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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원, '복귀 앞둔' 백지훈이 희망이다

 

수원은 올해 초 이적시장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미드필더 세르베르 제파로프(29, FC서울) 영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제파로프는 자국 클럽 분요도코르가 원소속으로서 지난해 서울과의 임대가 만료됐죠. 아시안컵에서 우즈베키스탄의 4강 진출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서 서울-수원의 영입 공세를 받았습니다. 결국 분요도코르를 떠나 서울로 완전 이적했으며 수원은 영입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만약 제파로프가 수원으로 이적했다면 서울-수원의 슈퍼매치 대립 관계가 확장되었을지 모릅니다. 서울 입장에서는 지난해 K리그 우승을 안겨줬던 제파로프가 라이벌 팀에서 뛰는 것을 원치 않았겠죠. 현실로 돌아오면, 이미 제파로프는 서울과의 의리를 택했습니다. 본인 스스로 수원 이적을 원했을 가능성은 거의 적었을지 모르죠. 결과적으로 수원의 러브콜에 그쳤을 뿐입니다. 그런 수원이 제파로프를 영입했다면 지금보다 더 무서운 공격력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백지훈, 수원의 플레이매이커 부재를 해결하라

서두에서 제파로프를 언급한 이유는 수원의 플레이메이커 문제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선수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미드필더진이 경직되었고 공격 밸런스가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24일 경남전 1-2 패배 및 그동안 여러차례의 경기에서 제기되었던 단점입니다. K리그 4위(4승1무2패)를 기록중이지만 올해 초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단행했던 행보를 상기하면, 지금의 경기력 및 성적은 여론의 기대를 밑돌았습니다. 올 시즌 K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이 수원과 서울 이었습니다.(서울은 14위 부진)

윤성효 감독은 지난해 여름 수원 사령탑을 맡으면서 패스 중심의 축구를 강조했습니다. 전임 감독이 추구했던 '롱볼 축구'와 다른 색깔의 아기자기한 맛을 가미했죠. 지난해 7~8월에는 미드필더진에서 창의적인 볼 배급이 줄기차게 진행되면서 기존의 색깔을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적어도 그 시기에는 '아름다운 축구'를 펼쳤습니다. 문제는 그 색깔을 올 시즌에 뚜렷히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드필더진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면서 공격이 끊기거나 느려지는 경우가 부쩍 잦아졌습니다. 그래서 롱볼을 시도했지만 그것을 받아줄 선수(특히 마르셀)의 움직임이 떨어졌고, 측면 옵션들의 크로스가 유난히 부정확합니다.

이러한 공격력 저하는 윤성효 감독이 풀기 힘든 문제입니다. 지난해는 백지훈, 김두현, 마르시오 같은 중원에서 창의적인 볼 배급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지훈이 장기간 부상자 명단에 있으며, 김두현-마르시오가 떠났습니다. 현 수원의 중원을 책임지는 오장은-이용래는 서로의 역할 중복으로(박스 투 박스) 협력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의외는, 수원의 플레이메이커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였던 이상호의 폼이 아쉽습니다. 전 소속팀 울산 시절에 비해 공격을 조율하거나,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허무는 면모가 부족한 인상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좋지만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엇박자를 나타냈습니다.

윤성효 감독이 얼마전 "선수가 없다"고 발언한 것은 나름의 일리가 있습니다.(다른 팀에 비해 네임벨류가 부러운 선수층을 적극 활용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지만) 몇몇 선수들의 부상 및 AFC 챔피언스리그 병행을 이유로 선수가 부족한 약점을 거론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플레이메이커 부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상을 이유로 선수가 없다는 언급을 했다는 점은, 백지훈 공백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공교롭게도 윤성효 체제의 패스 축구가 순항했던 지난해 7~8월에는 백지훈이 수원의 에이스 였습니다.

물론 백지훈 복귀가 수원의 공격력 문제를 해결할 능사는 아닙니다. 지난 2년 동안 부상 및 부진으로 시름하며 성장이 정체되었던 리스크가 있죠. 그래서 기복이 심한 약점에 직면했습니다. 윤성효 체제에서도 백지훈의 활약이 좋으면 수원의 공격 축구 및 승리 과정의 탄력을 얻었지만, 백지훈이 부진한 날에는 수원의 공격 전체가 의기소침 했습니다.(당시에는 '조커' 이현진의 맹활약이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수원 행보를 놓고 보면, 윤성효 감독의 전술은 확실한 플레이메이커가 존재해야 빛을 발휘하는 공식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백지훈의 스타일은 오장은-이용래-이상호와 철저히 다릅니다. 세 선수들 처럼 부지런히 공간을 누비는 장점이 있지만, 간결한 패스로 수원 공격의 템포를 끌어올리거나 다양한 형태의 볼 배급으로 여러차례의 공격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공격을 이끌어가는 기질입니다. 수원의 현 스쿼드가 플레이메이커 부재에 빠진 현실에서는 백지훈이 팀 공격의 활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장기간 부상에 시달린 것이 흠이지만, 최근에 개인 훈련을 시작하면서 복귀를 앞두고 있죠. 수원은 올해 초 제파로프 영입에 실패했지만 백지훈 복귀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백지훈이 수원의 희망으로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원톱 문제 입니다. 수원은 이동국-유병수-루시오 같은 파괴력 넘치는 원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인리히는 K리그 적응 문제가 있으며, 마르셀은 수원의 우승을 이끌었던 2004년 포스가 아닙니다. 그나마 하태균은 각성했지만 더 노력해야 합니다. 투톱 전환을 염두할 수 있지만 '마땅한 짝' 까지 찾지 못했죠. 다른 관점에서는, 원톱이 미드필더진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어려움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용래-오장은이 중원 공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톱의 공격 부담이 커졌죠. 그 사이에 백지훈이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면 지금까지의 수원 전술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합니다.

또한 백지훈은 본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부상 및 부진에 시달리며 팀 전력에 꾸준한 공헌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날의 화려했던 가치를 회복하려면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말해야 합니다. 복귀만이 해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선수 본인이 분발하고 투쟁하며 팀 공격을 일깨워야 할 것입니다. 물론 백지훈을 비롯해서 선수들을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윤성효 감독의 역량도 중요합니다. 수원의 시즌 초반 행보는 여론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백지훈 복귀 이후부터는 달라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