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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숫자를 통해 본 유럽축구 이적시장 결산

 

한국 시간으로 9월 1일 오전 7시에 유럽축구 여름 이적시장이 끝났습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선수들의 소속팀이 바뀌면서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후끈한 열기를 나타냈습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의 이적 소식은 많은 축구팬들을 들뜨게 했고,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이적시장 마감 하루 전에 오피셜이 집중적으로 떴습니다. 그리고 박주영-지동원이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하면서 한국 축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숫자를 통해서 유럽축구 이적시장을 결산합니다.(일부 팀명은 줄임말로 표기)

[사진=박주영 영입을 공식 발표한 아스널 홈페이지 (C) arsenal.com]

1. 판 데르 사르, 그리고 데 헤아

맨유의 여름 이적시장 고민 중에 하나는 골키퍼 였습니다. '41세' 판 데르 사르가 은퇴하면서 새로운 골키퍼 수혈이 필요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낙점했던 판 데르 사르 후계자는 스페인 출신 골키퍼 데 헤아 였습니다. 판 데르 사르보다 20세 어리지만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괴물같은 선방을 과시하며 유럽에서 촉망받는 골키퍼로 인정 받았습니다. 하지만 데 헤아는 8월말 아스널전 이전까지 몇차례 실책성 플레이를 펼치는 불안함을 보였습니다. 골키퍼로서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죠. 아스널전에서는 판 페르시의 페널티킥을 선방했지만 2실점이 흠입니다. 데 헤아 영입에 1600만 파운드(약 276억원)를 투자한 맨유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5. 첼시 유망주들을 너무 믿었던 함부르크

손흥민이 활약중인 함부르크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최하위(18위, 1무3패)에 있습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첼시에서 함부르크로 이동했던 5명의 유망주(만시엔, 브루마, 퇴레, 살라, 라이코비치)를 너무 믿었습니다. 특히 만시엔-브루마는 분데스리가 최다 실점(14실점)의 주범이 되었으며, 지난달 27일 쾰른전에서는 동반 선발에서 제외 됐습니다. 또 다른 첼시 출신이었던 라이코비치가 그 경기에서 골을 넣었지만 센터백으로서 불안한 위치선정을 나타낸 끝에 4실점 패배의 책임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공격수 퇴레는 지난달 20일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무존재감'이 되었고, 미드필더 살라는 부상으로 신음했습니다. 여기에 손흥민이 6주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함부르크의 앞날이 힘들게 느껴집니다.

9. 박주영, 극적인 반전을 연출했던 아스널 이적

박주영의 아스널 이적은 불과 며칠전까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한때 리버풀-토트넘-AC밀란-세비야 같은 인지도 높은 클럽들의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으나 병역 문제 및 모나코의 높은 이적료 요구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이적설만 난무했을 뿐 8월 중순까지 뚜렷한 정황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많은 축구팬들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결국 릴 이적이 유력해졌으나 지난 주말에 갑자기 아스널 이적설이 등장했습니다. 박주영이 벵거 감독의 전화를 받았고, 벵거 감독이 공격수 영입을 원하면서 이적 협상이 급진전 됐습니다. '박 선생'이 아스널의 9번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극적인 반전이 있었습니다.

11. 말락티코, 잠재적인 레알-바르셀로나 대항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빛낸 팀은 '말락티코' 말라가 입니다. 판 니스텔로이, 마테이선(이상 함부르크) 카솔라(비야레알) 호아킨(발렌시아) 부오나노테(리베르 플라테) 같은 수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지난해 6월 카타르 왕족 압둘라 나세르 알타니가 팀을 인수하면서 말라가에 엄청난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중동 자본 유입으로 막강해진 맨시티와 유사한 길을 밟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밥티스타-데미첼리스 영입으로 주목을 끌었죠. 근래 프리메라리가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없었고 지난 시즌 11위를 기록했지만 이제는 좋은 성적이 기대됩니다. 공격적인 선수 영입이 꾸준히 효과를 이루면 언젠가 레알-바르사 아성에 도전할 클럽이 될지 모릅니다.

20, 험난한 주전 경쟁을 견뎌야 하는 지동원

지동원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선덜랜드에 입단했지만 세세뇽 같은 동료 선수에게 볼을 받지 못하는 텃새를 받았습니다. 세세뇽은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선덜랜드로 이적했던 선수였죠. 하지만 세세뇽을 비롯해서 기안, 위컴 같은 공격수들의 시즌 초반 폼이 저조합니다. 선덜랜드가 2무1패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브루스 감독은 지동원과 위컴을 향해 "1년 동안 주전이 아니다"라고 한국팬 입장에서 아쉬운 발언을 했습니다. 오히려 선덜랜드는 벤트너를 임대하며 지동원 입지를 더 어렵게 했죠. '20세' 지동원은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부터 험난한 주전 경쟁을 견뎌야 합니다.

34. 비야스-보아스 감독, 첼시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졌다

첼시는 '34세' 비야스-보아스 감독을 영입하며 유럽 제패와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를 나타냈습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지난 시즌 FC 포르투의 '미니 트레블' 달성, 공격 축구, 한때 무리뉴 감독과 함께 일했던 경험, 34세의 비선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죠. 드록바보다 5개월 일찍 태어났던 인물입니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를 제패했던 경험 때문인지 첼시의 숙원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해결할 기대치가 있으며, 안첼로티 전 감독이 이루지 못했던 영건 육성에 주력해야 합니다. 첼시의 앞날이 지금의 맨유처럼 오랫동안 꾸준하려면 비야스-보아스 체제에서 괄목할 효과가 필요합니다. 또한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경질되지 않으려면 매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현실입니다.

0829 : 맨유의 아스널전 8-2 승리, 착실한 영입과 소극적인 영입의 차이

맨유는 한국 시간으로 8월 29일 오전 0시에 진행된 라이벌 아스널전에서 8:2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루니가 3골, 애슐리 영이 2골 3도움, 박지성이 시즌 1호골을 터뜨렸던 엄청난 화력을 과시했죠. 이 경기는 '착실한 영입과 소극적인 영입의 차이'로 요약됩니다. 맨유는 지난 시즌 종료와 동시에 데 헤아-애슐리 영-존스를 영입하며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는 '착실한 영입'을 했습니다. 반면 아스널은 파브레가스-나스리를 지키지 못했으며, 제르비뉴 이외에는 마땅한 빅 사이닝이 없었던 '소극적인 영입'에 그쳤습니다. 결국 맨유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적시장 마감 48시간 전에 박주영, 메르데자커, 안드레 산투스, 아르테타, 베나윤(임대)을 데려오는 '분노의 영입'을 단행했습니다.

172.67 : 파브레가스-모드리치-스네이더르, 플레이메이커들의 지겨웠던 이적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공격수들의 이동이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면 이번 이적시장은 플레이메이커들의 이적설이 잦았습니다. 파브레가스-모드리치-스네이더르가 주인공 입니다. 먼저, 파브레가스는 바르사로 떠나면서 그동안 지겹도록 제기되었던 이적설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모드리치-스네이더르는 소속팀에 잔류했습니다. 모드리치는 본인이 첼시 이적을 원했으나 토트넘의 거센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스네이더르는 맨유-맨시티-첼시 이적설에 직면했지만 항상 그 단계에서 끝났습니다. 두 선수의 이적설은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 되겠죠. 공교롭게도 파브레가스(175cm)-모드리치(173cm)-스네이더르(170cm)의 평균 신장은 172.67cm로서 모두 작은 편에 속합니다.

1981 : 에토의 러시아 진출, 유럽축구의 현실을 말해줬다

에토의 차기 행선지는 맨시티가 아닌 의외의 클럽 입니다. 지난 시즌 러시아리그 11위를 기록했던 안지라는 팀 입니다. 안지는 러시아 명문 클럽이 아니지만 술레이만 케리모프라는 자본가가 지난 1월 팀을 인수하면서 에토-지르코프-주작 같은 빅 사이닝을 성사했습니다. 특히 에토의 정확한 연봉은 1000만 유로(약 152억원) 또는 2050만 유로(약 311억원)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는 호날두(1200만 유로, 약 182억원)와 견줄만하거나 또는 그 이상을 넘어섰습니다. 에토는 1981년생 축구선수로서 지금처럼 엄청난 돈을 벌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다른 선수도 그렇겠지만) 많은 자금을 지불할 클럽을 원했나 봅니다. 첼시-맨시티-말라가 같은 부자 클럽의 성장과 안지의 등장은 돈에 의해 좌우되는 유럽축구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76,000,000 : 맨시티, 변함없는 이적시장의 큰 손

맨시티가 이번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7600만 파운드(약 1308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유럽 클럽  최다 규모로서 '이적시장의 큰 손'임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아궤로 영입에 3800만 파운드(약 654억원, 당초 3500만 파운드로 알려졌으나 3800만 파운드 였습니다.)를 지출했는데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 2위에 해당합니다. 나스리는 2500만 파운드(약 430억원)에 영입했죠. 여기에 테베스까지 잔류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초호화 공격진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전 3승 및 12골을 퍼부으며 지난 시즌 수비 축구를 했던 색깔을 지우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을 달성하며 35년 무관에서 벗어났다면, 올 시즌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