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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여민지 십자인대 부상, 매우 안타깝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우승을 이끈 여민지(18, 함안 대산고)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부분 파열을 당했습니다. 지난 2일 여왕기 여자 축구대회 조별 2차전 충주 예성여고전 도중에 부상 당했죠. 지난 2008년에 오른쪽 십자인대가 모두 파열되었고 2010년 7월에는 같은 부위가 부분 파열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부상이 또 재발하는 불운이 찾아왔죠.

많은 사람들은 여민지가 한국 축구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우승을 안겨줬던 태극 낭자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U-17 여자 월드컵에서 십자인대 부상 및 오른쪽 허벅지 파열을 참아내고 득점왕(8골)에 오르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사실을 기억하는 분들은 적을 것입니다. 그것도 U-17 여자 월드컵을 두달 앞두고 부상 당했죠. 전체 파열이 아닌 부분 파열이었기 때문에 몇 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재활 및 회복 기간을 단축했죠. 그럼에도 U-17 여자 월드컵에서는 통증을 참으며 그라운드를 질주했습니다. 기존의 십자인대에 허벅지 파열까지 감수하면서 말입니다.

이번 부상은 무리한 일정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여민지가 속한 함안 대산고는 여왕기 여자 축구대회 고등부 조별리그 3경기를 1일-2일-4일에 소화했으며 대회 8강에 진출했습니다. 6일에는 8강, 8일에는 4강, 10일에는 결승으로 일정이 짜여졌죠. 1일과 2일 경기에서는 여민지가 해트트릭을 달성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연속 뛴 것 자체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남자 성인 축구에서도 이틀 연속 출전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살인 일정으로 유명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올 시즌은 10~11일에 4경기씩 편성됐습니다.(기존에는 2경기였으나 올 시즌은 박싱데이가 주말을 끼면서 4경기로 연장)

여민지의 십자인대는 이전 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십자인대는 무리하게 출전하면 피로가 누적 되면서 부상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2001년 고종수, 2006년 이동국 부상이 그 예 였습니다. 여민지의 경우에는 십자인대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해 9월 U-17 여자 월드컵에 참가했고, 그 이후에는 허벅지 파열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10월 전국체전에 출전했습니다. 전국체전 전후로는 방송 및 행사에 참가했었죠. 여민지가 자의로 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올해 초에는 국가 대표팀 동계 훈련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컨디션을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남자 축구가 2009년 부터 운영했던 '초중고 리그'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합니다.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주말마다 리그전을 펼치면서 '주말리그'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면서 유망주들이 무리한 일정에 시달리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을 안겨줬죠. 이전 유망주 세대에 비하면 선수 보호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얼마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초중고리그의 주말리그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죠.

문제는 여자 축구에는 아직 초중고 리그가 없습니다. 남자 축구에 비하면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 축구팀들과 리그전을 펼치기에는 교통에 대한 애로사항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토너먼트 대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죠. 그렇다고 토너먼트 대회를 초중고리그, K리그처럼 운영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선수들의 이동 및 숙박 문제 때문에 장기간 운영하기에는 해당 학교 및 학부모들의 금전적 부담이 커지죠. 다만, 여민지가 십자인대를 다쳤던 여왕기 여자 축구대회의 경우에는 이틀 연속 경기 일정이 편성된 것이 아쉬웠습니다. 선수 보호가 우선되지 못했다는 것이죠.

여민지 십자인대 부상이 안타까운 또 하나의 이유는 어린 나이에 큰 부상으로 신음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U-17 여자 월드컵에서는 부상을 참고 뛰면서 끝내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세번이나 십자인대를 다쳤고(부분 파열 포함), 축구 선수는 무릎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리하게 경기를 소화하거나 과도한 개인기 동작을 취하면 또 다시 부상이 재발하거나 본래의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할지 모릅니다. 무릎을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남자 성인 축구의 사례지만, 한때 축구 천재로 손꼽혔던 카카(레알 마드리드)가 길게는 두 시즌 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이유는 잦은 무릎 부상 이었습니다. 그래서 턴-치달-패스-개인기가 안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여민지가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십자인대 수술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무리하게 뛰어서는 안됩니다. 선수 본인이 출전을 원하더라도 좀 더 기다릴 수 있는 여유, 여민지를 지도하는 코칭 스태프 입장에서도 선수 보호 차원에서 배려할 필요가 있죠. 아무리 부분 파열이지만 더 큰 부상을 방지하려면 회복이 중요합니다. 조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여민지는 지금까지 운동에 많은 시간을 전념했고, 앞으로 한국 여자 축구를 빛낼 주역으로 거듭나야 하는 한국 스포츠의 기대주입니다. 여민지를 비롯한 수많은 여자 축구 꿈나무들도 마찬가지죠. 한국 여자 축구의 잠재력은 지난해 U-17 여자 월드컵 우승, U-20 여자 월드컵 3위 달성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습니다. 그녀들이 오랫동안 '행복한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인프라가 확충되고 선수 보호에 세심한 관심 및 환경 조성이 절실합니다. 또한 우리들은 여민지가 긴 시간 동안 출전하지 않더라도 기다릴 수 있는 넓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을 이끈 여민지의 쾌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