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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두 명의 오언, 맨유 재계약 엇갈린 희비

 

2010/11시즌을 끝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계약이 종료되는 마이클 오언(32) 오언 하그리브스(30)가 '엇갈린 희비'를 그리게 됐습니다. 오언은 1년 연장 형태의 재계약이 성사되었고, 하그리브스는 구단에 의해 계약을 제시받지 못하면서 팀을 떠날 것으로 보입니다.(올해 6월 계약 끝) 두 소식은 맨유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던 내용들입니다.

오언과 하그리브스는 다섯 가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풀 네임 단어중에 하나가 '오언'이며, 둘째는 2000년대 잉글랜드 대표팀 주축 선수들, 셋째는 잦은 부상에 의해 '유리몸'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었고, 넷째는 부상을 이유로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올 시즌 종료 후 맨유에서 방출 될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오언만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재신임을 얻었을 뿐입니다.

[사진=마이클 오언-오언 하그리브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사실, 오언의 재계약은 의외였습니다. 맨유에서 뛰었던 지난 두 시즌 동안 48경기 14골 1도움을 기록했지만 그 중에 33경기는 조커 출전 이었습니다. 부상으로 결장했던 기간도 제법 길었죠. 전 소속팀인 뉴캐슬 시절부터 부상 및 부진을 달고 다니며 전성기가 끝났지만, 과거 리버풀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시절에 비하면 맨유에서의 활약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그의 등번호는 7번입니다. 맨유 7번 계보는 찰튼-코펠-롭슨-칸토나-베컴-호날두 같은 맨유 최고 슈퍼스타들의 전유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오언은 이들과 정반대 행보를 나타냈습니다.

그럼에도 오언의 재계약이 성사된 것은 퍼거슨 감독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는 늬앙스가 강합니다. 어쩌면 다음 시즌이 맨유에 롱런하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년이면 33세로서 선수 생활 막바지에 이릅니다. 그동안 부상이 잦았기 때문에 다음 시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도 맨유에서 뛸 수 있다'는 전제는 오언에게 적잖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지난 2009년 여름에 주급 50% 삭감을 감수하고 맨유 입단을 결심했던 이유는 명문 클럽의 일원으로서 우승을 하고 싶은 속내와 밀접했습니다. 최근에는 맨유 재계약을 희망하면서 팀에 잔류하기를 원했죠.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오언의 입지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베르바토프보다 더 강하다는 '인상' 입니다. 오언은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에서 후보 명단에 포함되었지만(끝내 결장) 베르바토프는 18인 엔트리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챔피언스리그 20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다면 오언은 강팀 경기에서 한 방을 터뜨릴 아우라가 있죠. 또한 오언은 시즌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맨유와 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반면 베르바토프는 맨유 잔류를 희망했음에도 아직까지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시즌 중반부터 재계약 여부로 주목을 끌었을 뿐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습니다. 만약 마케다-웰백이 임대 복귀하면 오언과 베르바토프 중에 한 명은 팀을 떠났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오언이 잔류했습니다.

그리고 오언의 잔류는 에르난데스와 밀접합니다. 박스쪽에서의 천부적인 위치선정 및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순발력으로 골을 노리는 성향이 에르난데스와 닮았으며 둘 다 타겟맨 입니다. 혹자는 에르난데스가 오언에게 골 넣는 방법을 배운 것이 아니냐는 '일리있는' 의견을 제기합니다. 베르바토프를 벤치로 밀어낸 에르난데스가 앞으로 착실히 성장하려면 오언의 노하우를 완전히 습득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장된 표현을 쓰면, 오언이 에르난데스의 멘토가 될 수도 있죠. 만약 에르난데스가 결장하는 경기에서는 오언이 백업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즌 중반까지 슈퍼 서브였던 에르난데스가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오언이 다음 시즌 팀의 슈퍼 서브로 활용 될 명분을 얻었습니다.

반면 하그리브스는 맨유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2008년 9월 21일 첼시전 이후 거의 3년 동안 양쪽 무릎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경기 출전 횟수가 매우 드물었습니다. 2010/11시즌이었던 지난해 11월 7일 울버햄턴전에서 유일하게 모습을 내밀었지만 경기 시작한지 5분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 됐습니다. 그 이후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7년 여름 1800만 파운드(약 318억원)의 이적료로 맨유에 입성하여 2007/08시즌 더블 우승(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에 기여했던 활약상 이후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죠. 맨유의 먹튀 였습니다.

하그리브스의 침체는 맨유에게 두 가지 손실을 안겨줬습니다. 첫째는 맨유 중원이 엷어졌습니다. 올 시즌에는 캐릭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줄부상에 시달렸거나 실력 부족으로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캐릭까지 잦은 실수를 범하면서 맨유의 허리가 시즌 내내 불안정했죠. 긱스-오셰이-박지성 같은 측면 옵션들이 중앙을 맡을 정도로 선수 이탈이 잦았습니다. 하그리브스가 맨유의 전력 불안을 키운것은 분명했습니다.

두번째는 맨유의 2008/09시즌 및 2010/11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바르셀로나전 패배 원인 중에 하나가 중원에서의 수비력 부재 였습니다. 플래처가 두 경기에서 각각 퇴장 및 컨디션 저하로 결장했었죠. 하그리브스 같은 중원에서 넓은 활동량을 통해서 터프한 수비력을 발휘할 선수가 있었다면 상대 파상공세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800만 파운드 효과는 없었죠. 세 시즌 동안 정상적인 기용이 힘들었던 하그리브스가 맨유와 작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