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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EPL 개막전 승리의 빛과 그림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커뮤니티 실드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도 역전승을 달성했습니다. 박지성 결장이 아쉬웠지만 맨유가 리그 개막전에서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날의 불안을 예감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맨유는 15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호손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이하 웨스트 브롬)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웨인 루니가 전반 13분 선제골을 넣었으며 웨스트 브롬 공격수 셰인 롱이 전반 37분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두 팀이 팽팽히 맞섰던 후반 36분에는 애슐리 영이 왼쪽 측면 구석을 파고들면서 골문쪽으로 패스를 찔러준 것이 스티븐 레이드의 몸을 맞고 맨유의 결승골이 됐습니다. 상대팀 자책골 행운이 더해진 맨유의 승리였습니다.

맨유, 여러가지 단점이 노출했던 개막전 승리

맨유는 웨스트 브롬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데 헤아가 골키퍼, 파비우-비디치-퍼디난드-스몰링이 수비수, 애슐리 영-클레버리-안데르손-나니가 미드필더, 루니-웰백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커뮤니티 실드 전까지는 애슐리 영이 부진했지만 퍼거슨 감독의 꾸준한 믿음을 얻었습니다. 웨스트 브롬은 4-4-1-1을 활용했습니다. 포스터가 골키퍼, 쇼레이-올손-타마스-레이드가 수비수, 모리슨-샤르너-물룸부-브런트가 미드필더, 초이가 쉐도우, 셰인 롱이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지난 시즌 최다 득점자였던 오뎀윈지는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습니다.

우선, 맨유는 웨스트 브롬전 승리로 3가지 소득을 누렸습니다. 첫째는 원정 개막전에서 승점 3점을 챙겼습니다. 맨유는 항상 시즌 초반이 되면 '슬로우 스타터'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지난 시즌 원정에서 5승10무4패로 부진했습니다. 올 시즌 초반 5경기 중에 3경기 상대는 토트넘-아스널-첼시 같은 빅6 팀들입니다. 결과적으로 웨스트 브롬전 승리가 값집니다. 둘째는 루니의 개막전 골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득점력을 보조하는 역할에 치중하며 지난 2월 맨체스터 시티전 오버헤드킥 골 이전까지 득점력이 과소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막전 골에 힘입어 올 시즌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겁니다.

세번째는 클레버리-안데르손의 맹활약입니다. 맨유가 웨스트 브롬을 제압했던 배경과 밀접하죠. 클레버리-안데르손은 경기 내내 정확한 패스를 공급하며 맨유의 공격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클레버리가 활동 폭을 넓히면서 중원의 연계 플레이를 도왔고 때에 따라 원터치 패스를 시도하며 웨스트 브롬의 중원을 흔들었습니다. 안데르손은 중원에서 빌드업을 담당하는 역할 이었습니다. 클레버리보다 뒷쪽에 위치하면서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활발히 띄워주는 경기를 했죠. 특히 두 선수의 패스 정확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클레버리가 90.6%(58/64) 안데르손이 93.2%(55/59)였습니다. 윙어로 뛰었던 애슐리 영(37/58, 63.8%, 도움을 패스에 포함시킴) 나니(24/35, 68.6%)보다 패스 정확도가 높았습니다.

특히 클레버리-안데르손의 역할 분담이 좋았습니다. 클레버리가 박스 투 박스로서 그라운드 이곳 저곳에서 패스 플레이에 관여하는 성향이었다면 안데르손은 앵커맨으로 활약했습니다. 서로의 역할이 중복되지 않는 패스 플레이를 펼치면서 맨유의 공격 작업이 유기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그 중에 안데르손은 좌우로 벌려주는 패스의 빈도가 많았습니다. 스콜스의 2000년대 후반, 지난 시즌 역할을 소화했죠. 이미 은퇴한 스콜스에 비하면 시야가 너르지 않지만 군더더기 없는 패스를 연결하면서 클레버리의 활동 부담을 줄였습니다. 클레버리의 맹활약은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하지 않아도 되는, 캐릭의 부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플러스를 가져왔습니다.

[사진=톰 클레버리-안데르손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하지만 맨유는 웨스트 브롬전에서 퍼펙트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점유율에서 59-41%로 앞섰지만 슈팅에서는 11-16(유효 슈팅 1-3)개로 밀렸습니다. 웨스트 브롬 공격에 흔들렸다는 뜻이죠. 애슐리 영-클레버리-안데르손-나니로 짜인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치우치면서 상대 역습 대처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4명의 미드필더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이 아니죠. 약팀 경기에서 공격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작전이지만, 이 선수들은 지난달 30일 FC 바르셀로나전 선발 출전으로 선 수비-후 역습을 익혔습니다. 수비 축구를 할때는 감독의 전술을 잘 이행했지만 막상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수비력이 소홀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애슐리 영-나니 측면 조합은 나니-발렌시아 콤비처럼 수비 밸런스를 맞추지 못합니다. 서로 공격에 중심을 두면서 수비 가담이 늦어지거나 상대 측면 옵션에게 뒷 공간을 내주는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국내 축구팬 입장에서는 박지성 결장이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애슐리 영-나니가 주전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그저 애슐리 영에게 적응의 기회를 주는 것 뿐이죠. 클레버리는 공격쪽에서 넓게 움직이면서 수비시에는 상대 선수를 따라붙는 속도가 다소 늦으며 악착같이 볼을 따낼 필요가 있습니다. 안데르손은 위치 특성상 클레버리에 비해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본래 수비적인 역할에 익숙한 선수가 아니었죠. 초이를 봉쇄하기에는 버거움이 있었습니다. 맨유에 특출난 홀딩맨이 없는 문제점이죠.

그리고 수비수들의 줄부상이 앞날 일정의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비디치-퍼디난드가 경기 도중에 각각 종아리,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 됐습니다. 비디치는 2주, 퍼디난드는 6주 정도 뛸 수 없습니다. 세계 최정상급 수비력을 자랑하는 두 센터백이 같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결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경기는 뛰지 않았지만 오른쪽 풀백 하파엘이 어깨 부상으로 10주 결장합니다. 맨유는 주전 수비수 3명을 부상으로 잃게 됐습니다. 문제는 세 선수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가 마땅치 않습니다. 에반스-스몰링-필 존스가 세 선수를 대체하겠지만, 에반스의 수비력은 여전히 불안하며 스몰링은 웨스트 브롬전 오른쪽 풀백으로서 모리슨 공격력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필 존스가 오른쪽 풀백으로 뛸 수 있지만 공격력이 뒷받침될지 의문입니다.

웰백의 에르난데스 공백 메우기까지 실패했습니다. 웨스트 브롬 수비진 사이를 뚫고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며 동료 선수들의 침투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후반전에는 상대 수비수들에게 봉쇄 당한 끝에 교체 되었죠. 조커로 투입된 베르바토프도 루니와 호흡이 맞지 않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웰백-베르바토프는 기복이 심한 편이죠. 다음 경기에서 누구를 루니 파트너로 활용할지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또한 셰인 롱에게 동점골 빌미를 내줬던 골키퍼 데 헤아의 판단력 불안까지 겹쳤습니다. 커뮤니티 실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으로 제코에게 실점을 내줬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당분간 데 헤아를 둘러싼 여론의 자질 논란이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웨스트 브롬전에서 나타난 맨유의 단점들을 종합하면, 앞으로 상대해야 할 강팀과의 경기가 위태롭습니다. 특히 수비쪽에서 리스크가 큽니다. 데 헤아가 믿음감을 심어주지 못했고, 주력 수비수들이 부상당하면서, 일부 백업 수비수들이 불안하고, 미드필더들의 수비력이 미흡했습니다. 맨유가 슬로우 스타터를 피하려면 수비 보완이 급선무입니다. 개막전 승리가 마냥 반가웠던 것은 아닙니다. 전술적으로 여러가지 단점이 노출하면서 앞으로 상대할 토트넘(23일) 아스널(29일) 첼시(9월 19일)전에 대한 부담이 생겼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뚜렷했던 웨스트 브롬전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