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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코파 아메리카, 우루과이 우승은 당연한 결과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이 이끄는 우루과이 축구 대표팀이 '남미 국가 대항전'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미 국가로는 유일하게 4강 진출에 성공했던 우루과이가 코파 아메리카를 계기로 진정한 남미 축구의 강호로 거듭났습니다. 또한 이번 우승으로 코파 아메리카 최다 우승국가(15회)로 떠올랐습니다.

우루과이는 25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에리스에 소재한 모누멘탈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 코파 아메리카 결승 파라과이전에서 3-0으로 승리했습니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전반 12분 결승골을 넣었으며 디에고 포를란은 전반 41분과 후반 44분에 추가골을 터뜨리며 우루과이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두 선수가 공격의 주축이 된 우루과이는 90분 동안 파라과이를 압도하는 경기 내용을 발휘하며 우승팀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대회 우승 과정이 당연했던 결승전 이었습니다.

[사진=파라과이전 2골로 우루과이의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이끈 디에고 포를란 (C) 코파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 메인(ca2011.com)]

모든 면에서 파라과이를 압도했던 우루과이

우루과이는 파라과이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무슬레라가 골키퍼, 카세레스-코아테스-루가노-막시 페레이라(M. 페레이라)가 수비수, 알바로 페레이라(A. 페레이라)-리오스-페레스-곤잘레스가 미드필더, 수아레스-포를란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8강 아르헨티나전에서 퇴장 당했던 페레스의 복귀로 중원 수비가 강해졌습니다. 파라과이도 4-4-2를 활용했습니다. 비야르가 골키퍼, 마레코스-베론-다 실바-피리스가 수비수, 베라-리베로스-오르티고사-카세레스가 미드필더, 세발로스-발데스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산타크루즈-토레스-알카라즈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마르티노 감독-산타나는 4강 베네수엘라전 퇴장으로 결장했습니다.

그런 우루과이의 우승 원동력은 이른 시간안에 선제골을 넣는 작전 이었습니다. 그동안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경기를 펼쳤지만 파라과이도 비슷한 콘셉트였기 때문에 일찌감치 기선 제압이 필요했죠. 그래서 선수들이 전면 공격 및 포어 체킹으로 파라과이 진영을 흔들었습니다. 전반 7분까지 5개의 코너킥을 얻을 정도로 경기 초반부터 공격에 초점을 맞췄고, 코너킥 때는 센터백 루가노가 골문쪽으로 올라와 골을 노렸습니다.

결국, 우루과이의 의도는 적중했습니다. 전반 12분 수아레스가 박스 오른쪽에서 페레스의 로빙 패스를 받아(패스가 상대 수비의 몸을 맞고 굴절된) 오른발로 베론을 제끼고 왼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우루과이 미드필더들이 앞쪽으로 올라와서 경기 분위기를 장악했던 것이 홀딩맨 페레스가 로빙패스를 띄우는 여유를 가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파라과이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도하기전에 포어 체킹으로 상대 공격 템포를 떨어뜨렸고 전방에 있는 세발로스-발데스 투톱을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우루과이는 때에 따라 수아레스, 포를란을 2선으로 내리며 중앙 미드필더들의 공격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리오스-페레스가 전반 중반부터 무게 중심을 아랫쪽으로 내리고 상대 선수들을 끈질기게 따라 붙으면서, 수아레스-포를란이 공격 전개 역할을 도맡았죠. 그래서 파라과이 공격이 박스 바깥에서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우루과이는 거친 플레이가 다소 지나쳤습니다. 전반 중반에만 카세레스-페레스-M. 페레이라가 경고를 받아 옐로우 트러블에 직면했습니다. 파라과이 공격 옵션들의 순발력이 빠르다보니 수비가 거칠어졌죠. 무더기 경고 이후에도 깊은 태클이 계속되면서 상대 공격을 어떻게든 끊으려 했습니다.

반면 파라과이는 선제 실점 이후 수비수-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동점골을 넣기 위해 허리 라인을 올렸으나 공격 옵션들이 우루과이의 거친 수비를 스스로 벗겨낼 볼 컨트롤이 민첩하지 못했고, 최전방으로 킬러 패스를 띄우는 세밀함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루과이에게 역습을 내줬는데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늦어지면서 일부 수비수가 우루과이 공격수와 대처하는 위기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그런 우루과이는 전반 41분 포를란 골에 힘입어 2-0으로 앞섰습니다. 리오스가 오르티고사의 볼을 빼앗아 단독 침투를 강행하며 왼쪽에 있던 포를란에게 패스를 띄웠고, 포를란이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흔들었습니다.

우루과이는 후반전이 시작하자 수비 모드를 일관했습니다. 전반 시작과 함께 닥공(닥치고 공격), 1-0 이후 선 수비-후 역습 이었다면 후반전에는 철저하게 지키는 경기를 했었죠. 파라과이가 결승전에서 수비 불안 및 공격 템포 저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무리한 공격을 펼칠 이유가 없었습니다. 후반 8분에는 파라과이 발데스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고비가 있었지만, 미드필더들이 앞쪽으로 올라와서 직접 상대 공격을 끊는 과감한 수비를 펼쳤고, 파라과이 공격이 소강 상태에 빠지면서 다시 역습을 강행했습니다. 후반전에도 우루과이가 경기 흐름을 장악했습니다.

특히 남아공 월드컵 4강 진출의 원동력이었던 미드필더들의 터프한 수비 및 활발한 움직임이 파라과이 공격을 제어하는데 주효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안정되고 골키퍼 무슬레라 존재감까지 더해지면서 상대 공수 밸런스를 휘어잡았고, 포를란-수아레스는 활동 폭을 넓히면서 공격 상황에 적극 참여하며 골을 노리는 패턴을 진행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완성된 전술이 코파 아메리카에서 숙성되면서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제압했고, 페루에 이어 파라과이까지 격침했죠. 후반 18분에는 그동안 부상으로 신음했던 카바니를 오른쪽 윙어로 교체 투입하여(Out A. 페레이라) 결승전 출전 기회를 제공하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후반 44분에는 포를란이 카바니-수아레스로 이어지는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넣으며 우루과이의 우승을 굳혔습니다.

우루과이의 코파 아메리카 우승은 남미 축구에서 선 수비-후 역습이 '대세'였음을 알렸던 대회였습니다. 브라질-아르헨티나 같은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팀들이 상대팀의 선 수비-후 역습을 극복하지 못했고, 4강에 진출한 우루과이-페루-파라과이-베네수엘라는 수비에 중점을 두는 팀들입니다. 그중에서 우루과이는 전술의 완성도가 가장 높았죠. 개인 클래스가 뛰어난 선수들이 남아공 월드컵 이전부터 공수 양면에서 숙달된 경기 운영을 과시하며 원하는 형태의 작전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파라과이는 결승전 수비 불안이 악재였죠. 적어도 조직력에 있어서는 우루과이가 남미 최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