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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이청용, 남은 2개월 중요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볼턴이 격돌했던 지난 20일. 이청용은 후반 14분 교체 투입했지만 박지성이 결장하면서 '코리안 더비'가 무산 됐습니다. 두 선수의 현재 행보를 그대로 입증했죠. 박지성은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되었지만 끝내 경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이청용은 오언 코일 감독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프리미어리그 5경기 연속 선발 제외됐습니다. 산소탱크와 블루 드래곤이 풀타임 뛰면서 발군의 활약을 펼치기까지는 우리가 느긋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박지성-이청용에게 다가올 시즌 막판 2개월이 매우 중요합니다. 각각 맨유와 볼턴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할 상황에 직면했죠.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 선수의 도리겠지만, 지금부터는 한 경기에서 비기거나 패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맨유와 볼턴이 FA컵 결승에 나란히 진출하면서 두 선수가 맞붙는 코리안 더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팀 내 입지 및 재계약, 빅 클럽 이적 여부가 판가름되는 중대한 고비를 맞이했습니다.

[사진=박지성-이청용 (C) 유럽축구연맹, 볼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 bwfc.premiumtv.co.uk)]

시즌 막판을 맞이한 박지성-이청용

많은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맨유에 잔류할 것이다', '이청용 선발 제외는 체력 안배일 뿐'이라는 명제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박지성이 맨유와 재계약을 맺으며 다음 시즌에도 올드 트래포드를 휘젓고, 이청용이 볼턴의 붙박이 주전을 되찾거나 또는 빅 클럽으로 이적하는 시나리오는 누구나 기대하는 현상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6시즌 동안 맨유에 잔류했고 아시안컵 차출 이전까지 공격력 업그레이드에 성공하며 팀 전력에 없어선 안 될 선수임을 입증했습니다. 이청용의 기교는 볼턴에서 으뜸입니다. 그래서 두 선수의 앞날이 밝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앞날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듭니다. 특히 이적시장이 그렇습니다. 지난 1월 이적시장 같은 경우, 첼시가 토레스 영입에 5000만 파운드(약 889억원)를 투자하고 리버풀이 캐롤-수아레스를 데려온 것은 예상 밖 이었습니다. 2008년 여름 맨시티의 경우에는 첼시를 제치고 호비뉴 영입전에 성공했습니다. 맨시티가 대형 선수를 영입할 능력이 있음을 축구팬들이 인지했던 순간 이었죠. 선수 영입 및 이적이 활발해지는 여름 이적시장이라면, 축구팬들이 매우 놀랄만한 이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흐름이 맨유-볼턴에게 나타나면 박지성-이청용 입지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박지성은 이적설 및 방출설이 때때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은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았고 유벤투스-라치오도 이적설과 연관됐습니다.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지난 28일에 박지성이 맨유를 떠날 예상 선수중에 한 명으로 지목을 했죠. 하지만 맨유 주축 선수라면 이적설 및 방출설에 항상 직면했습니다. 최근에는 리그 득점 1위 베르바토프가 세리에A 이적설에 휩싸였습니다. 반면 이청용은 과연 언제쯤 매 경기 선발 출전할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 25일 국내에서 A매치 온두라스전을 뛰면서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가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여전히 코일 감독의 관리가 불가피합니다. 비관론적 관점에서는, 코일 감독이 다음 시즌에도 이청용 컨디션 문제를 안고 갈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두 선수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좌불안석 같은 행보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올 시즌 남은 2개월이 중요합니다. 시즌 종료가 얼마 안남았지만 한 경기 한 순간에 팀을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맨유와 볼턴의 한 시즌 농사가 결실을 맺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더욱이 두 팀은 FA컵 4강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서로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면 다음 시즌 팀 내 입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부에서 흔히 주장하는 '위기론'은 힘이 실리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이청용은 박지성과는 다른 경우입니다. '빅 클럽 이적'이라는 동기부여가 작용하죠. 박지성이 빅 클럽 롱런을 바라고 있다면 이청용은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는 꿈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맨유와 볼턴이 박지성-이청용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맨유는 박지성처럼 미드필더진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팀 플레이어가 마땅치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박지성을 통한 변칙 전술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또한 맨유는 앞으로 2개월 동안 최소 11경기(다음 토너먼트 진출시 경기 횟수가 늘어남)를 치릅니다. 나니-발렌시아는 부상 회복 이후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며, 특히 나니는 최근 포르투갈 대표팀에 소집되면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긱스는 체력 저하가 문제였습니다. 이들과 달리, 박지성은 휴식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반대로 실전 감각을 걱정해야 하는) 햄스트링 부상을 말끔히 회복하고 많은 경기에 중용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볼턴은 이청용의 기교를 대신할 선수가 없습니다. 이청용처럼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겨냥하는 빠른 타이밍의 패스 또는 얼리 크로스를 띄우며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전개하는 지능적인 선수는 볼턴에 흔치 않습니다. 이청용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경기력이 서로 다르죠. 지난 12일 FA컵 8강 버밍엄전에서 3-2로 승리했던 요인은 후반 44분 이청용 결승골이 빛났지만, 이청용이 후반 15분 교체 투입하면서 경기 분위기가 한 순간에 볼턴 우세로 기울어 졌습니다. 아무리 이청용의 선발 출전 횟수가 줄었지만, 블루 드래곤의 아우라는 출전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스터리지-페트로프의 폼이 꺾였습니다. 볼턴은 여전히 이청용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박지성은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시즌 막판 2개월을 보냅니다. 맨유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선덜랜드전 이후 3개월 동안 경기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그때까지는 빠른 타이밍의 볼 배급으로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풀었지만 이제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적응하면서 자신만의 임펙트를 내뿜어야 합니다. 이청용은 A매치 온두라스전 차출 여파를 이겨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일본전 복귀 이후 풀타임을 뛰는데 힘겨워했기 때문입니다. 2년 넘게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갔던 누적 피로를 포함하면, 시즌 막판 매 경기마다 최상의 컨디션을 과시할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박지성-이청용은 자신을 둘러싼 불안 요소를 이겨야 합니다. 올 시즌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 2개월 주어졌습니다. 그 2개월에 따라 다음 시즌에 임하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죠. 꾸준한 선발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며 여유로운 플레이를 할지, 아니면 새로운 경쟁자 등장에 의해 절박한 심정으로 뛸지 판가름 됩니다. 또한 박지성은 맨유와의 재계약, 이청용은 빅 클럽으로 이적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그래서 2개월에 모든 힘을 쏟으며 집중해야 합니다. 어느 축구팬이든, 앞으로 2개월 동안 박지성-이청용의 진면모를 마음껏 만끽하는 희망찬 시나리오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