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과연 맨유는 '박지성 경쟁자' 영입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리빌딩 차원에서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골키퍼 에드윈 판 데르 사르가 올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기로 결심했고, 게리 네빌은 이미 은퇴 했습니다.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같은 30대 후반 노장 미드필더들이 2011/12시즌에 건재한 활약을 펼칠지 여부 또한 장담할 수 없죠. 다음 시즌 건재한 스쿼드에 힘입어 우승을 달성하려면 선수 영입이 불가피합니다.

그런 가운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2~3명의 선수를 데려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9일(이하 현지 시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염두하는 확실한 선수가 있다. 내 생각에는 2명에서 3명이 채워질 것 같다. 이것에 대해서 더 이상 질문받지 않겠지만, 글레이져 가문은 맨유의 발전을 위해 우리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줬다"며 새로운 선수 영입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어 퍼거슨 감독은 "우리는 젊은 선수 영입을 잘했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가 그 예다"라며 영건을 영입할 것이라는 힌트를 던져줬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눈, 다음 시즌을 향하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2007년 여름 이적시장을 앞두고 "세 명의 선수를 영입하겠다"고 선언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 당시 많은 선수들이 맨유 영입 대상자로 주목을 끌었는데, 하그리브스-나니-안데르손이 총 5000만 파운드(약 885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했죠. 이적시장 막바지에는 카를로스 테베스(현 맨체스터 시티)를 MSI(미디어스포츠 인베스트먼트, 스포츠 투자회사)에서 임대했습니다. 테베스가 임대 신분임을 감안하면, 퍼거슨 감독이 세 명을 영입하겠다는 언급은 그대로 지켜줬습니다. 그때의 전례가 4년 뒤에 그대로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분명한 것은, 맨유가 근래에 비해 선수 영입에 대한 적극성을 나타냈습니다. 막대한 재정난을 안고 있지만 이제는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죠.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베베(740만 파운드, 약 131억원) 영입에 그쳤습니다. 당초에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카를로스 퀘이로스 전 맨유 수석코치의 추천에 의해 붉은색 유니폼을 입혔죠.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는 골키퍼 안데르스 린데가르트를 수혈했지만, 판 데르 사르 대체자가 아닌 백업 골키퍼를 영입한 성격이 짙었습니다. 또한 맨유가 대형 선수를 영입한 것은 2009년 여름의 안토니오 발렌시아(1800만 파운드, 318억원) 이후에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자유계약으로 영입했던 마이클 오언을 제외하면 모두 젊은 선수들 이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올 시즌 막판을 앞두고 선수 영입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은, 다음 시즌 전력 구상에 돌입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리빌딩 목적도 있었지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위를 기록했음에도 몇몇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스쿼드 유지가 힘들었던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지난 13일 FA컵 8강 아스널전에서는 측면 자원들이 각기 다른 사정으로 선발 제외되면서 풀백이었던 파비우-하파엘 형제가 좌우 윙어를 대신 소화했습니다. 적어도 올 시즌 만큼은 풀 전력을 가동했던 기회가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여름에 즉시 전력감을 영입하지 않으면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의 박지성 경쟁자 영입 가능성은?

퍼거슨 감독은 올해 여름 2~3명의 선수를 영입하기로 예고했습니다. 그 중에 1명은 골키퍼가 매우 유력합니다. 은퇴를 앞둔 판 데르 사르의 대체자를 이적시장에서 수혈할 계획이죠. 현지 언론에서 맨유 이적설로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골키퍼는 마누엘 노이어(살케 04) 마르텐 스테켈렌부르흐(아약스) 다비드 데 헤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네 아들러(레버쿠젠) 입니다. 노이어-아들러는 독일 내에서 촉망받는 골키퍼이며, 스테켈렌부르흐는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준우승을 이끈 수문장입니다. 데 헤아는 스페인 대표팀 내에서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이죠. 다만, 스테켈렌부르흐는 아스널의 영입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1명은 중앙 미드필더가 될 것입니다. 대런 플래쳐 이외에는 믿고 쓸 수 있는 자원이 없었죠. 스콜스는 부상 및 체력 저하, 안데르손은 그동안 부상 공백이 길었고 기복이 심했습니다. 마이클 캐릭은 슬럼프, 대런 깁슨은 특출난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얼마전 캐릭의 3년 재계약이 성사된 것은 역설적으로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는 뜻이죠. 그래서 존 오셰이를 몇몇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조던 헨더슨(선덜랜드) 잭 로드웰(에버턴)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같은 미드필더들이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핸더슨-로드웰은 잉글랜드 축구의 미래를 빛낼 20대 초반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로드웰은 에버턴이 이적을 만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영입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헨더슨은 측면까지 소화할 수 있는 매리트가 있죠. 다만, 스네이더르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수비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으며(공격형 미드필더 체질임) 모드리치는 첼시의 영입 구애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합니다. 지난 2008년에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영입 과정에서 토트넘과 신경전을 펼쳤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모드리치 영입이 수월하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한 가지 오리무중 한 것은, 남은 1명은 과연 어느 포지션에서 영입할지 알 수 없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2~3명을 예고했기 때문에 그 1명이 선택되지 않을 수 있죠. 센터백에서는 비디치-퍼디난드-스몰링과 경쟁하면서 조니 에반스를 대체할 선수가 필요하며, 박지성이 속한 윙어 자리에서도 새로운 선수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공격진도 마찬가지 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4명의 공격수 활용을 선호하지만 올 시즌에는 루니-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를 주로 기용했습니다. 베르바토프의 세리에A 이적설이 제기되었고, 오언은 올 시즌 종료 후 계약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새로운 공격수가 필요합니다. 만약 퍼거슨 감독이 에반스를 방출하지 않으면, 남은 1명은 윙어 또는 공격수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여겨집니다.

올 시즌 종료 후에는 톰 클레버리, 대니 웰백, 마메 비람 디우프 같은 위건-선덜랜드-블랙번에서 임대로 뛰었던 영건들이 복귀합니다. 클레버리는 왼쪽 윙어-중앙 미드필더, 웰백은 좌우 윙어 및 공격수, 디우프는 공격수를 소화하죠. 이들의 복귀는 맨유가 이적시장에서 공격 옵션을 영입할 필요성을 떨어뜨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쿼드의 무게감이 올라오지 못하는 단점을 띄고 있습니다. 클레버리-웰백-디우프가 기존 공격 옵션들과 경쟁하거나 필적한 레벨을 지닌 선수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그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선수 영입을 염두할 수 있습니다. 애슐리 영(애스턴 빌라) 가레스 베일(토트넘) 같은 왼쪽 윙어 말입니다. 애슐리 영은 오랫동안 맨유의 영입 관심을 받았으며 베일은 퍼거슨 감독이 긱스 대체자로 데려오고 싶었던 선수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 박지성 경쟁자가 될 수 있죠. 퍼거슨 감독이 웰백-디우프를 공격수로 활용할 의지라면 왼쪽 윙어를 보강할 틈이 생깁니다. 다만, 긱스는 아직까지 은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퍼거슨 감독에 의해 다음 시즌 잔류를 제의 받았습니다. 만약 긱스가 팀에 남으면 박지성 경쟁자 영입은 무게감이 크게 실리지 않습니다. 클레버리의 복귀로 측면 자원의 폭이 넓어졌죠.

만약 박지성의 재계약이 이루어질 경우, 적어도 다음 시즌에는 적절한 출전 기회를 얻으며 맨유에 공헌할 것입니다. 이미 대표팀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맨유에 전념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죠. 맨유가 왼쪽 윙어를 새롭게 수혈하지 않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클레버리-웰백 같은 측면 활약이 가능한 임대 선수들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전개될 수 있음을 뜻하죠.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의 최근 행보는 한마디로 예측불허 입니다. 맨유가 이적시장에서 어떤 계획을 꾸미고 실행할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