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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가나전 앞둔' 한국, 왼쪽이 관건이다

 

오늘 저녁 8시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A매치 가나전은 한국 입장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물론 가나전은 평가전이지만 상대가 마이클 에시엔을 비롯한 몇몇 주력 선수들이 방한하지 않았고, 가나가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하여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컨디션 부담이 있습니다. 가나의 1.5군 전력이 만만치 않겠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온두라스-세르비아전 승리의 오름세를 이어갈 기회의 폭이 조금 넓어졌습니다. 특히 세르비아전 2-1 승리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가나전 승리는 꼭 필요합니다.

조광래호의 강점은 출범한지 1년도 되지 않아 4-2-3-1, 4-1-4-1 같은 4백 기반의 포메이션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점입니다. 부임 초기에는 3-4-2-1을 활용했으나 지난해 9월 이란전에서 한계에 직면하면서 4백으로 노선을 틀었습니다. 아시안컵에서 원톱 지동원을 제로톱으로 변형하거나 기성용-홍정호를 포어 리베로로 활용하는 4-2-3-1, 온두라스-세르비아전에서 중앙 밸런스에 초점을 맞추는 4-1-4-1이 결국에는 적중했습니다. 특히 이용래-기성용-김정우로 형성되는 '중원 3중주' 및 박주영의 2경기 연속골은 조광래호가 순항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하지만 과제도 있습니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박지성-이영표 공백 말입니다. 조광래호는 박지성이 떠난 자리에 구자철-김보경-이근호를 실험했고, 이영표 자리에는 홍철-김영권에게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박지성-이영표 자리에서 꾸준히 맹활약을 펼칠 선수를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아시안컵 이후 A매치 3경기를 소화했던 특성을 감안해도(2월 터키전 포함), 아직까지는 박지성-이영표 자리에서 믿음감을 심어준 선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당연합니다. 두 선수의 실력에 필적할 선수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조광래호가 대체자를 키우면서 선수 본인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이영표가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공간은 왼쪽 측면 입니다. 박지성이 왼쪽 윙어로서 한국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면, 이영표는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치켜세우기에 충분합니다.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황선홍-홍명보의 아우라를 채우는데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면, 박지성-이영표 공백을 메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박지성-이영표는 황선홍-홍명보와 달리 중앙이 아닌 측면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입니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측면에 강한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광래호는 가나전에서 '박지성-이영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임펙트를 축구팬들에게 선보여야 합니다. 지난 세르비아전에서는 왼쪽 윙어로 뛰었던 이근호의 세밀한 공격 플레이가 아쉬웠지만, 왼쪽 풀백 김영권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센터백 출신인 김영권은 온두라스전전에서 왼쪽 풀백으로 전환하면서 소극적인 공격을 펼쳤던 아쉬움을 세르비아전에서 만회했습니다. 세르비아전 맹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가나전에서의 공격적인 본능이 요구됩니다. 대표팀 주전을 굳히기 위해서는 왼쪽 풀백으로서 조광래 감독에게 믿음감을 보여줘야 합니다.

가나전 왼쪽 윙어는 지동원이 담당합니다. 박주영과의 원톱 경쟁이 아닌, 'New 캡틴 박'과 공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지난해 전남에서 왼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번갈아갔고 11월 아시안게임에서도 왼쪽 윙어로 뛰었습니다. 아시안게임때는 체력적인 과부하에 시달리면서 몸이 무거웠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공격수로 뛸 때도 왼쪽에서의 활약이 익숙했습니다. 최근 전남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면서 이타적인 감각이 부쩍 좋아졌다는 인상입니다. 지난 1일 올림픽대표팀 오만전에서 맹활약 펼쳤던 포스라면 가나전 맹활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왼쪽 윙어 후보군이었던 구자철은 가나전에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할 예정입니다. 경기를 무리없이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가나전 선발 출전이 어렵습니다. 본래 왼쪽 윙어가 아닌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중앙에 기용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또한 조광래 감독은 가나전을 앞두고 김보경을 처진 공격수(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동원의 왼쪽 윙어 활약이 박지성 공백 해결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가나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