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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나스리 영입 포기는 옳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세 명의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필 존스, 애슐리 영, 다비드 데 헤아가 그들입니다. 센터백-왼쪽 미드필더 경쟁 체제를 구축하면서 지난 시즌까지 수문장으로 활약했던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은퇴 공백을 메우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세 선수 만으로는 스쿼드 강화에 허전함이 생깁니다. 2010/11시즌 취약 포지션이자 폴 스콜스가 은퇴했던 중앙 미드필더 문제를 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잭 로드웰(에버턴) 악셀 비첼(스탕다르 리에쥬, 최근 벤피카로 이적) 같은 다른 팀의 수준급 중앙 미드필더를 물색중이라는 이야기가 현지 언론에서 제기됐습니다. 그 중에 비첼은 벤키카로 떠났고, 로드웰은 맨유 이적설을 부정했고, 모드리치는 선수 본인이 첼시 이적을 원하고 있음에도 토트넘 반대에 부딪히며 사실상 맨유행을 기약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반면 스네이더르는 최근들어 맨유로 이적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 기사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스네이더르의 앞날이 어찌될지는 모릅니다.

[사진=사미르 나스리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다만, 맨유가 사미르 나스리(아스널) 영입을 포기한 것은 옳았습니다. 한때 나스리 영입을 위해서 아스널에 이적료 2000만 파운드(약 338억원) 오퍼를 보냈지만 끝내 결렬되었고, 불과 며칠전까지는 나스리의 차기 행선지로 맨유가 강력하게 떠올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지난 11일 잉글랜드 공영 방송 <BBC>를 통해 "나스리가 맨유에 오지 않을 것 같다. 다른 팀 이적을 합의한 것 같다"며 영입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영입하기 어려운 선수에 미련을 버리면서 스네이더르 영입에 주력하겠다는 뜻입니다.

언론에서는 나스리를 스콜스의 후계자로 엮었던 경향이 강했습니다. 물론 나스리는 중앙 및 측면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경기 운영이 윙어로 뛸 때에 비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침투패스 및 문전 쇄도를 통해서 종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능숙한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달리 횡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스널 공격 템포를 떨어뜨리면서 상대 수비에게 읽히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측면에서는 공간이 넓기 때문에 돌파에 능숙하면서 자신만의 기교를 부릴 기회가 많았지만, 중앙은 상대 압박에 의해 공간이 좁아지면서 파괴력을 키우는데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스리는 맨유가 주로 활용하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수비력이 취약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빅 매치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하는 맨유의 4-4-2는 중앙 미드필더의 끈질긴 수비력이 요구됩니다. 공격 성향이 짙은 나스리 콘셉트와 대조적이죠. 맨유는 거의 매 경기 꾸준히 뛸 수 있는 전문 홀딩맨이 없기 때문에 나스리의 공격력을 받쳐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의 전형적인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요구되는 피지컬이 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177cm, 75kg) 몸의 무게 중심이 낮은 선수로서 피지컬이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선수는 아닙니다.

그리고 나스리를 영입하면 윙어 자원이 포화되는 문제점에 놓입니다. 왼쪽에 박지성-애슐리 영, 오른쪽에 루이스 나니-안토니오 발렌시아 경쟁 체제가 형성된 상황에서 나스리까지 보강하면 윙어들이 중복됩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지난 시즌부터 25인 로스터를 도입했음을 상기하면 나스리를 윙어로 영입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한때 나니가 인터 밀란 이적설에 직면했지만 지난 시즌 공격력이 만개했으며 맨유가 다른 팀에 쉽게 넘길 자원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나스리를 발렌시아의 발목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 대체자로 보강하기에는 아까운 측면이 있습니다.

어쩌면 나스리는 나니가 이적할 경우를 대비한 옵션이었을지 모릅니다. 나니가 지난 시즌 막판 박지성-발렌시아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인터 밀란 이적설이 대두되면서 맨유가 나스리 영입을 염두했을지 모릅니다. 올 시즌 아스널의 오른쪽 윙어로 활약했던 나스리라면 나니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나니의 이적은 진전되지 않았죠. 스네이더르 영입에 따른 트레이드 대상으로 활용 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맨유가 단숨에 포기할 카드는 아니죠. 내년 여름이면 아스널과의 계약이 끝나는 나스리를 잠시 동안 관심을 가졌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나스리의 기량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충분히 검증되고도 남았습니다. 기복이 심한 것이 약점이지만 2008/09시즌 부터 아스널의 주력 공격 옵션으로 활약한 자체만으로 크게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빅 클럽에서 맹활약 펼칠 잠재력이 높지만 올 시즌 맨유에서 뛰기에는 스쿼드 균형이 맞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가 아스널을 떠날지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맨유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