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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맨시티 이적설, 흥미롭지 않다

 

개인적으로 박주영 이적설에 대해서는 일희일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많은 팀들이 영입 관심을 나타내고 있을 뿐 더 이상의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2010/11시즌 종료를 전후로 박주영 이적설이 꾸준히 전해지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3~4주 뒤에 여름 이적시장이 끝나는 시점에서 차기 행선지에 대한 뚜렷한 변화가 없다는 것은 이적설만 난무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박주영이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 모나코가 박주영 이적 댓가로 800만 파운드(약 139억원)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팀들에게 부담입니다.

어느 현지 언론 기사는 가증스러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잉글랜드 스포츠 언론 <토크 스포츠>는 지난달 5일 "박주영의 어린 시절 영웅은 케니 달글리시 리버풀 감독이며 AC밀란, 토트넘, 파리 생제르맹 이적을 멈출 수 있다"며 리버풀 이적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1985년생이며 달글리시 감독은 1991년에 리버풀을 떠났습니다. 그 이후 블랙번-뉴캐슬 감독을 맡았지만 '어린 박주영'이 감독을 우상으로 여겼을지는 의문입니다. 한국에서 90년대까지는 프리미어리그가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지 않았으며 달글리시 감독은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신빙성이 아쉬웠던 현지 기사였죠.

국내 여론에서는 박주영 이적이 완료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합니다. 어떤 이는 박주영을 폄하합니다. 하지만 가장 괴로운 사람은 아마도 박주영 본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팀들은 프리시즌을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맞추고 있지만 박주영은 그렇지 않은 상황입니다.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에 조기 입소하여 개인 훈련에 돌입했던 이유는 컨디션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현 소속팀 AS 모나코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되면서 개인 훈련에 임했습니다. 모나코가 박주영을 이적시킬려는 의지가 있었죠. 그럼에도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팀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며 모나코를 떠나고 싶었던 박주영 입장에서 답답하게 생각할 수 있죠.

특히 최근에 불거진 박주영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이적설은 빅 클럽 진출의 기대감 보다는 불편함이 더 앞섭니다.('풋볼트랜스퍼태번'은 지난 2일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박주영을 600만 파운드를 -약 104억원- 원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박주영 이적설로 주목을 받았던 클럽이 하나 더 늘었죠. 현지 언론이 여름 이적시장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박주영을 하나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느낌이 짙습니다. 일반적으로, 현지 언론이 제기하는 이적설 중에 절반 이상은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맨시티는 다른 클럽들에 비해 지명도가 높으며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강호이자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에 진출한 차별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쉽다는 의미입니다.

맨시티가 박주영을 영입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얼마전 세르히오 아궤로 영입에 3500만 파운드(약 606억원)를 투자했으며 그 액수는 맨시티 역사상 가장 많이 지출했던 이적료 입니다. 아궤로를 주전 공격수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죠.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맨시티 특성상 카를로스 테베스, 엠마뉘엘 아데바요르, 마리오 발로텔리, 에딘 제코, 호케 산타 크루즈는 아궤로와 주전 경쟁하거나 철저히 벤치를 지켜야 합니다. 아니면 다른 팀으로 임대되거나 이적할 수 있죠. 문제는 기존 멤버들의 이적이 쉽지 않습니다. 선수들의 몸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테베스-아데바요르 이적 작업이 지지 부진한 것도 높은 몸값과 연관이 깊습니다. 투톱으로 범위를 넓히면 크레이그 벨라미도 같은 범주에 포함됩니다. 그나마 벨라미는 2009/10시즌 맨시티에서 왼쪽 윙어로 뛰었죠.

만약 박주영 맨시티 이적이 성사되면 아궤로를 비롯한 쟁쟁한 공격수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그런데 원톱으로 뛸 주전 공격수들이 포화되면서 꾸준한 선발 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데바요르-산타 크루즈-벨라미 같은 잉여 자원들을 비롯해서 테베스까지 떠나더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올 시즌에는 제코에게 적지 않은 출전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코는 올해 초 하늘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그것도 이적료 2700만 파운드(약 468억원)를 기록했습니다. 맨시티가 '제코 영입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제코에게 적당한 출전 기회를 제공하면서 아궤로와 경쟁을 붙일 것으로 보입니다.

맨시티는 2008년 여름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가 팀을 인수하면서 이적시장 때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여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공격수쪽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드뭅니다. 호비뉴-조-산타 크루즈-아데바요르-제코 같은 먹튀 공격수들을 양산했고, 발로텔리도 먹튀 선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인물이죠.(21세의 어린 나이 때문에 완전한 먹튀가 아니지만) 테베스는 스탯 상으로는 성공했지만 실력 외적인 부분에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팀의 주장임에도 '이적하고 싶다'는 발언을 내뱉으며 충성심에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만약 팀에서 성실한 이미지를 키웠다면 맨시티가 아궤로를 영입할 일은 없었을 겁니다. 벨라미는 2009/10시즌 왼쪽 측면에서 준수한 공격력을 펼치고도 프리미어리그 25인 로스터에 의해 다비드 실바에게 밀려 다른 팀에 임대됐죠.

적어도 맨시티가 박주영을 영입할 의지가 있다면 테베스-아데바요르-산타 크루즈-벨라미 같은 선수들의 거취를 정리해야 합니다. 임대 선수들이 돌아온 현 스쿼드에서는 아무리 이름이 있는 선수라도 프리미어리그 25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벨라미처럼 말입니다. 테베스 이외에는 공격력에서 인정을 받은 옵션이 없다는 점에서 '유럽 무대를 호령해야 할' 박주영에게 어울리는 팀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맨시티는 박주영이 원하는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이지만 공격수쪽에서 불안 요소들이 쌓였습니다. 또한 발로텔리 같은 팀 내에서 말썽을 피우는(동료 선수와의 주먹 다짐, 유소년 선수에게 다트 투척, 만치니 감독과의 충돌 등) 악동이 있다는 점에서 맨시티 적응이 순조로울지 의문입니다.

만약 박주영이 맨시티로 이적하면 국내에서 맨체스터 더비를 즐겁게 시청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박지성vs박주영' 맞대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에 이어 또 한 명의 선수가 잉글랜드 빅 클럽에 진출하는 상징성도 있죠. 하지만 박주영이 맨시티로 떠나기에는 우려되는 측면이 깊습니다. 물론 박주영 맨시티 이적설은 아직까지 신뢰도가 낮지만 축구팬 입장에서 기대를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유럽축구를 즐겨보는 축구팬들이라면 박주영 맨시티 이적설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겠지만요. 아궤로 영입으로 공격수들을 대거 보유한 맨시티가 박주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순수한 전력 강화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그동안 난무했던 박주영 이적설은 지겹습니다. 맨시티 이적설도 흥미롭지 않습니다. 기존에 제기되었던 리버풀-토트넘-AC밀란 이적설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팀도 진전되지 않았죠. 박주영에게 필요한 것은 빅 클럽 이적설이 아닙니다. 꾸준한 선발 출전을 보장받으면서 유럽 롱런을 이어갈 수 있는 팀이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모나코와 협상이 완료되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되도록이면 그 시점이 빨라야 박주영이 마음 편하게 축구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