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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터리지, 볼턴 재임대가 바람직하다

 

이청용이 활약중인 볼턴은 다음 시즌을 걱정해야 합니다. 요한 엘만더가 터키 클럽 갈라타사라이 이적에 합의했으며, 게리 케이힐은 아스널-첼시 같은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팀을 떠날 것이 유력합니다. 내년이면 35세가 되는 '캡틴' 케빈 데이비스의 노쇠화도 우려됩니다. 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파트리스 무암바의 중원 장악 부족은 한정된 선수층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답안입니다.

그리고 다니엘 스터리지는 오는 23일 맨체스터 시티전을 끝으로 임대가 마무리됩니다. 원 소속팀 첼시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볼턴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균형 잡힌 스쿼드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시즌 성적 부진에 빠질지 모릅니다. 재정난을 안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적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박주영의 볼턴 이적설이 현실적이지 못한 것도 자금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지만 스터리지가 재임대되면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릅니다.

[사진=다니엘 스터리지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스터리지 재임대, 볼턴-스터리지-이청용에게 이득

볼턴은 만약 스터리지가 재임대되면 엘만더 이적에 따른 공격력 약화를 최소화 합니다. 스터리지는 지난 1월 이적시장 마감 당일 볼턴에서 임대된 이후 11경기에서 8골 넣었습니다. 첼시 소속이었던 올 시즌 전반기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발 출전 없이 13경기 교체로 출전하여 무득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볼턴에서는 한 마디로 '에이스 놀이'를 했습니다. 볼턴은 공격진에서 데이비스 노쇠화 우려-엘만더 이적 공백이라는 불안 요소를 어떻게든 극복해야 하며 스터리지 재임대를 희망할지 모릅니다.

물론 스터리지는 팀 플레이가 부족합니다. 동료 선수와 패스를 주고 받거나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벌려주는 패턴보다는 혼자서 골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 결과는 8골로 이어졌지만, 스터리지 골 역량에 치우치는 볼턴의 전술은 상대팀에게 읽힐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하지만 스터리지는 임대 이후 볼턴 선수들과 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고, 첼시 복귀를 위해 일정한 스탯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골 욕심을 부렸을지 모릅니다. 만약 볼턴 재임대가 확정되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기회 및 시간이 주어질 것은 분명합니다. 볼턴 입장에서는 스터리지를 성장시키면서 공격 전술을 가다듬는 이점을 얻게 되죠.

스터리지는 지금까지 첼시 복귀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최전방은 드록바-토레스가 버티고 있습니다. 만약 첼시가 다음 시즌 원톱 시스템을 활용하면 드록바 또는 토레스가 주전 경쟁을 해야 합니다.(두 선수의 공존은 실패작) 아직 팀에 적응 못한 토레스에게 적지 않은 출전 기회가 제공 될 수 있는 현 시점에서는 스터리지의 입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약 스터리지가 첼시로 돌아가더라도, 적어도 다음 시즌 전반기에는 벤치 신세를 감수해야할지 모릅니다. 윙 포워드 전환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그동안 측면보다는 중앙에서의 활약이 더 익숙했죠. 아무리 볼턴에서 무르익은 득점력을 발휘했지만 그것이 첼시에서의 입지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첼시가 스터리지를 포기하지는 않을겁니다. '내년이면 34세'가 되는 드록바가 노쇠화에 빠질 경우, 토레스가 끝없는 추락에 빠지면 다음 시즌 공격진 운용이 힘들게 됩니다. 아넬카를 최전방 공격수로 올리기에는 오른쪽 측면의 무게감이 약해지는 문제점에 빠지죠. 멘시엔이 울버햄턴에 재임대되었던 사례처럼, 스터리지도 재임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첼시와 볼턴이 이해 관계가 맞으면 스터리지의 재임대는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스터리지는 잉글랜드 출신의 22세 영건 입니다. 자신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려면 꾸준한 선발 출전은 필수입니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면 실전 감각이 떨어지면서 기본적인 축구 센스가 무감각하게 됩니다. 첼시 복귀는 결코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드록바-토레스보다 무게감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잉글랜드 청소년 대표팀 출신 선수로서 앞으로 다가올 유로 2012 출전 의사가 있다면 일정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것 부터 중요합니다. 첼시보다는 볼턴에서의 동기부여가 더 큰 이유죠.

주력 선수 이탈 조짐을 보이는 볼턴에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청용이 팀 잔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의 잔류가 옳은 판단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올 시즌 AS모나코가 강등 위협을 받는 어려움 속에서 힘겹게 고군분투를 펼쳤던 박주영의 경우를 봐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청용은 오언 코일 감독의 깊은 신뢰를 얻었고, 자신의 역량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되었다는 점에서 다음 시즌 전망이 결코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이청용이 다음 시즌 볼턴에서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려면 기본적으로 팀 동료의 개인 역량이 뒷받침해야 합니다. 스터리지의 존재감이 필요한 이유죠.

이청용-스터리지의 호흡은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이청용아 지난 2월 14일 에버턴전에서 후반 22분 아크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헤딩 패스한 것을 스터리지가 왼발로 강슛을 날리며 결승골을 넣었던 장면을 봐도 말입니다. 두 선수는 앞으로 발을 맞출 시간이 늘어나면 볼턴이 자랑하는 공격 듀오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청용 도움-스터리지 골'을 기대하는 관점에서 말입니다. 이청용은 올 시즌 8도움(4골)을 기록했지만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 만약 이청용의 볼턴 잔류가 확정되면 스터리지 재임대가 반가울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