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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조광래 감독의 손흥민 차출, 그래도 존중한다

 

'슈퍼탤런트' 손흥민(19, 함부르크)의 조광래호 합류는 의외입니다. 프리시즌 9경기 18골 및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전 2골을 감안해도 엄연히 공식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아직 2011/12시즌은 시작 안했습니다. 최근의 활약을 놓고 보면 이번 시즌 대도약이 기대되지만 대표팀 승선까지 이어질 줄은 예상 못했습니다.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철저히 벤치를 지킨 끝에 한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고 아직 함부르크에서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합니다. 그랬던 손흥민이 다음달 10일 A매치 일본 원정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사진=손흥민 (C) 함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hsv.de)]

손흥민은 다음달 6일 분데스리가 개막전 도르트문트전에 출전한 뒤 10일 일본전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합니다. A매치를 마친 뒤에는 13일 헤르타 베를린전을 앞둔 소속팀에 합류하죠. 최근 프리시즌 폼이라면 시즌 초반 함부르크에서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파울로 게레로가 코파 아메리카 출전(페루 대표팀)에 따른 휴식 및 체력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팀 입장에서 손흥민이 필요합니다. 관건은 일본전이 끝난 뒤 입니다. 일본전과 헤르타 베를린전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3일에 불과하며, 시차 적응을 이겨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A매치 출전 여부를 떠나 독일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독일로 이동해야 합니다.

물론 손흥민은 박지성처럼 꾸준히 시차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박지성이 이청용에게 23세가 넘으면서 시차 적응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던 일화는 잘 알려져있죠. 10대 후반의 손흥민이라면 패기로 이겨낼지 모릅니다. 하지만 최근 프리시즌에 활발히 출전한 점이 염려됩니다.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했던 게레로,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믈라덴 페트리치는 프리시즌 막바지 혹은 시즌 초반 일정을 소화하면서 몸을 끌어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손흥민은 프리시즌 초반부터 에너지를 소모하기 시작했고 그 이전 국내에서는 하루 슈팅 1,000개를 날리는 맹훈련을 했습니다. 일본전 출전 여부를 떠나 비행기에 오르는 것 자체만으로 자칫 피로가 쌓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자 결과론적 관점이지만, 손흥민의 아시안컵 참가는 커다란 효과를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대표팀을 경험하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꿈을 키웠을지 모르지만 대회 이후 함부르크에서의 활약상이 미진했죠. 아시안컵에서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고 체력적으로 어려움에 시달렸습니다. 물론 본인이 원해서 함부르크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시안컵 합류가 이루어졌지만, 차라리 소속팀에 전념했다면 더 좋았을지 모릅니다. 당시 손흥민의 대표팀 합류는 이른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손흥민은 대표팀 주축 선수가 아닙니다. 조광래호에서 롱런하고 싶다면 박주영-지동원-이근호-이청용 같은 공격 옵션들과 견줄만한 레벨에 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개인 기량이 완성되지 않았죠. 특히 2선에서의 연계 플레이에 적극 참여하면서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가르는 날카로운 패싱력이 필요합니다. 프리시즌에서는 게레로-페트리치 결장에 따른 원톱 출전 횟수가 많았지만, 공식 시즌에 돌입하면 지난 시즌처럼 4-4-2의 왼쪽 윙어 같은 2선 개념의 포지션을 맡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함부르크에서 팀 플레이를 강화해야 합니다. 소속팀에서 경쟁력을 키우면 공격 옵션들의 다양한 역할을 주문하는 조광래호와 코드가 맞을거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조광래 감독의 손흥민 차출은 현실적인 느낌이 짙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일본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K리그 선수 위주로 엔트리를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어려움이 많았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K리그 승부조작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전까지 대표팀에 몸담았던 홍정호-이상덕이 승부조작에 연루되었으며 10명 이하의 선수가 추가 기소 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K리그 승부조작 수사는 여전히 계속 되고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K리그 선수를 발탁하기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해외파 차출을 늘렸으며 그 중에 한 명이 손흥민 이었습니다.

손흥민 차출은 선수 개인에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닙니다. K리그 승부조작을 감안해도 함부르크에 전념해야 할 선수입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에 의해 아시안컵에 이어 일본전에서 선택을 받은 것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손흥민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일지 모릅니다. 물론 조광래 감독도 손흥민 차출의 득과 실을 애초부터 인지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대표팀에 다시 불러들인 것은 손흥민에게 관심이 깊다는 의미로 비춰집니다. 손흥민이 비록 지금은 대표팀 간판 스타가 아니겠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창대할 수 있는 선수임에 틀림 없습니다. 적어도 10~15년 동안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인 것은 분명하죠.

한국은 일본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올해 초 아시안컵 4강 일본전 승부차기 패배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시점에서(최근 4번의 아시안컵에서 일본이 3번 우승) 한국이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전 패배 이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 입장에서는 특별한 A매치 입니다. 어쩌면 손흥민 축구 인생에 긍정적인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경기일지 모릅니다. 이미 일본전 명단은 정해졌습니다. 일단 '긍정의 힘'을 믿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광래 감독의 손흥민 차출을 존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