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아스널 무승부, 파브레가스 공백 아쉬웠다

 

아스널은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뉴캐슬전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다른 팀 이적이 예상되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미르 나스리가 뉴캐슬 원정에 결장했던 어려움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나마 나스리 공백은 이적생 제르비뉴의 신선한 활약으로 채워지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지난 몇 시즌 동안 아스널의 에이스이자 주장을 맡았던 파브레가스 공백이 역시 컸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빅4 탈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분발이 필요했지만 끝내 승점 3점을 얻지 못했습니다.

[사진=뉴캐슬전 0-0 무승부를 발표한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그렇다고 뉴캐슬전은 '졸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세 가지의 작은 희망을 얻었죠. 첫째는 이미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가엘 클리시의 빈 자리를 키어런 깁스가 무난하게 메웠습니다. 뉴캐슬이 고질적으로 오른쪽 공격이 약한 점을 감안해도, 상대 선수들에게 배후 공간을 내주지 않는 위치선정과 유연한 볼 처리가 좋았습니다. 둘째는 윌셔의 몫을 로시츠키가 충분히 해냈죠. 송 빌롱과 함께 더블 볼란치를 맡아 빠르고 정확한 잔패스로 빌드업을 이끌었고 전진 패스까지 날카로웠죠.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출중한 공격력으로 뉴캐슬과의 중원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며 아스널이 점유율에서 62.6-37.4(%)로 앞서는데 공헌했습니다.

셋째는 제르비뉴의 돌파가 반가웠습니다. 경기를 보셨던 분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겁니다. 긍정적인 활약부터 짚어보면 아스널 공격에 보탬이 될 선수임을 알렸습니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에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이길려는 저돌적인 활약까지 가미되면서 측면 공격의 파괴력을 실어줬죠. 측면에서 과감함이 부족해진 월컷-아르샤빈과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마무리가 약했습니다. 슈팅을 날려야 하는 상황에서 머뭇거리는 판단력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후반 29분 자신의 멱살을 잡았던 바튼의 얼굴을 손으로 가격하며 퇴장당했죠. 프리미어리그 규정상 3경기 출전 정지가 유력합니다.

하지만 아스널은 경기 내내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뉴캐슬 수비진을 농락하며 팀 공격을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 부재가 아쉬웠습니다. 파브레가스 공백을 이겨내지 못했죠.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램지는 상대 수비에게 읽히는 가벼운 패스들이 많았고, 제르비뉴-아르샤빈-판 페르시와의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않으면서 아스널 공격의 원투패스 및 침투 유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판 페르시와의 호흡도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죠. 긴 부상에 시달렸던 영건으로서 파브레가스급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아스널 공격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자신만의 특색이 부족합니다.

만약 아스널에 건실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존재했다면 판 페르시의 골 생산이 쉬웠을 것입니다. 비록 3개의 슈팅을 놓쳤지만 2선에서 볼을 공급받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유린했죠. 동료 선수가 부정확하게 찔러준 킬러 패스도 받아내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파브레가스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공존했다면 움직임에 따른 에너지 소모를 줄이며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얻었을지 모를 일이죠. 그동안 파브레가스와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에, 어쩌면 파브레가스 FC 바르셀로나 이적을 반갑지 않게 여길지 모릅니다.

그리고 아스널은 파브레가스가 빠지면서 공격이 따로 노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송 빌롱-로시츠키가 지공을 통해 중원을 장악하면서 뉴캐슬 미드필더들의 공격력을 반감시켰지만, 판 페르시와 2선 미드필더 3명(제르비뉴-램지-아르샤빈)이 서로 공존하지 못했던 나머지 박스 바깥에서 공격이 끊어지거나 볼 터치가 길어지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박스 안쪽에서 경합해줄 선수가 부족했습니다. 파브레가스는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골을 노리거나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하며 골 기회를 열어주는 스타일 입니다. 미들라이커로서 골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아스널에는 파브레가스와 동일한 패턴을 유지할 선수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4-4-2 전환은 힘듭니다. 지난 시즌 중반에 판 페르시-샤막 투톱을 실험했으나 두 선수의 활동 공간이 겹치면서 부조화가 벌어졌습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아르샤빈 활용 실패를 문제 삼을 수 있죠. 아르샤빈은 러시아의 유로 2008 4강 진출 당시 투톱의 쉐도우로 뛰었고, 아스널로 이적했던 2008/09시즌 후반기에도 4-4-2의 쉐도우로 활약하여 준수한 득점력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아스널이 2009/10시즌 4-3-3으로 전환하면서 윙 포워드로 전환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측면에서의 폼이 떨어졌죠. 제니트 시절에도 윙어로 뛴 경험이 있지만 쉐도우가 제격인 선수입니다. 딕 아드보카트 러시아 감독이 "벵거 감독은 아르샤빈을 활용 못하고 있다"는 발언이 맞는 이유입니다.

파브레가스 대체자 영입만이 공격력 강화의 지름길은 아닐 겁니다. 그 선수가 아스널의 새로운 선수가 되더라도 이미 시즌에 돌입했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과 발을 맞출 기회가 마땅치 않습니다. 클래스가 있는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아스널은 빅 사이닝에 인색한 클럽입니다. 앞으로 보름이 남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과감한 투자가 없다면 유망주 영입으로 이적시장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연 그 선수가 파브레가스처럼 아스널 공격을 이끌어갈 역량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로시츠키의 체력 저하와 잠재적 부상 가능성을 안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램지의 성장과 윌셔의 부상 복귀를 기대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스널의 빅4 탈락을 단정짓기에는 이릅니다. 프리미어리그 38경기 중에서 이제 1경기 치렀고 37경기 남았습니다. 오는 20일 리버풀전, 2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은 빅4 잔류를 위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작용합니다. 지난 시즌 후반에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주춤하면서 승리를 놓친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1-0으로 승리하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그 사이에 파브레가스-나스리 거취가 결정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스널이 강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