 코너킥으로 밀어주는 볼의 궤적을 정확히 읽으며 슈팅을 시도했죠. 상대가 약체임을 감안해도 레바논전 활약상을 통해 '아스널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입니다.

박주영 3골, 지동원 2골, 김정우 1골, 한국 6-0 승리

한국은 후반전에도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포백을 전진배치하면서 볼 터치 횟수를 줄이고 침투 패스를 시도하는 과감한 공격을 펼쳤습니다. 공격 템포를 높인 것은 2:0 리드에 여유를 부리지 않고 다득점 승리를 노리겠다는 뜻입니다. 특히 구자철은 후반 4분 박스 바깥쪽 중앙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후반 7분에는 박스 왼쪽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수 세 명을 제끼며 전반전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레바논전 부진시 김정우와의 경쟁에서 밀릴 염려 때문인지 후반 초반에 저돌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후반 10분에는 지동원에게 침투 패스를 밀어주면서 플레이메이커 본색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남태희 맹활약도 반가웠습니다. 경기 내내 왕성한 기동력을 과시하며 팀 공격의 활기를 키웠죠. 후반 15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지동원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침투를 시도하는 위력적인 공격을 했습니다. 오른쪽의 반대쪽 공간에서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패스를 할 정도로 공격을 풀어가는 재주가 남달랐습니다. 소속팀 발랑시엔에서 벤치를 전전하는 유망주가 맞는지 의심 될 정도였습니다. 레바논전 활약이라면 이청용 부상 공백이 걱정되지 않습니다.
 
후반 21분에는 지동원이 한국의 세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차두리의 오른쪽 크로스를 박스쪽에서 상대팀 선수가 걷어냈지만 남태희가 근처에서 발리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볼이 상대 골키퍼 손에 걸렸지만 지동원이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습니다. 1분 뒤에는 박주영이 해트트릭을 달성했습니다. 박스 오른쪽 안에서 구자철의 왼쪽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낮게 깔린 슈팅으로 한국의 4번째 골을 열어줬습니다. 이번에도 박스 안쪽에서 골을 넣었죠. 지금까지는 왼쪽 윙어로 뛸때의 마무리가 부족했지만 레바논전에서 동선을 중앙쪽으로 돌더니 3골을 퍼부었습니다. 후반 24분에는 이근호와 교체되면서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후반 29분 Out 구자철-In 김정우, 후반 38분 Out 남태희-In 윤빛가람)

후반전에는 차두리가 오른쪽에서 프리롤 역할을 했습니다. 상대 측면 뒷 공간까지 파고들거나 중앙쪽으로 볼을 밀어주는 활발한 공격을 펼쳤습니다. 후반 35분에는 중앙으로 자리를 비집으면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상대가 수비쪽에 인원을 늘리면서 차두리에게 앞쪽 공간이 많이 열렸죠. 인터밀란의 마이콘을 보는 듯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한국의 대량 득점 승리에 숨은 기여를 했습니다. 후반 34분에는 김정우가 5번째 골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골문 오른쪽에서 이근호의 왼쪽 패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었죠. 후반 40분에는 지동원이 김정우의 패스를 받아 자신의 2번째 골을 기록했고, 한국은 6-0 대승을 거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