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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박지성, 중앙 MF로 성공할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11/12시즌 화두는 중앙 미드필더 입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에서 중원 수비의 취약함을 드러내면서 끝내 패배했고, 폴 스콜스의 은퇴로 누군가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최근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영입을 전면 부인했으며, 사미르 나스리(아스널)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같은 플레이메이커 영입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중원에서 출중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홀딩맨이 없고 창의적으로 공격을 풀어줄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것이 맨유의 현 주소 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할 뚜렷한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 15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 3명(필 존스, 애슐리 영, 다비드 데 헤아)을 영입했고 그에 만족하고 있는 입장이다"며 지금까지의 여름 이적시장 행보를 긍정적으로 전했습니다. 만약 맨유가 중앙 미드필더를 수혈하지 않으면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위건에서 임대 복귀된 톰 클레버리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산소탱크' 박지성의 포지션 이동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박지성, 중앙 MF 출전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박지성은 지난 14일 미국 클럽 뉴 잉글랜드 레볼루션과의 친선전에서 후반 30분 중앙 미드필더로 교체 투입 했습니다. 후반 35분에는 직접 골을 넣으며 맨유의 4-1 승리에 기여했죠. 하프라인에서 볼을 잡을때 왼쪽 측면에 있던 긱스에게 긴 스루패스를 연결한 뒤 재빨리 문전쪽으로 비집으며 골키퍼를 넘기는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죠. 상대 골망을 갈랐던 장면이 인상적이었지만 골의 시발점이 되었던 스루패스는 자신의 마크맨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타이밍이 빨랐고 정확도-판단력-시야까지 인상적 이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킬러 패스를 띄워주면서 단번에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역량을 하나의 결정적 장면으로 말해줬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지난 시즌 8골 6도움(프리미어리그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2005년 맨유 이적 이후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지속적으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맨유의 주축 선수임을 과시했죠. 특히 이전 시즌보다 월등하게 향상 된 것은 볼 배급의 퀄리티 였습니다. 과거에는 루니-호날두-테베스 같은 쟁쟁한 슈퍼스타들의 맹활약을 돕기 위해 공간 창출에 주력하거나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내주는 패턴이 일관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즌 부터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 및 원터치 패스가 늘어났고 볼 배급의 타이밍을 높이면서 맨유 공격 템포의 강약을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길렀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를 리드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이러한 박지성의 공격력 진화는 맨유에서의 전술적 활용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단순히 측면에서 뛰는 것을 벗어나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게 됐죠. 물론 2009/10시즌에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을때는 상대 중원의 밸런스를 공략하는 패턴이 뚜렷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즌이었던 4월 2일 웨스트햄과의 전반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으며 상대와 맞섰죠. 박지성의 중앙 공격력을 믿고 있다는 퍼거슨 감독의 심산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26일 볼턴전, 지난 5월 1일 아스널전, 5월 28일 FC 바르셀로나전에서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서 교체 투입하거나 경기 도중 측면에서 중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예년과 비교하면 중앙에서의 비중이 소폭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14일 뉴 잉글랜드 레볼루션 전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교체 투입하여 골을 넣었습니다. 자신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각된 애슐리 영은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죠. 올 시즌에는 애슐리 영-박지성 왼쪽 측면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지만, 그렇다고 맨유가 두 선수의 역할을 왼쪽 측면에 제한하지는 않을거란 예감입니다. 애슐리 영도 박지성처럼 중앙 미드필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애슐리 영은 중앙에서의 수비력이 두드러지게 발전한 선수가 아닙니다. 마땅한 홀딩맨이 없는 맨유의 현실에서는 왼쪽 윙어로서의 임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의 중앙이 스콜스 은퇴, 긱스 체력 저하, 플래쳐의 나빠진 몸 상태, 안데르손의 기량 정체로 어려움을 겪는 현 시점에서는 박지성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박지성이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 변경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왼쪽 윙어로서 너른 활약을 과시할 역량이 충분하고도 남기 때문이죠. 주로 왼쪽 측면을 맡아 애슐리 영과 경쟁하면서, 때에 따라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서는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감입니다. 맨유가 스네이더르 영입을 부인하면서 중앙 미드필더 영입 여부를 종잡을 수 없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는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출전이 많이질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맨유의 현 전력에서는 캐릭을 제외하면 매 시즌 중원에서 활약할 자원이 없으며, 캐릭이 지난 시즌 거의 매 경기마다 자질구레한 역할까지 도맡으며 잠재적인 과부하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기존 중앙 미드필더 부재를 해결할 대안이 필요하며 그 한 명이 박지성 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지성은 공격과 수비에 걸쳐 여러가지 역할을 병행하며 맨유의 경기력을 키우는 성실함이 최대의 장점입니다. 비록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지 않지만, 개인 이전에 팀이 중요시 되는 맨유에서는 박지성 같은 성실함의 대명사가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패스를 기반으로 공격력이 부쩍 강해진 것은 다양한 패턴을 능숙하게 소화했던 자신감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초반에 부진했으나 가을 무렵부터 폼이 올랐던 것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팀 내에서의 전술적 영향력을 높였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러한 박지성의 경기 패턴은 중앙 미드필더의 전형적인 경기 자세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력과 수비력이 기본적으로 전제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신속하게 배급하고 스스로 돌파하거나 골을 노리는 경기력이 필요합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 및 악착같은 대인 방어, 포백과의 존 디펜스 유지,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커팅 및 동료 선수와의 협력 수비에 이르기까지 수비에서도 역할이 많습니다. 또한 맨유의 4-4-2는 중앙 미드필더의 넓은 활동 폭과 적극적인 움직임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왼쪽 측면에서 경기 내내 부지런함을 유지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던 박지성이라면 중앙 미드필더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합니다.

또한 박지성은 중앙에서의 경험이 풍부합니다. PSV 에인트호벤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04/05시즌에는 4-3-1-2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죠. 한국 대표팀에서도 본프레레호 시절의 3-4-1-2를 비롯해서 아드보카트호의 4-3-3, 허정무호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빈번하게 출전했죠. 물론 측면이 주 무대 였지만요. 맨유에서는 중앙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았을뿐 선수 개인의 클래스를 놓고 보면 결코 낯선 자리는 아닙니다. 퍼거슨 감독도 그 점을 알고 있겠죠. 박지성이 지난 시즌 공격력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했다면 올 시즌에는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폼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 활약상이 긍정적이라면 박지성은 매 시즌마다 진화하는 맨유맨으로 거듭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