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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승부조작, 잊기 힘든 최악의 충격

 

K리그 승부조작이 최악의 충격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1983년 출범 이후 29년 역사 속에서 이렇게 수치스러운, 실망스러운, 치욕적인 사건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검찰이 지난 7일 승부조작 수사 2차 결과를 발표하면서 총 63명이 적발 됐습니다. 특히 선수가 46명이며 10명이 구속 기소 되었습니다. 최성국, 김동현, 염동균, 이상덕 같은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되었고 축구팬들에게 이름이 낯익은 선수들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K리그 역사에서 국민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던 대표적 이슈인 것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K리그 승부조작에 실망하면서 한편으로는 무덤덤합니다. 승부조작 여파 속에서도 K리그 관중들이 급속하게 줄어들지 않았고(컵대회 논외), 지난달 1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FC서울-포항 경기에서는 4만 4358명의 많은 관중들이 운집했습니다. K리그가 승부조작 시련에 직면했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이 식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K리그는 승부조작 여파 속에서도 그라운드에서 '정당한 땀'을 흘리며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이 매우 많죠. 그들의 착실함이 빛 바래지 않으려면 축구팬들의 응원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축구팬들의 변함없는 축구 사랑에 위안을 얻으며 승부조작 충격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15년 뒤에 나의 아들 또는 딸이 K리그 승부조작에 대해서 질문하면 그때는 어떻게 답변할까?'라고 말입니다. 저 같은 젊은 축구팬들이 훗날 잠재적으로 겪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들이나 딸이 K리그 재미에 흠뻑 빠진다는 전제에서 언급했지만, 승부조작은 앞으로 K리그 역사에 남을 오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우가 다른 불미스런 일이지만 1980년대 리버풀의 헤이젤 참사, 힐스브로 참사가 오늘날까지 회자되듯이 말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K리그 승부조작은 잊고 싶어도 기억속에서 지울 수 없는, 충격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사건 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승부조작은 엄중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지난 2006년 승부조작 파문으로 세계적인 구설수에 시달렸으나 최근에 다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K리그에서 그런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승부조작에 연루된 자들을 강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국가대표, 유망주, 노장 가릴 것 없이 응징하여 일종의 경각심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선수들을 협박하여 승부조작을 일으켰던 조직 폭력배 및 브로커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이 땅에서 승부조작이라는 어두운 기운이 완전히 떠나도록 말입니다.

그렇다고 일부 여론에서 제기하는 K리그 중단은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K리그 중단이 승부조작을 뿌리 뽑는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승부조작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감상적인 주장은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까지 피해를 봐선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중에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빛낼 주역도 있습니다. 축구 선수에게 경기는 곧 생존과 달려있는 사안입니다. 경기를 뛰어야 실전 감각을 쌓으며 실력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그게 안되면 기존의 경기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들에게 K리그는 삶의 터전입니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학교에서 일부가 잘못해서 단체 기합 받는 것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이제는 K리그가 회생하기 위해서 건설적인 주장이 나올때가 됐습니다. '텅 빈 관중', '경기가 재미없다'는 편견에 시달렸던 K리그는 승부조작 시련을 딛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승강제를 실시하거나, K리그 드래프트가 폐지되거나, 구단들이 홍보 및 마케팅에 온 힘을 모으며 많은 관중들과 함께하고 재정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거나, TV 중계권이 원만하게 해결되거나, 경기장에 카메라를 늘리며 축구팬들이 TV 브라운관으로 현장감 넘치는 경기를 보는 등 여러가지 개선 사항들이 제기되고 구성원들이 합의하여 시행되어야 합니다.

승부조작은 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무거운 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지는 것은 곤란합니다. 앞날의 희망을 품으며 내일의 창대함을 꿈꾸어야 할 것입니다. K리그는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축구가 건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