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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공격수 박주영, 90분 수비해야 하는 현실

 

'박 선생' 박주영(26, AS모나코)이 올해 여름 유럽 이적시장에서 소속팀을 떠나야 함을 각인 시켰던 경기였습니다. 시즌 10호골 달성 여부로 주목을 끌었지만, 모나코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하기에는 팀의 그릇이 작았습니다. 최전방 공격수로 뛰면서 90분 동안 수비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속에서는 골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경기 끝나고 쓰러졌던 박주영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로랑 바니드 감독이 이끄는 모나코는 14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리게 앙(리그1) 27라운드 보르도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21분 아드리아누 페레이라가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결승 헤딩골을 넣으며 승점 3점을 안겼죠. 그래서 모나코는 리그 17위(5승14무8패, 승점 29) 진입으로 강등권에서 벗어났습니다. 18위 오세르와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2골 앞서면서 순위가 한 계단 높아졌으며, 박주영은 풀타임 출전했습니다.

박주영, 모나코는 오랫동안 있을 팀이 아니다

모나코는 보르도전에서 수비 축구를 펼쳤습니다. 평소에는 4-2-3-1을 활용했지만 이날은 4-3-3을 기본 전형으로 두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4-3-2-1, 4-6-0 체제로 변형됐습니다. 보르도가 올 시즌에는 성적 부진에 빠졌지만 2008/09시즌 리게 앙 우승 팀으로서 저력이 있는 만큼, 모나코는 원정팀 입장에서 수비에 치중하는 결단을 내리기 쉬었습니다. 수비수들을 골문쪽으로 내리고, 망가니-디아라-은클루로 짜인 미드필더진이 포백과 폭을 좁히면서, 쿠르자와-박주영-라콤브가 공격 및 수비 진영을 넓게 움직이며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는 형태를 90분 동안 유지했습니다. 즉, '90분 잠그기' 였습니다.

그런 모나코는 보르도와의 슈팅 숫자에서 2-14(유효 슈팅 1-4, 개) 점유율 35-65(%)의 열세를 나타냈습니다. 90분 동안 슈팅 2개에 그치면서 경기 내내 수비에 매달렸습니다. 프랑스리그 최소 득점 4위(26골)에 머무른 빈약한 득점력에 시달렸던 만큼, 보르도에게 실점하면 승점 3점을 따내기 어려움을 인지했습니다. 그래서 3선의 무게 중심을 골문쪽으로 좁히면서 상대 공격 옵션에게 침투 및 종패스 공간을 내주지 않는 밀집 수비를 펼치며 무실점을 목표로 뛰었습니다. 그 결과 보르도는 공격 전개가 원활하게 풀리지 않으면서 경기 템포가 느려지고 골 결정력 불안까지 시달리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모나코가 의도한 대로 경기가 풀렸습니다.

선수 대부분이 수비에 치중하는 시스템에서는, 공격시 빠르고 정확한 종패스를 기반으로 콤비 플레이를 강화하여 상대 박스를 두드리는 기습을 취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모나코는 상대팀을 농락하는 공격 전개가 연출되지 못했습니다. 역습 타이밍에서 횡패스 위주로 볼을 돌리면서 시간을 끌거나, 하프라인으로 올라가면 패스가 끊기는 것이 다반사 였습니다. 특히 쿠르자와-라콤브는 볼 컨트롤 및 패싱력 불안으로 측면에서 이렇다할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모나코가 패했다면 보르도전은 강등의 지름길을 밟는 졸전이 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보르도가 자신들의 전략에 말려들면서 세트 피스로 승점 3점을 획득할 수 있었죠.

이러한 모나코의 공격력 저하는 박주영을 힘들게 했습니다. 미드필더진 및 윙 포워드의 공격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전방 공격수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졌죠. 문제는 박주영에게 좀 처럼 볼이 투입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동료 선수들이 공격 상황에서는 팀이 아닌 자기 플레이에 급급하면서 패스 미스를 남발했죠. 밀집 수비에 무게감을 두면서 유연한 공격 전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래서 박주영에게 볼이 투입 되는 장면이 적었죠. 박주영이 못해서 고립된 것이 아닌, 동료 선수들이 박주영의 공격적 재능과 부합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고 박주영이 나홀로 공격에 매달린 것은 아닙니다. 전방에 있을때는 포어 체킹을 시도했고, 미드필더와의 간격이 벌어질 때는 직접 2선으로 내려오면서 좌우 측면 및 박스 부근까지 활동 폭을 넓히며 부지런히 뛰었습니다.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공격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동료 선수들과 함께 공존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비 과정에 참여했죠. 포어 체킹도 엄연히 수비 전술입니다. 다른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했던 장면도 있었지만 그 횟수가 적었죠. 경기 전체적 관점에서는 90분 동안 수비를 했던 셈입니다. 상대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늦추도록 전방 수비 공간을 선점하는 것이 박주영의 역할이었죠.

만약 박주영이 수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모나코의 보르도전 경기 운영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전방에서 상대 수비에 부담을 주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이 늘어나면서 커버 플레이가 힘들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을지 모릅니다. 그 여파는 2선에서 상대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수비 밸런스가 깨지고 실점 위기를 초래하는 시나리오로 직결 될 수 있죠. 박주영이 수비 과정에서 논외되면 모나코 경기 운영이 어려워집니다. 문제는 박주영의 공격 재능을 팀 전술에 적극 반영하지 못하는 모나코의 현실이죠. 최전방 공격수가 경기 내내 수비에 매달리는 모나코 축구는 답답한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를 수비 축구로 탈락시켰던 인터 밀란과 다른 경우입니다.

박주영이 올해 여름 유럽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나는 것은 많은 축구팬들이 바라는 시나리오입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리버풀-아틀레티코 마드리드-리옹-파리 생제르맹 같은 명성도 높은 유럽 구단들의 제안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죠. 어디까지나 이적설이기 때문에 100% 사실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다음 시즌 어느 클럽에서 뛰게될지 장담하기 어렵죠. 하지만 모나코가 오랫동안 뛰어야 할 팀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군 문제가 변수겠지만요.

그런 박주영이 지금보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하려면 변화가 필요합니다. 모나코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자랑하는 팀으로 이적해서 자신의 내공을 연마하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타 및 이기적인 역량, 타겟맨과 쉐도우 동시 소화 가능, 몸싸움 및 공중볼에 자신감 넘치는 만능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에 수준 높은 클럽에서 유용한 공격 옵션으로 활용 될 가치가 있습니다. 모나코 잔류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올 시즌 처럼 힘든 행보가 앞으로 계속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자신의 장점을 도와주거나 활용할 마땅한 조력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모나코의 현 주소 입니다.