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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스네이더르 영입, 애초부터 무리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네덜란드 출신 미드필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27, 인터 밀란) 영입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동안 현지 언론에서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빗발쳤으나 맨유와 퍼거슨 감독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15일 오전에는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 스네이더르 영입을 공식적으로 부정했습니다.

맨유에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폴 스콜스가 은퇴한 공백을 누군가 메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이언 긱스는 올해 38세로서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며, 스콜스의 후계자로 지목되었던 안데르손은 정체를 거듭했으며, 대런 플래쳐와 마이클 캐릭은 스콜스와의 성향이 다른 전형적인 중앙 미드필더 입니다. 그래서 스네이더르를 비롯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사미르 나스리(아스널) 잭 로드웰(에버턴) 악셀 비첼(스탕다르 리에쥬, 최근 벤피카로 이적) 같은 다른 팀 미드필더들이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 중에 스네이더르가 스콜스 후계자로 유력했던 선수였죠.

[사진=공식 홈페이지에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영입을 부인한 맨유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manutd.com)]

하지만 맨유의 스네이더르 영입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네이더르가 인터 밀란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전력이기 때문입니다. 2009/10시즌 인터 밀란의 유로피언 트레블 달성에 기여했고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의 준우승을 주도했습니다. 2010/11시즌 초반에는 주춤했지만 감독 교체 이후에 폼이 살아났죠. 세계 최정상급 플레이메이커 입지를 키우는 중이며 인터 밀란 입장에서 그를 다른 팀에 팔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팀이 엄청난 이적료를 제시하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이미 여름 이적시장에서 필 존스-애슐리 영-다비드 데 헤아 영입에 4900만 파운드(약 838억원)를 쏟았던 맨유가 스네이더르 이적료를 감당할지는 의문입니다. 팀의 재정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죠.

또한 인터 밀란은 지역 라이벌 AC밀란에게 세리에A 챔피언을 허용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스네이더르를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최근 지휘봉을 잡은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 입장에서도 만족스런 성적을 거두기 위해 스네이더르가 필요로 할지 모르죠. 맨유를 비롯한 다른 팀들에게 스네이더르 같은 주력 선수를 쉽게 내줄 클럽은 아닙니다. 인터 밀란도 엄연히 명문 클럽으로서 자존심이 있죠.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하고 싶다면 엄청난 이적료를 각오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맨유와 퍼거슨 감독이 부인한 것은 이적료 때문일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2009년 다비드 비야(당시 발렌시아, 현 FC 바르셀로나)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때와 마찬가지죠.

맨유의 스네이더르 영입은 애초부터 무리수 였습니다. 맨유의 현 전술과 스네이더르의 성향이 서로 코드가 안맞기 때문입니다. 스네이더르의 공격력이 출중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수비력이 약합니다. 거칠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생존하기에는 부담이 따르죠. 그리고 맨유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수비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안데르손은 2007년 맨유 이적 이후에는 중앙 미드필더에 적응하면서 수비력을 요구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본인만의 콘셉트를 잃으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포지션으로서 스네이더르도 그 흐름에 맞춰야 합니다.

물론 맨유는 오랫동안 공격 축구를 지향했습니다. 스네이더르를 영입하면 그의 수비력 문제를 보완할 전술을 꺼내들지 모릅니다. 긱스가 지난 시즌 후반에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여 빼어난 공격 전개를 발휘했던 전례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맨유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바르셀로나전에서 중원 수비의 취약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습니다. 긱스가 수비력 약점을 노출하면서 세르히오 부스케츠에게 봉쇄당했고, 박지성-캐릭-발렌시아 같은 동료 미드필더들이 엄청난 수비력을 요구 받은 끝에 팀의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습니다. 긱스의 중원 파트너였던 캐릭은 전형적인 홀딩맨이 아니었죠. 결국, 맨유는 수비력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부재에 시달리며 바르셀로나를 넘지 못했죠.

맨유는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공격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강팀과 상대하면 선 수비-후 역습을 고수했습니다. 루니-에르난데스 콤비가 건재한 현 시점에서는 올 시즌에도 빅 매치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스네이더르에게 선 수비-후 역습은 익숙합니다. 2009/10시즌 인터 밀란의 유로피언 트레블, 네덜란드의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을때의 소속팀 전술이 선 수비-후 역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인터 밀란과 네덜란드의 공통점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스네이더르)가 존재하는 4-2-3-1을 활용했습니다. 스네이더르의 수비력을 보완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었죠. 그런데 맨유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만능적이어야 합니다. 스네이더르는 맨유의 콘셉트에 맞는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지금까지 유지했던 시스템을 버려야 합니다. 4-4-2에서 4-2-3-1 또는 4-3-3으로 전환하거나 전문 홀딩맨이 필요했죠. 그리고 스네이더르 중심의 공격 전개를 팀 전술의 근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맨유는 스네이더르 수비력을 보완해줄 홀딩맨이 없습니다. 과거의 로이 킨이나 '유리몸' 오언 하그리브스의 2007/08시즌 시절을 재현해 줄 선수가 존재하지 않죠. 하그리브스는 이미 맨유에서 방출되었고, 캐릭은 실수가 잦으며, 대런 플래쳐는 몸 상태가 결코 최상이 아닙니다. 포메이션적인 관점에서는 맨유가 약팀을 상대로 4-2-3-1, 4-3-3을 활용할 때의 승점 관리가 불안했습니다. 기본적으로 4-4-2에 익숙한 팀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하고 4-4-2를 버렸다면 루니-에르난데스 콤비를 가동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합니다. 에르난데스를 최전방에 놓고 루니를 왼쪽 측면에 배치하면 애슐리 영-박지성과의 포지션이 중복됩니다. 또한 루니는 측면에서 뛰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에르난데스는 연계 플레이가 약한 공격수로서 박스 안에서 활발히 움직여야 할 타입에 속합니다. 스네이더르 영입 자체가 기존의 전술을 대폭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서 퍼거슨 감독이 감수할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스콜스 후계자 또는 수비력이 출중한 홀딩맨을 영입하기 전까지는 중앙 미드필더 불안이 계속 될 전망입니다. 최근 프리 시즌에서는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시켰지만 본래는 왼쪽 윙어입니다. 기존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차선책의 늬앙스가 강하죠. 그렇다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존스-애슐리 영-데 헤아 영입에 만족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맨유가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유럽 챔피언으로 등극하려면 중앙 미드필더 문제는 해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