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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시티 제코, 8경기 0골에 그친 원인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지난 21일 첼시를 이겼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첼시 원정 이었지만 상대팀에게 3연승을 달렸던 전적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첼시에게 0-2로 패한 것을 비롯 프리미어리그 3위 자리까지 내주었습니다. 이제는 4위로 밀리면서 5위 토트넘에게 승점 4점 차이로 쫓기게 됐습니다. 토트넘이 한 경기 덜 치렀음을 감안하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토트넘과 힘겨운 4위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사실, 맨시티의 4위 추락은 의외입니다. 박싱데이 기간에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던 경험이 있으며, 그 이후에는 2~3위 자리를 지키면서 빅4 진입이 사실상 확정되는 듯 싶었습니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는 2700만 파운드(약 493억원)의 거금을 들이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국적의 에딘 제코 영입에 성공했습니다. 테베스-발로텔리의 화력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즌 후반기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정반대 입니다. 프리미어리그 8경기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사진=에딘 제코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mcfc.co.uk)]

맨시티 수비 축구, 제코의 능력을 반감시켰다

만치니 감독은 수비 지향적인 지도자입니다. 배리-데 용 같은 대인마크에 강한 수비형 미드필더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비중을 두었죠. 경우에 따라서는 밀너-야야 투레-실바까지 맨시티 진영 안으로 포진하면서 압박에 가담합니다. 역습시에는 2선에서의 종패스를 이용하여 테베스의 골을 해결짓는 패턴이 두드러졌죠. 때로는 실바가 오프 더 볼 상황에서 능동적인 볼 터치를 나타내며 여러 형태의 패스를 뿌렸습니다. 테베스 골에 의존하는 맨시티 문제점을 창의적으로 뒤덮었죠. 또한 테베스는 넓은 활동 폭 및 투쟁적인 움직임으로 공간을 쉴새없이 움직이며 맨시티 공격 옵션들의 숫자 부족을 이겨냈습니다. 배리-데 용이 공격에 깊게 가담하는 성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맨시티는 지난 1월 제코를 영입하면서 '테베스 효과'로 재미를 봤던 공격 밸런스가 완전히 깨졌습니다. 물론 제코는 1월 16일 울버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도움을 기록하며 앞으로의 밝은 나날을 예감케 했습니다. 테베스와 2대1 패스를 시도하며 야야 투레의 골을 돕는 장면은 자신의 이타적인 공격력이 맨시티에서 통할 것임을 알리는 듯 했죠. 그러나 제코는 테베스가 아닙니다. 다재다능한 공격수지만 맨시티 원톱으로 뛰기에는 테베스 같은 엄청난 활동량이 필요합니다. 맨시티가 수비 축구를 펼치면서 역습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에 공격 옵션의 왕성한 움직임이 전제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데바요르(현 레알 마드리드 임대)가 테베스와의 원톱 경쟁에서 밀린 것은 맨시티의 수비적인 4-2-3-1에 맞는 공격 카드가 아니었습니다.

제코의 프리미어리그 8경기 0골은 선수 본인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골을 넣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거나 혹은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코도 골 부진에서 벗어나려고 나름 힘을 쏟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 디나모 키예프전에서의 고립된 모습은 상대팀 공격수 셉첸코가 박스쪽에서 부지런히 골 냄새를 맡으며 배후 공간을 비집는 것과 대조됐습니다. 첼시전에서는 루이스-테리에게 둘러 쌓이면서 팀 공격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두 경기의 공통점은 맨시티가 패했습니다. 굳이 특정 경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코의 부진은 맨시티의 성적을 떨어뜨리는 결정타가 됐죠.

눈을 넓히면, 제코의 부진은 선수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습니다. 맨시티가 주로 쓰는 4-2-3-1의 아킬레스건이 원톱의 고립임을 감안하면, 만치니 감독이 제코의 부진을 전술적으로 다르게 풀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의 제코 활용법은 일편단심 원톱이었고 골 생산 임무를 맡겼습니다. 밀너(콜라로프)-야야 투레-실바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은 철저히 이타적이었고, 공격수 테베스-발로텔리도 제코가 원톱으로 뛸 때는 윙어 였습니다. 그런데 제코를 원톱으로 못박은 만치니 감독의 공격 운용은 상대팀의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테베스보다는 제코가 원톱으로 기용될 때 여유 넘치는 수비력을 나타냈죠.

문제는 투톱도 해답이 아닙니다. 맨시티 투톱은 곧 4-4-2를 의미합니다. 제코 밑에 테베스 또는 발로텔리를 배치하면서 실바-배리-데 용-야야 투레로 짜인 미드필더진을 구성했겠죠.(야야 투레는 올 시즌 중반에 오른쪽 윙어로 뛰었던 전례가 있죠.) 그런데 이러한 선수 배치는 모험입니다. 윙어들의 수비 가담이 많아지면서 실바의 창의성이 박스 바깥쪽에 국한되는 것을 감수하고, 중원 옵션들의 다방면 역할이 불가피 합니다. 그런데 맨시티는 후자쪽에서 리스크가 큽니다. 배리-데 용이 박스 투 박스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비적인 역할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공수에서의 활동 폭이 늘어나기 때문에 과부하가 찾아올 수 있죠. 또한 이들은 공격을 이끌어가는 성향도 아닙니다.

그 특징을 맨시티 전형인 4-2-3-1로 끌고 오면, 배리-데 용은 만치니 감독이 수비 축구를 펼치는 믿을맨 같은 존재가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한때 세계 최고의 홀딩맨으로 각광받았던 비에라가 백업 요원으로서 두 선수의 체력을 안배합니다. 애초부터 더블 볼란치에게 활발한 공격력을 요구하는 것은 만치니 감독의 전술적인 틀을 깨는 일입니다. 그래서 상대 진영에 가담하는 맨시티 공격 옵션들은 제한적이었고 빠른 원터치 패스에 의한 역습을 시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테베스가 공간을 넓게 움직이며 2선과 유기적으로 협력한 뒤, 적절한 시점에 골을 터뜨리죠. 맨시티 공격수에게 필요한 것은 역동성 이었습니다. 결국, 제코는 이적생으로서 맨시티 수비 축구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죠. 2선 미드필더와 호흡을 맞출 기회도 적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맨시티의 선 수비-후 역습은 상대팀들에게 읽혔습니다. 가장 최근에 상대했던 첼시의 경우에는 맨시티 역습에 대비해서 램퍼드-에시엔에게 포백과의 존 디펜스를 주문하며 커버링을 강화했습니다. 맨시티가 반격을 노릴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스쿼드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는 것을 조심하는 눈치였습니다. 그 전략은 옳았고 제코는 경기 내내 침묵을 지켰습니다. 물론 맨시티는 중위권 및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수비 축구를 고집하지 않았지만 배리-데 용이 후방쪽에 안정감을 실어주는 경기 운영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두 선수의 홀딩 성향이 굳어지도록 조련했던 존재가 만치니 감독이었기 때문이죠.(배리의 경우 전문 홀딩이 아닙니다. 다만, 애스턴 빌라 시절보다 순발력이 느려졌습니다.) 그럴수록, 제코의 최전방 고립 문제를 풀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맨시티가 더 이상의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만치니 감독이 제코의 부진을 종결지을 전술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특히 부상에서 복귀한 오른쪽 윙어 존슨은 날카로운 크로스가 주무기입니다. 제코에게 한 번에 골 기회를 연결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이 있죠. 기존의 맨시티 공격 색깔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테베스가 최근 7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고 부상으로 첼시전에 결장하면서 휴식이 필요한 만큼, 만치니 감독은 제코의 골 역량을 키우는 공격 전술로 변화해야 합니다. 제코의 지금까지 행보가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코와 맨시티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코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